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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연호 Jul 30. 2023

'초급 승마 기술' 퀘스트를 수락하시겠습니까? - 6

넷째 날[마부들아 내말을 제발 보내지 말아다오!]

마부들아 내말을 제발 보내지 말아다오!

멀다 멀어!

어제 저녁때 먹은 허르헉 때문인지 몰라도 아침에 양치할 때 기분 좋은 양의 향기가 입에 맴돌았다. 다시 언제 몽골 전통 음식을 먹을수 있을까 내심 아쉬움을 갈무리하고 있었는데......오늘 점심은 '찐' 유목생활 하시는 가정집에 들어가 유목민 가정식을 먹는단다!! 만세~~!!!

하지만 지난 3일간 혹사 당한 내 무릎은 말에 오른지 채 1분도 되지 않아 비명을 질러 대고 있었다. 정말 누군가 무릎을 잡아 뽑는 듯한 느낌이었다. 어제 느꼈던 구보의 상쾌함보다 무릎 통증이 너무 커서 속보도 힘들었다.

숙소를 나서 조금 가자 나무 다리가 나왔다. 말은 예민하고 겁이 많아 자기 그림자에도 놀란다고 한다. 내 앞에 가던 말은 나무다리를 처음 봤는지 무서워서 다리 건너기를 거부하고 있었다. 몇 차례 기수와 말이 설왕설래(?)를 하다가 용기를 내어 한걸음 한걸음 나무 다리를 건넜다.

목재로 만들었지만 튼튼했다. 중간 중간 구멍이 있어서 그렇지......

다리를 건너고 얼마 안 가자 달리기 좋은 평지가 나왔다. 하지만 나는 고삐를 바짝쥐고 흥분한 말에게 달려가지 말자고 신호를 주었으나..........첫날부터 들었던 현지 마부의 마술 휘파람 소리를 듣자 경쾌한 발걸음으로 속도를 냈다. 말도 답답한 듯 하여 이제 모르겠다라는 심정으로 고비를 여유롭게 했다. 비록 전력 질주는 하지 않았지만 '통~통~통~통~' 경쾌하게 앞으로 나아갔다. 이제는 튀는 박자에 그 동안 미처 느끼지 못 했던 기립근까지 존재감을 들어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사람이 걸을 때나 앉아 있을 때 기립은도 매우 중요한 일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나는 내말과 진행 속력을 놓고 고삐를 통해 실랑이를 벌이며 오늘 중간 도착지인 유목민 가정으로 힘차게 나아갔다. 물론 마부의 휘파람도 빠질 수 없겠지만........

아마도 기본기가 조금만 있었어도 훨씬 재밌게 탈 수 있었을 거다. 자세, 말과의 교감등 약간만 더 지금 보다 많이 알았다면 가슴을 당당히 펴고 초원을 달렸을것 같다.

작은 말에 산적이 바짝쥔 고삐

오전 10시에 출발해서 가면서 실개천이 나오면 말 목도 축이고 풀도 뜯어 가면서 나아갔다. 말이 목을 축일때 그 소리가 '쮸옵~! 쮸옵~!'하고 났다. 문자로 쓰니 조금 안 와 닿을 수 있는데 실제로 들으면 정말 물이 엄청나게 마시고 싶었구나 라고 알 수 있다. 빨려가는 유량이 소리만 들어도 어마어마 한걸 짐작할 수 있다.

점심시간 즈음 반가운 소리가 들렸다. 오늘 신세질 곳에 도착했다고 한다.

유목 생활을 진짜 하시는 가정집

아직 점심 준비가 다 끝나지 않아 잠시 주위를 돌아 보았다. 아이들은 외국에서 온 손님이 낯설지 않은지 일행문이 주먹을 내밀자 자기도 주먹을 쥐어 맞대었다. 말이 안 통하는 이방인들이 주는 과자도 잘 받아서 맛있게 먹었다. 알고 보니 현지 마부중 한분의 집이라고 했다.

떠나기전 몽골 현지 가정에서 기르는 개는 사나우니 주의 하라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언제나 현실은 다른 법 하얀 댕댕이는 너무 순하고 순해 멀찍이 떨어져 손을 내밀어 자기 소개를 했고 가까이 다가가자 엎드려서 꼬리를 흔들어 댔다. 조심스레 머리->아래턱->등 순서로 쓰다듬자 발랑 누워버렸다. 저기 우리 오늘 처음보는 사이야!

한국에서도 이렇게 순한개는 흔치 않다!!!

점심 준비가 끝났다고 한다. 약속된 게르에 들어가자 세간 살이가 눈에 들어 왔다. 냉장고, TV, 전등이 눈에 띄었다. 한켠에는 자통차 베터리가 몇개 놓여있었다. 이 대초원까지 전기 인프라가 없으니 자동차 배터리로 모든 가전 제품을 감당한다고 한다. 가장 기대 되었던 점심이 보였다. 볶음밥, 납작한 밀빵, 말린 양젖 요거트, 그리고 몽골식 버터잼. 밥을 먹기 전에 몽골식 차를 권했다. 하얀색의 차를 한모금 마시니 그맛이....사골국이랑 비슷 했다.

몽골식 차. 후추, 소금, 파, 소면이 생각나는 맛이다.

익숙한 맛의 차(?)를 먹고 볶음밥을 조금 떠서 먹었다. 볶음밥은 맛있었지만 크게 특색이 있지 않았다. 어디서나 맛 볼수 있을거 같은 그런맛! 근데 납작한 밀빵과 버터쨈은 정말 꿀맛이었다. 차라리 밥말고 빵으로 점심을 먹을걸 하는 후회를 했다. 말린 양젖 요거트도 특색 있었다. 매우 딱딱하여 녹여 먹어야 하는데 처음에는 요거트 향이 약했지만 거의 다 녹아갈때 쯤 머금고 있던 발효향과 산미가 기분 좋게 입안을 휘감아 돌았다.

가까운 순서대로 밀빵, 말린 요거트, 버터잼

식사를 마치고 출발전까지 잠시 휴식을 취했다. 구름이 조금 끼긴 했지만 하늘은 맑고 게르 앞 강물은 하류를 향해 내달렸다. 게르 앞 강물은 가축도 마시고 사람도 마신다고 한다. 강물색은 약간 갈색인데 바닥에 있는 자갈색이 그대로 비쳐서 그렇지 매우 깨끗했다. 몽골은 건조하고 해발고도가 높아 물이 귀하다고 한다. 그래서 강물을 마시기전에 물을 이마에 세번 찍어 뭍히고 머리를 쓸어 올려 예를 차린다고 한다.

정말 몽골의 대기는 맑다.

휴식이 끝나고 다시 목적지를 향했다.점점 멀어져 가는 게르를 뒤로 하고 숲길을 따라 움직였다. 숲길은 좁고 위험하기 때문에 천천히 간다. 말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뚜벅뚜벅 걸어갔다. 나무가 만들어진 그늘 사이로 오가는 바람을 맞으며 갔다. 말들은 길게 자란 풀을 한입씩 뜯었고 귀찮은 벌레들을 꼬리로 쫓으며 투레질을 한다. 피톤치드는 덤이다.

얼마나 갔을까? 드디어 평지가 나왔다. 낙오 4인방을 제외한 분들이 그대로 내달렸다.....마지막 까지 낙오그룹이었다. 일행들이 달려간 방향을 눈으로 쫓으며 4명과 발걸음을 맞추었다. 첫날 내말이 친구와 떨어져 불안에 떨던 던게 생각났기도 했거니와 아팠다.

하늘이 흐렸다. 흐린 하늘 아래 어느 정도 가니 조금씩 툭툭 소리를 내며 빗방울이 떨어졌다. 다행히 모자의 넓은 챙이 모자가 대부분의 빗방울은 막아주었다. 잔뜩낀 구름은 해를 가려 주어 다행이다. 어차피 달리지 못 하니 천천히 가면서 주위를 둘러 보았다. 풀어놓은 온갖 가축들이 보였다. 커다란 소는 길에서 한가로이 쉬다가 자기에게 다가오는 말과 사람을 보고 놀래 벌떡 일어나 달음질 치고 송아지는 어미에게 젖을 달라고 조른다. 양과, 야크는 멀뚱멀뚱 신기한 듯 우리를 쳐다 보았다.

뒷 그룹은 나름 열심히 선두그룹과 거리를 좁히려고 애를 많이 썼다. 나도 처음에는 무릎 때문에 마부의 의도를 모른척 하였으나 나만 생각하기엔 너무 양심에 찔려 그냥 몸을 맡겼다. 비가 그치는 지역으로 들어갔고 마부의 지시대로 방향을 잡아가며 한참을 가니 선두 그룹과 만날 수 있었다.

Van der Linde가 생각난다.

10여명이 모여 천천히 가고 있었다. 어느정도 갔을까 조금씩 조금씩 풍경이 바뀌어 다시 문명세계로 발을 들였다. 옆구리에 잔득 진흙을 묻힌 차가 비포장 도로를 달리고 모터사이클을 탄 몽골인이 옆을 지나 갔다. 듣기로는 첫날 묵었던 숙소까지 간다고 하였다. 이제 신호가 잡힌 구글 지도로 위치를 확인해 보니 못 해도 2~3시간 정도 남은거 같았다. 그렇게 한참을 문명화된 시골 오솔길을 걸어가다 언덕을 넘으니 먼저 가고 있던 일행들이 말을 한쪽에 매어 두고 있었다. 중간에 다시 쉬다 가는 줄 알았으나 오늘의 승마는 끝이 났단다! 비가 와서 버스를 이쪽으로 오라고 하여 여기서 짐들을 싣고 마부, 말과 작별인사를 하고 울란바토르로 가는 버스를 기다렸다. 나의 무릎과 기립근은 착취를 이겨내고 지난 4일간의 여정을 완주 하였다. 이것만 해도 해냈다는 성취감이 올랐다. 첫날에 제대로 말도 못 타던 애가 4일동안 거의 150~160km를 완주했다! 다만, 구보를 더 일찍 하지 못한 아쉬움을 남겼지만......

마트에 들러 떨어진 혈당을 보충하기 위해 탄산음료를 사먹고 기다리니 우리의 버스가 도착하여 짐과 지친 몸을 실었다.


이 글은 시리즈 입니다. 함께 보시면 더 재밌을거에요!


1 자고로 선비는 육예(六禮)를 갈고 닦아야 한다.

2 그래서 어딜 간다고?

3 첫째 날[등산은 남의 다리로 해야 제맛!]

4 둘째 날 [이제 내 말들을 때 되지 않았니?] 

5.셋째 날 [구보 성공률 30% 달성!!!]

6.넷째 날 [마부들아 제발 내말을 보내지 말아 다오!]

7. 그리고 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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