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날, 첫 번째 이야기
* 두 번째 에키벤
오늘은 히메지와 오카야마로 가는 날입니다. 신칸센을 여러 번 타는 날이기도 하고, 두 번째 에키벤을 먹는 날이기도 합니다. 이제 자연스럽게 역으로 향해 에키벤을 샀습니다. 오늘도 역시 뭘 먹을가 고민하다가 장어가 있는 에키벤을 샀습니다. 기차에 올라 에키벤을 열어보니 히메지 명물이라고 큼지막하게 써 있었습니다. 히메지 가는 길에 딱 맞는 에키벤입니다. 배가 고파 에키벤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10점 만점에 8점 정도 줄 수 있는 에키벤이었습니다.
히메지까지 가는 길은 신칸센을 타고 갔습니다. 신칸센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이번에 탄 신칸센은 신칸센 히카리입니다. 아마도 잘은 모르지만 느린 편에 속하는 신칸센인 것 같습니다. 신오사카역에서 히메지까지는 다른 신칸센과 비슷한 시간이 걸리지만 그 이후부터는 시간 차이가 많이 나는 것 같습니다. 거의 텅 빈 객차에서 창 밖을 보며 기차여행을 즐겼습니다. 빠르기는 무지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밥 먹고, 창 밖을 보니 금새 히메지역에 도착했습니다.
* 높은 건물에서의 단상
히메지역에 곧 도착한다는 방송이 나오기도 전, '백로'라는 히메지성이 눈에 확 들어옵니다. 역에서 나와 히메지성 쪽으로 걸음을 옮기는 순간부터 히메지성이 눈 앞에 펼쳐집니다. 히메지에 온 게 실감이 납니다.
히메지성은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유일한 성이라고 합니다. 터만 있었던 후쿠오카의 성, 천수각만 기억에 남는 오사카성과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뭔가 더 꽉 차있는 듯한 느낌, 알차게 있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오사카성과 대비되는 가장 큰 차이점은 천수각이었습니다. 천수각이 가장 중요한 성의 랜드마크임은 같았지만 이를 대하는 방식은 크게 달랐습니다. 오사카성에서는 그저 천수각 꼭대기에 오르기 바빴다면, 히메지성의 천수각은 신발을 벗고, 과거 사람들이 생활했던 곳 하나하나를 거쳐 올라갈 수 있게 해 놓았습니다. 천천히 한 층, 한 층 올라가면서 이곳에서 어떻게 살았을까 상상해 보는 재미도 있었고, 구석구석 원하는 곳을 볼 수 있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이곳 저곳 구경을 하고 난 뒤에 비로소 히메지성의 천수각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높은 건물을 만들어, 높이 올라가고자 합니다. 저 역시도 여행을 할 때면 항상 그 도시에서 높이 올라갈 수 있는 꼭대기에 올라가곤 했습니다.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는 것이 주는 황홀함과 쾌감, 시원함이 있기 때문입니다. 천수각에 오르니 드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히메지성 천수각 꼭대기에 올라 옛날 옛적에 살았던 히메지성의 영주는 이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하는 상상을 해봅니다. 넓게 펼쳐진 자신의 땅을 보며 뿌듯했을까요. 언제 쳐들어 올 지 모르는 적을 생각하며 두려워했을까요. 나름의 상상을 해보자면 주변 그 어느 곳보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아 조그맣게 보였을 히메지를 보며 분명 뿌듯함을 느꼈을 것 같습니다. 나름의 상상을 끝내고 히메지성을 떠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