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심리사 및 심리치료사들에게는 내담자를 맞이하고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사례개념화는 필수다.
사례개념화를 철저하게 문서로까지 작성하지 않더라도 사례개념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사례보고서 정도는 작은 사례에도 기록하기 마련이다.
사례개념화는 내담자에 대한 정보를 모아서 조직화하고, 내담자의 상황과 부적응적 패턴을 이해하고 설명하며, 상담을 안내하고 초점을 맞추고, 도전과 장애를 예상하고, 성공적인 종결을 준비하기 위한 방법 및 임상적 전략이다.
사례개념화라는 말 자체가 상담 비전공자에게는 생소한 단어이기에 좀 더 쉬운 일상의 용어로 풀어 말하자면 "어떤 내담자를 어떻게 상담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보면 이해가 쉽다.
그러나 그 구체적인 계획은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 계획보다 훨씬 세밀하고 디테일한 면이 있다.
이 사례개념화는 내담자의 정보를 모아서 적절히 조직하며, 내담자가 왜 그런 문제를 지니게 되었는지 설명하기도 하고, 내담자를 어떻게 안내하고, 내담자의 무엇에 초점을 두고 나아갈 것인가를 정하는 기준이 된다. 또한 상담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장애 요인을 미리 예상하여 그에 대비하고, 다양한 내담자의 환경 요인을 원인으로서 또는 자원으로 활용할 것을 담기도 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상담을 어떻게 목표에 근접하여 종결할 것인가를 사례개념화를 통해 문서에 담는다. 이 사례개념화를 거친 문서는 일명 '한 내담자에 대한 특화된 상담 계획서'라고 할 수 있다.
사례개념화의 요소들
사례개념화는 크게 4가지 구성요소가 있는데
진단적 공식화, 임상적 공식화, 문화적 공식화, 상담개입 공식화이다. 하나의 단계로 생각해도 무방하다.
위 네 가지 구성요소가 순서대로 진행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실제 상담 상황에서는 세부적 요소들의 순서가 뒤바뀌거나 필요에 따라 먼저 살펴보는 것도 있지만 대체로 그렇다는 뜻이다.
진단적 공식화는 아래와 같은 세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촉발 요인, 부적응적 패턴, 호소문제이다.
호소문제는 상담을 하게 된 원인이 된 이유, 문제, 행위 등이다.
촉발 요인은 호소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이며, 부적응적 패턴은 그 자체가 호소문제가 될 수도 있고, 그로 인한 결과의 고통이 호소문제가 될 수 있다.
진단적 공식화는 '뭐가 문제일까?'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정리하는 단계라고 이해하면 된다.
다음은 임상적 공식화이다.
위 그림에서 짙은 색으로 표시된 것은 앞서 설명한 진단적 공식화이다.
두 번째 임상적 공식화는 '왜 그런 것일까?'라는 질문에 대해 대답을 정리하는 단계로 생각하면 된다.
그 대표적 구성요소가 유발요인과 유지 요인이다.
유발요인은 호소문제가 발생하게 된 전반적 배경이다. 이것은 촉발 요인도 포함하는데 촉발 요인은 단발적 사건이라면 유발요인은 커다란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다이너마이트를 터뜨리기 위해서 불을 붙이여한다. 불을 붙이는 행위는 다이너마이트가 터지는 가장 직접적 원인, 즉 촉발 요인이라면 불을 붙이기 이전의 다이너마이트를 준비하고 어떤 장소에 설치하고 그 터뜨리는 시간을 정하고 하는 모든 과정은 유발요인이라고 생각하면 좀 쉽게 이해될 것이다.
유지 요인은 그러한 내담자의 문제를 지속시키거나 증폭시키는 요인을 말한다. 때로 유발요인과 유지 요인을 구분하기 어려운 사례도 있다.
임상적 공식화에서 상담자마다의 상담의 방향이 달라지는데 그 이유는 임상적 공시화 과정에서 내담자를 설명하는 근거가 상담자가 배경으로 두는 이론일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심리 역동 상담자, 인지행동 치료자. 해결중심 상담가, 정신의학적 배경의 의사 등에 따라 같은 증상을 두고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 어떤 것이 더 나은 방법이라고 규정할 수는 없지만 다양한 상담이론을 배경으로 가진 상담자가 내담자에 따른 유연한 상담을 진행할 수 있는 역량이 우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아이템이 많아지면 게임을 쉽게 풀어갈 수 있듯이 말이다.
세 번째 고려할 사례개념화의 요소는 문화적 공식화이다. 대체로 내담자의 문화적 배경 요소를 고려하는 것인데 다인종 국가인 미국에서는 이 부분의 위치가 중요한 편이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임상적 공식화의 서브적 역할만 한다고 생각해도 된다. 다만, 최근 다문화 가정이 늘어나고 우리나라 안에서의 외국인의 거주 비율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현실은 문화적 공식화의 고려를 비중이 늘어나야 함을 말한다.
그리고 문화적 공식화는 나라와 인종적 문제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초등학교에 막 입학한 1학년 신입생 아동이 겪는 적응 문제라든지, 결혼하여 새로운 문화의 충돌로 인한 부부 갈등이라든지 하는 사례는 문화적 공식화가 반드시 필요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임상적 공식화와 세 번째 문화적 공식화는 진단적 공식화와 상담개입의 공식화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상담개입의 공식화는 위 7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즉, 구체적으로 내담자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인지에 대한 요소들이다.
이 상담개입 공식화는 임상적 공식화와 짝을 이루는 경우가 많다. 임상적 공식화에서 문제의 원인을 규정하였다면 그것을 규정한 이론적 배경으로 하는 상담 기법들이 여기서 내담자와 상담자 간에 풀어질 것이다.
그런 과정을 거쳐 내담자의 문제는 상담자가 초기 계획한 사례개념화 과정처럼 이뤄질 수도 있으나 늘 변수는 있기 마련이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그런 변수를 품은 존재이다.
책에서 발굴한 교육적 이해와 적용
내담자를 이해하는 과정을 학생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
# 우리는 자주 하는 질문, "재는 왜 저럴까?"는 학생의 문제행동에서 나온다.
이 질문은 교사의 내면에서 문제가 되는 아이의 행동을 보고, 참 특이하다는 생각이나 어떻게 대처해야 될지 모를 때 종종 드는 생각이다.
그러나 혹시 그런 생각에만 멈추고 그 학생의 문제행동으로 인한 결과로 인해 고민하고 고통스러워하고만 있지는 않은가? 그 아이로 인해 올해가 얼른 가기만 바라거나 요행히 전학을 갈 수 있다면 '땡큐'라는 생각으로 아이가 떠나기만 바라는가? 아니면 견딜 수 없어서 혹시 병가를 낼 작정인가?
꼭 그만큼 힘든 아이가 아니어도 가벼운 문제행동에도 궁금하기는 하다. "쟤는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
여기에 사례개념화의 진단적 공식화를 적용해보면 어느 정도 이해를 높일 수 있다.
호소문제는 교사가 지각한 문제 행동으로, 촉발 요인은 문제행동이 (반복되어) 발생하는 상황으로, 그런 문제행동이 반복된다면 부적응적 패턴으로 정리해 볼 수 있다.
## "재는 왜 저럴까?"를 본격적으로 탐색하자.
교사인 우리는 학생들을 아주 개인적 존재로 보고 있는지 모르겠다. 발달적 측면에서 아이들을 이해하는 것은 아이들의 보편적인 행동을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되나 그런 발달적 시각으로 개별 학생에게 다가가는 것은 집단적 시각을 개인에게 적용하는 오류를 범하기 쉽다. 왜냐하면 발달적 이론은 "그 나이에는 대체로 이러이러해."라는 정보를 주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4학년 남학생은 이래, 6학년 여학생은 이래. 문제 행동을 수용하기 위한 일반적 관념으로서 이런 생각을 활용한다면 나름의 유용성이 있으나, '쟤는 왜 저럴까?'에 대한 신빙성 있는 이유를 아는 데는 그런 생각은 오리혀 편견이 되기 쉽다.
알지 못한다는 자세(Not-Knowing Posture)라고 부르는 해결중심 상담에서 제안하는 상담자의 자세가 이 지점에서 교사에게매우 정말 굉장히 진실로 말할 수 없이 중요하게 필요하다.
왜냐하면 내가 아이에 대해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쟤는 왜 저럴까?'라고 스스로 질문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 대답에 가장 잘 대답해 줄 사람은 다른 전문가가 아니라 그 아이, 자신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사는 그 문제행동을 하는 아이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문제'에 호기심을 갖고 알고 싶어 하는 마음처럼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정말 그 순간의 그 아이를 모르기 때문이다.
### 정말 알고 싶어 하는 교사에게는 학생은 정말 알려준다.
학생은 거의 자신에게 그렇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다. 심지어는 자신의 부모에게서조차.
그러면 당황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밀쳐낼지 모른다. 어색하기 때문이다.
문제행동이 강한 아이일수록 적절한 관심을 받아본 경험이 적을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적절한 관심이라는 것은 그 사람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알 때 가정 적절하게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 학생의 가장 큰 문화적 배경은 가정이다. 특히 부모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물어보자.
직접적으로 '부모님은 어떠시니?'라는 질문보다는 "부모님이 어떻게 해줄 때 너는 가장 좋니?", "너는 가끔이지만 부모님이 싫을 때도 있지 않아? 그럴 때는 언제야?" "네가 엄마라면 너만한 아이에게 어떻게 해주고 싶어?" 또는 "어떻게 하지 않을거야?"라고 물어보자.
물론 이 질문은 상당히 학생과의 래포가 쌓인 다음에 나아갈 단계이다. 일종의 문화적 공식화라고 할 수 있다. 조손가정, 한부모가정 등의 가족 형태도 문화적 배경이 될 수 있다.
##### 학교에서의 문제 해결은 학교를 즐겁게 다닐 수 있는 환경이 되면 된다.
학교가 상담치료실이나 상담센터, 그리고 소아정신과보다 훨씬 뛰어난 강점을 지닌 부분은 주말을 제외하면 매일 오는 곳이라는 데 있다.
물론 매일 오는 것은 어떤 학생에게는 문제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 이런 학교나 교실이 있다면 재빠른 각성이 필요하다. 물론 그것은 늘 학교 요인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학교는 보통의 정도의 학교인데 아이의 민감함이나 부적응적 패턴으로 학교를 부정적으로 인식할 수도 있다.
정리하면, 매일 오는 곳이기에 학교는 때로는 치료적인 역할을 드라마틱하게 이뤄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교사가 이러한 개별적 문제에 대해 의식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변화와 성장을 모색해나간다면 그 어떤 상담실이나 소아정신과보다 치료적인 교실을 만들 수 있다.
또 하나의 학교의 강점은 개인 상담의 경우 내담자 자체에 치료적 행위를 가하지만 초등학교의 경우는 한계는 있지만 학생이 처한 환경을 어느 정도 의도적으로 구성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학생 자신에게 교육적 조치를 할 뿐 아니라 적응적 환경을 구성할 수 있는 것은 학교에서의 교실이 얼마나 치료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지에 대한 힌트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