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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 주영 Feb 06. 2019

우붓에서 차례상을

우붓에서 보내는 두번째 설이다. 

간단하게 차례상을 차릴려다가, 그래도 설날인데 명절 기분을 낼 만큼은 하기로 했다.


설날 전날 아이들을 등교 시켜놓고, 한시간 거리에 떨어져 있는 Kuta에 있는 슈퍼에 장을 보러 다녀왔다.


우붓에도 Pepito 나 Bintang 처럼 큰 슈퍼가 있지만 돼지고기는 영 신선도가 떨어지고 냄새가 심해 왠만하면 손이 가질 않는다.


그래서 육류를 사야할 때나 한국 식자재가 떨어질 때는 나들이 삼아 Kuta에 있는 Papaya 슈퍼나 Grand Lucky를 다녀오곤 한다. Papaya에서는 신선한 육류와 해산물을 팔고 있고, Grand Lucky는 한국식품을 다양하게 구비해놓은 편이다. 이번에는 운 좋게도 종갓집 떡국떡과 떡볶이떡이 들어와있었다. 

설날에 떡국을 해먹을 수 있겠구나! 기뻐하며 두봉지를 집었다가, 다시 한봉지 더 그리고 또 한봉지 더 집어들었다. 총 떡국떡 4봉지, 떡볶이떡 2봉지 획득. 당분간은 냉장고만 봐도 행복하겠구나.


차트렁크에 한 가득 장본 것들을 싣고 우붓으로 돌아가는 마음이 마치 사냥에 성공하고 돌아가는 듯 뿌듯했다.


우붓에 돌아와 저녁부터 차례음식을 시작하다 보니 새벽 2시가 되어서야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자러 들어가면서 그만 육수를 끓이던 냄비의 불을 끄는 걸 깜박해버리는 바람에, 2시간 뒤 뒷수습하느라 한바탕 난리가 났었지만 나는 그것도 모르고 완전히 곯아떨어져 버리고 말았다.


새벽내 집안 가득 채운 연기 빼느라 본인도 잠 못잤을 남편이 아침에 차례상을 다 차리고서 나를 깨웠다.

어젯밤 불날 뻔한 에피소드를 나누며 서로 설 준비하느라 고생했다 덕담 나누고, 아이들을 깨워서 한복대신 제주도에서 온 갈옷을 입혀 차례를 지냈다. 


차례음식으로 아침상을 차리니 명절 기분이 물씬 난다.

아침밥을 먹으며 설날 아침부터 불 날 뻔했으니 아무래도 2019년도는 대박이 날려나보다 라고 농담도 주고 받았다. 제이는 주오한테 누나한테도 세배하라고 시키더니, 제 동생에게도 새뱃돈도 턱하고 줬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우붓에서 두번째 설날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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