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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단 Mar 22. 2017

Rolling Hills (산설고 물 설다)

손바느질로 만든 그림

도시를 가운데 두고

양쪽에 길게 남북으로 늘어선

Rolling Hills.

그리 높지도 험하지도 않은

둥글둥글한 언덕들이

겹겹이 줄지어 달리는 모습.


나무가 거의 없는

온통 풀로 덮인 언덕들,

덥고 건조한 이곳의 기후 때문에

일 년의 거의 대부분이

말라버린 건초로 덮여있어

멀리서 보면 그냥

누런 민둥산 같다.


Rolling Hills,  

처음 이곳에 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나에게 가장 인상적인 풍광이며

내가 사는 동네 어디서든

시야에 걸리는 물리적인 배경이다.


친정어머니께 물려받았던

나이 든 모시 두필.

풀을 먹여 오래 보관한 탓에

군데군데 얼룩이 져 있고

수작업으로 짠 탓에

올이 좀 고르지 않아

간간이 늘어진 부분도 있는,

이 해묵은 모시의

까슬까슬한 얼굴이

나는,

다정했다.


안동시 안흥동 310-21 번지

이 장희 씨가

오십 년 전에 손으로 짠   

모시를 잘라

비단실로 손바느질 해

만든 Rolling Hills.

그 한 부분인

우리 집 뒷산을 만드느라

반투명의 모시 조각들을 만지면서

두 해를 보냈다.


나 살던 나라 산들과는

너무 다른,

나를 쉽게

이방인으로 만들어버리는

언덕들이지만

그리운 산들처럼

구름이 걸려있고

바람이 불고

풀이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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