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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단 Mar 10. 2017

Notebook sleeve

손바느질로 만든 물건

전통 보자기를 만들다 보면, '그런 보자기를 만들어서 어디에다 써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거 밥상보로 쓰는 그건가요?'라고 묻는 이도 있다.


몇 달이 걸려 보자기 하나를 만드는 나는 작품이라 여기지만,  그래도 장르가 공예인지라 실용성을 떠나서 생각하기는 어려운가 보다.


물론 갈고닦은 바느질 솜씨로 가방도 만들고, 집에서 쓰는 커튼과 쿠션 등도 다 손바느질해서 직접 만들고, 선물용 액세서리나 카드 등도 다 손바느질해서 만들지만 그런 실용적인 소품들 중에서도 요긴하게 쓰고 있는 몇몇 물건들 중 하나가 노트북이나 태블릿 등을 넣어 다니는 케이스이다.  

요즈음엔 다들 여러 개씩 가지고 있기도 하고 그 크기도 다양해서, 그냥 컴퓨터용 가방 하나 만들어 이것저것 넣어가지고 다니는 것을 넘어서 각각 크기대로 하나씩 만들어 옷 입히듯 씌우게 된다.


노트북 슬리브(Notebook Sleeve), 이름도 참 마음에 들었다.  

노트북 케이스(Notebook Case)도 아니고 노트북 커버(Notebook Cover)도 아닌 '소매'라니......

마치 옷의 소맷자락같이 손끝에 노트북을 들고 다니기 때문인듯하다.  아니면 노트북을 보호하기 위해 둘러 끼우는 커버라서 슬리브라 부르는지도 모르겠다.  테이크 아웃 종이 커피 컵에 뜨거울까 봐 한 겹 더 둘러 끼워주는 두꺼운 종이 밴드를 슬리브라 부르는 것처럼.  누가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는지 모르겠지만, 무릎 위에 놓고 사용한다고 해서 노트북을 Laptop이라고 부르는 것만큼 재미있는 이름이다.


뭐 그런 걸 다 눈 빠지게 손바느질 해 만드느냐는 소리를 들을 때도 있지만, 마음에 드는 원단을 골라 크기에 맞게 자르고, 바늘땀이 드러나게 꼼꼼하게 손바느질해 만들어 놓으면, 재봉질로 만든 것보다도 훨씬 튼튼하기도 하고 또 어디에 갖다 놓아도 내 것임을 딱 알아볼 수 있는, 세상에 하나뿐인 물건이 된다.  

더러 누군가가 갖고 싶어 해  선물용으로 만들기도 하지만, 똑같은걸 또 만들어 본 적은 없다.  원단이나 모양이나 하다못해 안감이라도 다르게 해야지, 똑같은 것을 두 개 만들기는 싫은 탓이다.    


작은 물건들, 즉 소품을 만드는 것은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다.  어떤 소재를 사용하느냐, 단추나 지퍼를 다는 위치, 접히는 모양, 손잡이나 끈의 종류와 길이에 따라서 느낌도 달라지고 또 사용하기에 더 편하거나 불편한 물건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소에도 물건들을 눈여겨보고 사진을 찍어 놓고 들여다보면서 궁리를 하기도 하고, 도면을 꼼꼼하게 그리고, 가끔은 잘 기능하는지 보기 위해 샘플을 만들기도 한다.  여러 가지 경우의 수 중에 하나를 선택하고 그에 따라 만들어 그 결과가 내 예상과 딱 맞아떨어질 때의 즐거움이 바로 만들어 본 사람만 알 수 있는 특별한 재미이다.

그 맛을 알아버렸기 때문에, 몇 달씩 걸려서 커다란 작품을 만드는 그 와중에, 작업 테이블 위에 수북이 쌓인 비단 조각들을 잠깐 밀어둔 채, 짬을 내어 소품 하나를 만들고 싶어서 손이 근질근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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