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연호 Jul 28. 2023

'초급 승마 기술' 퀘스트를 수락하시겠습니까? - 5

셋째 날[구보 성공율 30% 달성!]


마부들아 내말을 제발 보내지 말아다오!

구보 성공율 30% 달성!

어제 짧은 나들이(?)로 비교적 쉬운 길이었지만 오늘은 거리가 거리인 만큼 갈길이 바쁘다고 했다. 셋째 날이 승마 여정 중 거의 고난의 행군 급이었다. 거리도 거리이거니와 초보의 근본 없는 자세와 가장 힘들다는 속보로 2일 동안 내 무릎에 엄청난 통증을 선물해 주었다.

기계공학에 피로파괴(fatigue fracture) 라는 개념이 있다. 짧게 설명하면 어떤 물체에 작은 힘이 반복적으로 가해지면 물체는 작은 힘이 가하는 '피로'에 어느 순간 '똑'하고 부러진다. 실제로 매우 안타까운 성수대교도 피로파괴로 인하여.....

가로축이 반복이다. 가장 작은 수가 1,000번ㅎㄷㄷㄷ

지금 내 무릎이 그렇다. 앉자마자 5분도 안되어 아파오기 시작했다. 근육이 아니라 관절에 뽝! 그래도 갈길이 머니 시큰거리는 통증을 참고 말과 함께 마부의 안내를 받아 목적지로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오늘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평지가 거의 대부분이었다. 첫날과 둘째 날의 기억으로 낙오 되면 더 힘든걸 알기에 이른바 선두(?) 그룹에서 이를 악 물고 떨어지지 않으려고 노력을 했다. 출발 할 때도 앞쪽에 최대한 붙어서 갔다. 하지만 말과의 교감을 충분히 하지 못 한 나는 빠르게 서둘러 봐야 '속보'만 할 뿐 구보는 꿈도 못 꾸었다. 오늘도 그렇게 또 뒤쳐졌다.

덕분에 이런 풍경을 천천히 즐기면서 갔다.

드넓은 평지 달릴 생각을 안 하는 말 멀어져 가는 일행들....오기가 솟았다. 계속 고삐와 '츄~!'를 외치며 제발 좀 달려 달라고 애원을 하였다.

가이드는 첫날부터 계속 일행들 앞과 뒤를 왔다 갔다 하면서 사람들의 안전을 살폈다. 그러다 내가 안타까웠는지 '말 옆구리를 발로 차요'라고 외치곤 다시 어딘가로 쓩~! 하고 사라졌다. 귀에 쏙 박힌 힌트를 마음에 세기고  옆구리를 찼다. 나중에 찾아보니 말 옆구리를 차는 행동은 '박차'를 차는 거였다. 일상 언어에도 녹아는 그 박차가 맞다. 엄밀히 말하면 뒤꿈치로 말 옆구리를 찼을 뿐 진짜 '박차'를 사용하진 않았지만.....

서부영화에 카우보이 신발을 잘 살펴 보면 박차를 볼 수 있다.

고삐는 느슨하게 풀어놓고 입으로 츄를 외치며 말 옆구리를 한 대여섯번 찼을까 어느 순간 앞다리 2개를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제 맛 보기로 살짝 보여준 구보를 하기 시작했다. 물론 나의 어수룩한 승마실력으로 대략 3초 정도 뒤다가 다시 속보로 돌아 갔지만.....

어차피 넓은 평지에 주위에 사람도 없겠다 다시 한번 구보를 시작했다. 다른 고수 분을은 별 힘들이지 않고 구보로 전환을 휙~! 하는데 나는 곱절의 에너지를 쏟아 말에게 사정을 했다. 두번 째 구보는 한 1.5초 정도 유지 했던거 같다. 대략 추측해보니 한 10번 시도하면 3번은 성공하는거 같았다. 한참을 가다보니 점심먹을 언덕을 얼마 안남겼다. 점심때도 되었고 욱씬거리는 무릎 통증 때문에 다시 한번 열심히 신호를 보냈다. 이번에도 '구보' 단계는 성공! 이제 유지할 차례이다. 

속보할 때 박자가 안 맞으면 발도 매우 불편하다고 한다. 튀어 오를때 같이 일어서고 내려갈때 맞추어 앉아야 말도 편하고 사람도 편한데 이게 반대라면??!?!

말이 튀어 오를 때 사람이 몸으로 찍어 누르면 사람이 체중을 실어 말등을 찍어 버려서 말은 힘들고 그 충격은 기수의 엉덩이로 전달 된다. 충격의 등가교환 말도 기수도 힘든 상황인 것이다.

박자가 안 맞으면 내 엉덩이와 말의 등에 고통이 등가로 교환된다.

어제 잠깐과 오늘 오전의 2번의 경험은 내 몸에 스며들엇고 강도와 달라진 박자에 몸을 맞추기 시작했다. 


드디어 나와 말의 마음이 하나가 되었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니 저 멀리 선두 그룹이 보였다.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멈출 수 없다. 말에게 계속 달리라고 신호를 주면서 몸을 말에게 맞추었다. 달라진 풍압과 가빠지는 숨 상쾌함이 몰려 왔다. 시선은 멀리 두고 속보로 가던 선두 그룹을 따라 잡고 앞질러 가려고 했지만 점심을 실은 차가 다가오는 걸 보고 고삐를 왼쪽으로 당겼다. 구보할 때 말을 멈추려고 고삐를 그냥 당기면 말은 멈추겠지만 물리학 제 1법칙에 지배받는 기수는 앞으로 슝~! 날아간다. 그래서 구보 중에 멈추려면 왼쪽으로 고삐를 당기면 말이 큰원을 돌리면서 멈춘다고한다.

이번에 만나 진해진 분이 축하의 말을 전해 주었다. 실제로 승마를 배울 때 구보를 성공하면 이른바 '구보주'를 산다고 한다. 달렸을 때의 상쾌함과 구보 성공의 짜릿함에 기분이 2배로 좋았다......무릎은 석화되어 비명을 질렀지만..... 점심 먹을 곳에 내려 나는 구부렸던 무릎을 펴고 말들은 초원에 풀을 뜯었다.

열심히 달리고 쉬고 있는 말들 그리고 초원과 구름

오전내내 경직 되어 있었던 온몸의 관절을 살살 풀어주고 가쁜숨을 가라 앉히며 정신을 차리니 너른 초원이 눈에 들어왔다. 한국의 산과 다르게 거의 풀로 뒤덥힌 산 맑은 하늘 구보 성공했을 때와 다른 상쾌함이 다가왔다.

흡연은 여러분의 건강을 해칩니다.
고개만 돌리면 윈도우 배경화면이다.

나른한 오후 가벼운 낮잠과 같은 휴식이 끝나고 다시 목적지를 항했다. 오전에 얻은 자신감을 가지고 오지를 향해 나아갔다. 역시나 선두 그룹에 기지는 못 했지만 속보8, 구보2의 비율로 낙오그룹(?)에서는 벗어 났다. 내가 탄 말은 첫째 날과 비교 해서 친구들과 같이 가니 울지 않았다. 가끔 집에서 같이 출장(?)온 친구들이 뒤에서 잘오나 머리를 돌려 뒤를 돌아보거나 하면서 최종 목적지를 향해 갔다. 한참을 가다 동네 슈퍼(?)에 들려 잠시 쉬엇다 가기로 하였다. 콜라 한병을 사서 마른 입술과 떨어진 당을 충전하면서 주변에 거주지가 드문드문 있는 곳에 위치한 슈퍼에 안 을 들여다 보았다. 어? 근데 김치로 유명한 기업에서 만든 컵라면이 진열되어 있었다. 한국에서는 한번도 못 봤는데??!??!?!!!

신라면, 짜파게티는 익숙한데 종가집 김치라면을 몽골에서 처음 볼 줄이야

한 15분 후 다시 말에 올라 갈길을 재촉했다. 숙소 위치가 위치라 산행을 했다. 그나마 숲이 있어 그늘이 강렬한 태양을 가려주었다. 내가 탄 말은 오르막 길을 가면서 힘든지 길게 자란 들꽃도 뜯고 쑥도 뜯어가면서 걸었다. 그 작은 몸(?)으로 나를-그것도 초보를-옮기느라 많이 힘들었겠지......

이제는 여유가 생겨 가슴팍에 있는 힙색에 500ml 생수도 꺼내 목을 축였다. 뚜겅을 닫다가 떨어트려서 역시나 핸드폰으로 사진찍을 짬은 아니라는 걸 느꼇다. 덕분에 말 위에서 사진은 찍을 엄두도 못 냈지만....

그렇게 느리지만 꾸준히 걸어가니 오늘 묵을 숙소가 보였다.

오른쪽에서 '허르헉'을 요리햇고 왼쪽 게르에서 저녁을 먹었다.

오늘 저녁은 몽골의 전통 음식 '허르헉'이다. 다큐멘터리에서 본 달군 돌로 요리한 양고기를 먹는 기회가 왔다. 허르헉을 요리할 때 아무 돌이나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항상 강에 있는 돌을 사용한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다른 돌로 하면 허르헉을 만드는 통에서 돌이 깨져 먹을 때 돌이 씹힐 수 있다고 한다. 옆에서 지켜보니 손질한 양을 넣고 기본적인 양념-이라고 하기엔 조금 민망한-인 약간의 소금과 후추만 넣고 빨갛게 열기를 머금은 돌을 집어 넣었다. 뜨거운 열기 때문에 돌을 넣을때 마다 고기 익는 냄새와 연기가 피어났다. 항상 TV를 통해 보았던 허르헉 조리 장면을 직접 보다니!!!!

고기가 익을 때 까지 시간이 걸려 방으로 돌아와 시간을 보내려고 하였지만 음악을 들을 수도 어플을 사용할 수도 없었다. 네트웤이 끊어진 곳에서 나는 그 어떤 것도 할 수 있는게 없었다. 문자 그대로 문명세계와 단절되었다. 하는 수 없이 오랜만에 본 낯선 사람에 기분이 좋았던 숙소에서 기르던 강아지와 놀아주고 주위를 돌아보며 여유를 즐겼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자 허르헉이 완성되어 저녁 시간이 되었다. 메인인 양고기가 나오기 전에 소고기 만두국(?)이 나왔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소고기 건더기에서 한국에서 느낄 수 없는 약간의 누린내가 났다. 먹기 힘들 정도는 아니었지만 음식의 향에 민감하신 분은 조금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만두는 국적불문 맛있다.

이제 허르헉 준비가 끝났다. 몽골에서는 허르헉을 먹기 전에 조리에 사용한 돌을 손에 쥔다고 한다. 양의 기름을 한껏 머금은 돌을 양손에 빠르게 번갈아 가면서 돌의 온기를 느꼈다. 귀한날 온 가족이 모여 먹는 음식이니 돌을 돌리는 모습을 보고 깔깔대고 웃었을 법한 모습이 연출 되었다.

코팅된 양기름은 다시 사람 손으로 옮겨 졌다.

지구상에 대부분의 향신료는 식물에서 나온다. 후추와 쯔란과 산초는 모두 식물이다. 몽골인의 '음식'관념에서는 식물은 가축이 먹는 것이고 사람은 고기를 먹는다 따라서 향신료를 못 먹는 사람은 몽골 음식이 먹기 더 수월할 수 있다. 다만, 양고기의 특유의 누린내는 감수해야 한다. 나야 뭐 그 '누린내'를 양고기의 특유의 향으로 인식하고 먹으니 거리낌은 없었다.

허르헉! 김치랑 궁합이 환상이란다!!!!

몽골에서는 허르헉을 먹을 때 집안의 가장 큰 어른이 칼로 살을 잘라 준다고 한다. 원래 칼로 고기를 발라 먹는 요리이다. 가이드가 말하길 몽골식으로 조리하면 너무 질겨 한국인에게 맞춰서 오버쿡킹(?)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저 칼이 잘 안드는 건지 양이 원래 질긴건지 잘 잘리지가 않아 결국 갈비대를 들고 뜯어 먹었다. 새끼양이라 향은 많이 나지 않았고 이로 뜯어먹기 조금 힘들었지만 가장 기본적인 양념 즉, 소금간만 한 양고기는 정말 맛있었다. 제발 한국에서도 허르헉을 먹을수 있기를 빌었다(나중에 집에와서 검색해 보니 한국에서도 허르헉을 팔고 있다. 만세!!!!!)

어릴적 아니 성인이 되고 난 뒤에도 가족끼리 치킨을 먹을 때 아버지께 살을 깨끗이 발라먹지 못 한다고 핀잔을 들었다. 아니 아직도 듣고 있다. 몽골도 허르헉을 먹을 때 뼈에 붙은 살을 깨끗이 발라먹지 못 하면 어른들께 많이 혼난다고 한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가나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걸 느꼈다.

식사를 마친 후 밤 하늘을 보니 별이 반짝였다. 구름이 조금 끼고 해가 늦게 져서 어렴풋이 윤곽만 확인 할 수 있었던 은하수가 희미하게 쏟아져 내렸다.

마부, 초원 그리고 하늘

이 글은 시리즈 입니다. 함께 보시면 더 재밌을거에요!


1 자고로 선비는 육예(六禮)를 갈고 닦아야 한다.

2 그래서 어딜 간다고?

3 첫째 날[등산은 남의 다리로 해야 제맛!]

4 둘째 날 [이제 내 말들을 때 되지 않았니?] 

5.셋째 날 [구보 성공률 30% 달성!!!]

6.넷째 날 [마부들아 내말을 제발 보내지 말아다오!]

7. 그리고 귀국









출처

1)S-N 커브 : https://summitsec.tistory.com/entry/%ED%94%BC%EB%A1%9C%ED%98%84%EC%83%81-%ED%94%BC%EB%A1%9C%ED%8C%8C%EA%B4%B4-%ED%94%BC%EB%A1%9C%ED%95%9C%EB%8F%84-S-N-Curve

2) 박차 : https://dictionary.cambridge.org/ko/%EC%82%AC%EC%A0%84/%EC%98%81%EC%96%B4/spur


작가의 이전글 '초급 승마 기술' 퀘스트를 수락하시겠습니까? - 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