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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쓰담 Apr 08. 2024

어디까지 깜빡해 봤니

남편은 시원하게 내리는 비를 뚫고 밀크티를 가지러 갔다. 이마트에 갔다가 카페에서 결제만 해놓고 정작 밀크티는 두고 와버렸다. 음료를 만드는 동안 요구르트를 보고 있는 남편과 아이를 잠시 보고 오려고 했는데 그 길로 다 같이 마트에서 아주 나와버린 것이다.


길 건너 키즈카페에 도착했는데 순간 아차 싶었다. 남편에게 말하니 다녀오겠다며 나섰다. 비가 오고 길도 건너야 하고 여기 키즈카페는 3층이고 저기 카페는 지하에 있다. 무엇보다 비가 와서 더 미안해졌다.

( •_•)( •̄ _ •̄ .)


사실 처음이 아니다. 더 어마무시했던 적었다. 크다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기저귀를 신나게 갈고 분유를 먹이고 트림을 하고 재웠다. 조용히 방을 나왔다. 손에는 기저귀와 젖병과 손수건과 아기 옷이 들려있었다. 한바탕 휘몰아쳤다.


'기저귀랑 젖병은 어디 갔지?'

세탁기를 돌리고 거실에 앉아 한숨을 돌리는데 순간 손이 허전했다. 온 집안을 돌아다녔다. 냉장고도 열어보았다. 집안 어디에도 없었다. 순간 설마 하는 생각이 들몸은 이미 세탁기로 향하고 있었다. 세탁기를 멈추고 문을 열었다. 옷을 뒤적거렸다. 섬유유연제 시트 같은 것이 어장 보였다.


"에이~ 설마아...."

말꼬리는 점점 흐리멍덩해졌다. 그러다 젖병을 찾았다. 종이 섬유유연제 같던 것은 겹겹이 분리된 기저귀였다..


2023.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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