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언제나 비슷한 보통의 일요일이었다.
어제밤에 물이 쏟아져 내렸던 물탱크가 다시 정상동작 하는지 확인하는 것으로 아침을 시작했다.
수영장의 물 색깔이 아무래도 이상해 펌프를 확인해보니 물펌프 필터 파이프가 고장이 나있었다.
뙤약볕에서 종은이 한참을 공구를 들고 끙끙 거리고 난 뒤 겨우 고쳤다.
볕이 뜨거웠던 오전 내 이런 저런 수리들를 하고 집안일을 하느라 지친 우리는 얼음을 잔뜩 넣은 아메리카노를 벌컥벌컥 마셨다.
이제 좀 쉬나 했더니 어디선가 스믈스믈 쓰레기 태우는 냄새가 난다.
요즘 또 쓰레기 태우는 시즌인지 어제부터 온 동네에 연기가 자욱하다. 문제는 태우는 쓰레기의 대부분은 각종 플라스틱과 스티로폼이기 때문에 그 연기를 맡기가 여간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다.
재빨리 바깥에서 놀던 아이들을 집안으로 들어오게 한 후 온 창문을 꼭꼭 닫았다.
그러고 난 뒤 얼마전 산 공기청정기를 틀었다.
하지만 이미 온 집안에 들어오기 시작한 매캐한 쓰레기 태우는 냄새들을 정화시키기에는 너무 작은 공기청정기였다. 오후 내내는 연기와의 싸움이었다. 서울의 미세먼지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클지 아니면 플라스틱과 스티로폼을 태우는 연기가 클지 매우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한차례 연기와의 싸움을 마치고, 욕실에 들어갔는데 뭔가 느낌이 이상하다.
천장을 쳐다보니 쯔짝 두마리가 싸우고 있었는데, 쯔작 한마리가 다른 쯔짝의 꼬리를 물고서 놓아주지 않고 있었다. 직접 이런 광경을 보기는 처음이라 아이들을 큰 소리로 불렀다.
온 가족이 쯔짝들의 싸움을 구경하며 꼬리를 물린 쯔짝을 응원했다.
그리고 싸움은 꼬리를 물린 쯔짝이 꼬리를 순식간에 떼고 잽싸게 도망가는 것으로 끝났다.
이제 좀 쉬자 하는 순간 다시 또 연기가 밀려온다.
이번에는 바로 옆옆집에서 쓰레기를 태우시 시작한지라 더욱 더 독하다.
오늘 유난히 볕이 뜨거웠던 지라 창문을 다 닫은 집은 너무나 더웠다.
저녁을 먹고,
우리의 주말 저녁 이벤트인 Nintendo Wii 게임을 한 뒤
8시가 되자 아이들을 침대에 뉘웠다.
거실을 정리하며 종은이 "오늘 왜 이렇게 피곤하지..." 라고 중얼거린다.
왜긴, 보통의 일요일었으니 피곤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