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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연호 Jul 26. 2023

'초급 승마 기술' 퀘스트를 수락하시겠습니까? - 4

둘째 날 [이제 내 말들을 때 되지 않았니?]

오늘은 유일하게 같은 캠프에서 나들이(?) 가는 코스

날이 밝았다. 일어나 간단히 씻고 아침 먹고 출발 전까지 시간이 좀 남아 어제 다 못 돌아본 숙소를 배회했다. 아침 햇살이 풀밭을 간지럽히고 있었고 팔자 좋은 개냥이(?)는 따스한 열기를 느끼며 풀밭에 누워 뒹굴었다. 여기서 키우는 건지 드넓은 평원의 주인인 위대한 묘(猫)칸인지 모르겠지만 호기심이 일어 조심스레 걸어가 칸에 대한 예의-라 해봤자 살짝 멀리서 손을 내밀어 인사하는-차리자 위대한 칸께서 성은을 내려 주셨다.

나만 없어!!! 고먐미

평원의 지배자 대(大)칸과의 즐거운 시간을 뒤로하고 채비를 마친 뒤 오늘의 여정에 대해 짧은 설명을 들었다. 오늘은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칭기즈칸 마상에 들렸다가 조금 더 남쪽으로 나아간 뒤 다시 숙소로 돌아온다고 하였다. 여행 중 유일하게 정상적인(?) 관광 코스가 들어가 있었다. 나름 두 번째라고 어제보다 빠르게 준비하고 말에 오르는 것도 조금 익숙해졌다. 오늘은 내 말이 나에 대한 이해도(?)가 올랐는지 출발은 순조롭게 했다. 속보까지도 정확하게 내가 원할 때 할 수 있었다. 다만, 몽골마의 작은 체구와 안장과 등자의 짧은 길이 때문에 내 무릎에 작은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여기서 잠깐! 말의 안장도 여러 가지라고 한다. 크게 유럽 스타일, 아메리칸 스타일, 몽골 스타일이 있다고 한다. 안장도 여러 가지인 것처럼 고삐 쥐는 방법도 나누어진다고 한다.

아메리칸 안장 안장 앞에 뿔(horn)이 특징이다.

아메리칸 안장은 미대륙 카우보이들이 사용하던 안장으로 고삐를 한 손으로 죈다고 한다. 남은 한 손은 올가미를 던져야 하기 때문이며 뿔의 용도는 소를 잡은 뒤 밧줄을 뿔에 묶어 소를 끌고 가기 위함이라고 한다. 그리고 미국은 유럽에서 건너간 덩치가 큰 말에 맞춰 제작된다고 한다.

유럽 안장 기수가 앉아 있을 정도까지 작다.

유럽 안장은 그 목적이 마장마술 즉, 말을 타고 장애물을 뛰어넘는 올림픽 경기에서 사용하는 안장이라고 한다. 유럽 스타일 승마는 다른 방식과 다르게 의복도 나름 격식이 있고 고삐도 두 손으로 잡는다. 한국 승마장에서는 대부분 유럽 스타일의 승마와 안장을 갖추고 교육을 한다고 한다.

몽골 안장. 넓은 등자와 높게 솟은 나무 의자가 특징이다.

몽골안장은 다른 두 안장과 다르게 눈에 확 띄게 다르다. 높이 솟은 의자와 넓은 등자가 확연히 차이가 난다. 딱딱한 나무 의자 때문에 초심자의 엉덩이에 가장 큰 고통(?)을 주지만 익숙해지면 그만큼 편하다고 한다. 여행 내내 무릎을 못 펴 고생했던걸 생각하면 이해가 갔다. 고삐도 한 손으로 쥐며 신기하게도 몽골에서는 말에게 채찍을 가급적 안 쓴다고 한다. 특히 저 넓은 등자는 기수가 일어서서 달리는 게 가능하게 하며 몽골에서 말을 잘 타는 사람은 달리는 상태에서 말아 피우는 담배를 말아 달리느라 휘날리는 바람 속에 담뱃불까지 붙이는 게 가능하다고 한다. 이러니 달리는 말위에서 일어나 뒤돌아 화살도 날리는 게 가능했을 법하다. 도망가는 줄 알고 열심히 뒤쫓아갔는데 말머리를 돌리지 않고 '사람'만 뒤 돌아 화살을 쏘니 유럽 기사들이 맥없이 쓰러졌겠지.....


이제 속보는 잘 알아들어 속보로 칭기즈칸 마상까지 속보로 갔다. 이제는 많이 익숙해져 요령이 붙어 속보에 박자 맞추기는 한결 수월해졌다. 하기사 어제 말만 한 5시간 정도 탔는데 익숙해지지 않는 게 이상하긴 하다. 나름 여유가 생기자 시야도 넓어졌고 말과의 교감에 성공이 주는 뿌듯함을 느꼈다. 개발되지 않은 초원을 달리다 보니 어느덧 칭기즈칸 마상에 가까워졌고 한켠에 말을 세워 두고 마상으로 갔다. 마상은 그 규모답게 탁 트인 초원에 전망대와 박물관 역할을 함께 하고 있었다. 입장료는 20,000투그릭!

칸이시여!

입장료를 지불하고 들어가니 현지 가이드가 일행을 불러 모아 여러 가지 설명을 해 주었다. 여기서 다시 한번 느꼈지만 그들에게 칭기즈칸은 초원을 통일한 영웅이자 신이며 그 엄청난 자부심을 다시 한번 느꼈다. 그 정점은 실내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거대한 전통 가죽신 앞에서 가감 없이 드러났다.

몽골제국 역대 칸들의 어진
몽골 전통 가죽신 조형물. 의미는 '우리는 이 신발을 신고 세상 모든 곳에 발자국을 찍었다!'

입구에서 간단하게 그들의 확고한 정체성을 듣고 박물관으로 내려갔다. 그곳에는 온갖 유물이 전시되어 있었다. 칼과 활은 물론이고 각종 생활용품, 전통 마구들을 볼 수 있었다. 벽면에 유물을 설명하는 수화가 끊임없이 재생되고 있었고 그들의 최대 강역이 그려진 지도가 눈에 확 들어왔다. 우리나라야 고작 만주 평야를 한때 지배했던 게 다였지만 몽골은 그냥 대륙을 '꾸울꺽!' 했다. 동으로는 고려 서로는 동유럽까지....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약간의 자유 시간이 주어 졌다. 마상은 엘리베이터를 탑승하면 말머리까지 올라갈 수 있다. 마상의 포즈 자체가 말위에 올라선 칭기즈칸 상서로운 황금 채찍을 들고 평원을 바라보는 자세다. 여기까지 왔는데 안 올라갈 수가 없었다.

카간의 용안과 황금채찍

이제 다시 초원으로 돌아갈 때다 짧은 관광을 마치고 말에 올라 다시 길을 떠났다. 평보와 속보를 오가며 작은 언덕에서 하마 하지 않은 채 잠시 쉬었다. 이번 여행에서 만난 승마여행만 9번째 오신 분이 여기까지 왔으면 구보는 해봐야 한다며 잠시 짬을 내어 알려주었지만 끝내 터득하지 못했다. 전날 가이드와 몇몇이 밤에 맥주를 마시면서 구보때의 느낌을 많이 얘기해 주었다. 그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구보를 하면 '가슴이 열린다'리고 한다. 이 느낌은 겪어보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다고 한다. 내가 탄 이름 모를 말이여 이제 내 말을 들을 때 되지 않았니??


찰나의 휴식 후 다시 여정을 시작했고 적당한 지점에 이르러 점심을 먹고 휴식을 취했다. 어제처럼 말은 한 곳에 묶어 두고 경치 구경에 여념이 없었다.

(좌)피곤한지 앉아서 쉬는 말과 (우)배고픈지 풀 한가로이 풀을 뜯는 말

눈에 '오~! 몽골'이라고 느낄만한 '어워'가 눈에 띄었다. '어워'는 우리나라로 치면 성황당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소원을 빌면서 '어워'를 3바퀴 돌면 신들이 들어준다고 한다. 이왕 몽골에 온 거 그들의 풍습대로 어워 주변을 세 바퀴 돌면서 소원 2~3가지 정도를 속으로 빌었다.

어워 주변에 이상한(?) 장식이 있다.

한 가지 특이 한건 저 어워 주변에 보기에 따라서 섬뜩한 장대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가까이 가보니 주렁주렁 달린 술들은 말총으로 만들어진 듯 보였고 생긴 게 약간 '투구'같아 보여 오싹한 상상을 하게 되었다.

이거 효수를 상징하는 건가? ㅎㄷㄷㄷㄷ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저 장식물은 영기(靈旗)라고 불리우는 물건이며 영기의 소유자인 전사(戰士) 죽으면 그 전사의 영혼은 영기에 머무른다고 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일종의 위패와 같은 위치인 거 같다.

굽히고 있었던 무릎을 피며 관절을 어루만지고 하늘과 초원과 바람을 보며 나머지 휴식시간을 보냈다.


역시나 이번에도 나는 낙오했다. 당연했다. 본격적으로 말 탄 지 이제 이틀째인 초짜가 평균 10년을 타신 분들을 따라잡는 게 더 이상한 거다. 돌아가는 길은 거의 대부분 평지였다. 많이 뒤처졌기 때문에 조바심이 났다. 구보를 너무 하고 싶었다. 내내 굽히고 있는 무릎은 말의 진동과 나의 체중을 받아내느라 점점 피로가 쌓여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계속해서 속보로 가면서 여러 차례 제발 좀 달리자고 여러 사인을 보냈다. 나도 이제 지쳐 평보반 속보반으로 말을 몰아갔다. 어째 뒤에서 낙오자 관리를 하는 마부의 명령을 훨씬 더 잘 들었다.


한참을 그렇게 가다가 힘들어서 평보로 걷고 있었다. 근데 갑자기 그 누구도 신호를 안 줬는데 이 녀석이 속보를 하고 있었다. 때마침 평지 '혹시나', '어쩌면'이라는 마음으로 입으로 '츄~!'를 외치며 고삐도 느슨하게 쥐고 말 옆구리를 네다섯 번 내 뒤꿈치로 찼다. 어느 순간 갑자기 출력이 달라졌다. 마침 나를 향해 불어오는 바람과 말의 속도가 합쳐져 속보로는 한 번도 느낄 수 없었던 풍압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구보를 시작했다. 그제야 '가슴이 열린다'는 느낌이 무엇인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첫 구보 성공-비록 얼마 뛰다가 속보로 바꾸었지만-은 그 느낌은 강렬했다.


소위 말뽕을 맞았다!!


바이크와 같이 기계는 줄 수 없는 2 개체의 교감을 맛 볼 수 있었다. 생각을 해보면 서로 의사소통이 전혀 불가능할 거 같은 포유류 2종의 의지와 마음이 하나가 되어 대지를 박차고 달렸다. 나도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짧게나마 구보에 성공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영민한 말은 숙소 지근거리에 다 와가는 걸 미리 알고 있었다. 이 녀석도 출퇴근 개념을 탑재한 직장인 마인드가 넘쳐났다. 어쩐지 서두르더라ㅡㅡ;;;;;


그렇게 오늘 하루도 낙마 없이 무사히 일정을 마쳤다. 영원한 푸른 하늘 텡그리여! 감사합니다.

이 멋진 석양에 축복을!

이 글은 시리즈 입니다. 함께 보시면 더 재밌을거에요!

1 자고로 선비는 육예(六禮)를 갈고 닦아야 한다.

2 그래서 어딜 간다고?

3 첫째 날[등산은 남의 다리로 해야 제맛!]

4 둘째 날 [이제 내 말들을 때 되지 않았니?] 

5.셋째 날 [구보 성공율 30% 달성!]

6.넷째 날 [마부들아 내말을 제발 보내지 말아다오!]

7. 그리고 귀국


출처

1) 아메리칸 안장 : https://www.pngwing.com/ko/free-png-tfsbm

2) 유럽 안장 : https://www.pngwing.com/ko/free-png-nuavv

3) 몽골 안장 :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img_pg.aspx?CNTN_CD=IA00034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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