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것에 시간을 쓰자
해외 출장이 잦아지면서 비행 시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쓸 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보통 논문을 읽고 쓰거나 발표자료를 만드는데, 장시간 비행에 일만 하면 지루하고 피곤합니다. 그래서 책을 읽기로 했습니다. 너무 어렵지 않은 흥미 위주의 책을 들고 타고 있습니다. 이착륙 시간이나 식사 직후에는 노트북을 집어 넣어야하기 때문에 틈틈이 읽을수 있어 좋습니다.
얼마전 출장에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이라는 소설을 읽었습니다. 귀국하는 비행편에서 읽은 구절이 인상 깊었습니다. 문장이 정확하게 기억은 안나지만 '열 일곱 살때는 시간이 무한하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아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깊이 공감하는 바였습니다. 40대에 들어서면서 신체의 건강함도 예전과는 달라졌고, 이제는 살아온 시간보단 살아갈 시간이 더 적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요즘 기준으로는 이른 나이인 20대에 결혼하고 아이도 30대 초반에 가진 덕에, 30대는 내내 육아와 집안일, 연구만하며 지냈습니다. 친구들은 아직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던 시기에 말이죠. SNS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며 그들과 함께 놀지 못하는 제 신세를 한탄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 때는 아직 몰랐습니다. 나의 삶은 유한하다는 사실을.
아이가 어느 정도 성장하고 육아에서 교육으로 넘어가는 지금, 부모가 담당하던 시간의 상당 부분을 학교와 학원이 대신해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나의 시간은 유한하며, 그 시간은 지금도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관점을 약간 바꾸게 되었습니다. 일도 중요하지만 다음 두 가지에 시간을 일부 할애하게 되었습니다.
1. 지금 유한한 시간을 더 의미있게 쓰자.
2. 남은 시간이 줄어드는 속도를 늦추자.
1에 대한 실행 방안으로 취미를 다시 갖게 되었습니다. 대학생 때의 취미였는데 한동안 놓고 있다가 다시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물론 시간 내기가 꽤나 힘들어서 일주일에 많아야 하루 이틀 정도 밤 늦게나 그 취미를 연습하러 가게되지만 삶에 활력이 생긴 것 같아 좋습니다.
2는 건강한 신체를 통해 노화를 늦춤으로써 이루고자합니다. 잠을 충분히 자는 것과 운동을 하는 것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평소 학기 중엔 1시 넘어서 잠들어서 아침 일찍 나가다 보니 항상 피곤했는데 이제는 빠르면 11시, 늦어도 12시 이전엔 자리에 누으려고 합니다. 매일 6-7시간은 자니 몸이 가벼워졌습니다. 그리고 강의가 없는 날은 아침에 1시간 정도 웨이트를 하고 출근합니다. 일찍 일어나니 운동을 하고 와도 9시 정도에는 자리에 앉게 되네요.
만약 결혼과 출산이 늦었다면, 소중한 줄 모르고 놀며 보냈을 20-30대의 시간들이 꽤 많았을 것 같습니다. 뒤늦게 그 유한함을 깨닫고 시간을 잘 활용하고 싶어도 육아로 인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저씨 같은 잔소리로 끝을 맺자면... 결혼을 할거면 일찍하고, 출산을 할거면 빨리하자, 라는 메시지를 남기며.. 만약 안할거면 이 글에 신경쓰실 필요 없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