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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로이 Jun 14. 2018

[몬트리올] 누구라도 좋아 Upstairs Jazz

예술의 도시 몬트리올에서 즐기는 한 밤의 재즈

긴 겨울잠을 지나 도시가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어제부터는 봄의 시작을 알리는 봄비가 내려 도시를 촉촉이 적시고 있다. 덕분에 길가에 쌓여 담을 형성하고 있던 눈들이 녹아내린다. 차갑고 우울했던 분위기가 오히려 봄비의 톡톡 튀는 리듬을 통해 예열을 하는 듯하다. 산뜻한 봄비의 선율을 더 즐기기 위해 몬트리올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 중 한 곳을 다시 찾았다.


몬트리올은 캐나다 예술의 중심지다. 도시에만 10곳이 넘는 박물관과 미술관이 있다. 거리의 곳곳에는 악사들로 넘쳐난다. 비교적 소탈한 옷차림을 자랑하는 캐나다의 다른 도시와 달리 패션피플로 넘쳐나는 도시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재즈는 몬트리올을 즐기기에 가장 탁월한 방법이다. 다양한 문화와 인종이 섞인 몬트리올에는 자신들만의 독특한 특성을 가진 로컬 뮤지션들로 가득하며, 세계에서 가장 큰 재즈 페스티벌이 열리는 도시이기도 하다. 하지만 비단 페스티벌 기간뿐만이 아니라 평소에도 재즈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많다.

영어수업을 마치고 Concordia University근처에 위치한 <Upstairs Jazz Bar & Grill>을 찾았다. Rue Mackay에 위치한 이 곳은 반지하의 아늑한 공간에서 간단한 음식, 음료와 함께 매일 재즈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장소다. 매일 밤 8시부터 공연이 시작되는데, 홈페이지를 통해 뮤지션들의 스케줄을 알 수 있다. 각 뮤지션들에 따라 공연료는 조금씩 다르다. 무료 공연도 있으며, 적게는 CAD$8에서 많게는 CAD$15까지도 한다.


몬트리올 Concordia University 근처의 유명한 재즈바 Upstair Jazz Bar


재즈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가득하지만 그렇게 북적이지도 않아서, 혼자 온다면 바에 앉아 음악을 즐겨도 좋다. 하지만, 일행과 같이 온다면 미리 전화를 해서 예약을 해두는 것이 좋겠다. 오늘은 특별히, 몬트리올에서 만난 귀한 인연, 내가 정말 좋아하는 D 형님 부부와 함께 오기로 했기 때문에 전화로 예약을 했다.

사실 이번이 첫 방문은 아니다. 지난 첫 방문에는 혼자 Upstairs를 찾았다. 바에 앉아 음료를 한잔 시켜 놓고 공연을 즐겼다. 재알못인 나는 그냥 그 음악이 뭔지도 모른 채 즐긴다. 그게 좋다. 그날의 공연은 'Kalmunity Jazz Project'라는 밴드였는데, 흑인 여성 싱어와 함께 피아니스트, 드러머, 베이시스트 그리고 색소포니스트까지. 재즈와 블루스의 감성이 넘치는 밴드였다.

무겁지 않은 분위기에 사람들도 딱딱하지 않고 음악을 그저 즐기고 있으니, 나도 절로 몸이 흔들흔들거린다. 특히, 색소포니스트 형의 즉흥연주가 아주 최고다. 별로 음료를 마시지도 않았는데, 분위기와 음악에 취한 것 같다. 그렇게 2시간을 홀로 그 분위기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집으로 돌아왔다. 


Upstair 에서는 거의 매일 라이브 공연이 펼쳐진다.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음악을 들을 수 있어서 좋다.


D 형님 부부와 함께 다시 찾은 날의 공연은 재즈 피아니스트 Jonathan Turgeon과 함께하는 피아노 트리오의 공연. 지난 소울 넘치는 공연과 다르게, 잔잔한 피아노와 콘트라베이스 그리고 기타가 주인공들이었다. 때로는 잔잔하면서도 때로는 격정적이고, 끝날듯하면서도 끝나지 않는 음악 하나하나가 다 너무 좋았다. 또 어찌나 다들 인상도 푸근하고 좋아 보이는지.



아름다운 선율, 적당한 대화의 소음, 커플의 마주 잡은 손. 완벽한 시간이다.


D 형님 부부와 함께 수다도 떨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마시던 와중, 갑자기 '와~'하는 소리와 함께 우리의 귀를 홀려버린 곡이 있다. 도입부부터 우리 모두를 홀려버렸던 곡. 그 곡이 연주되는 시간만큼은 수다도, 음식도 멈추고 그 곡에 집중했었던 것 같다. 나도 사진이나 영상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일랑 접어두고 그저 눈을 감고 연주를 즐겼다.


Jonathan Turgeon 피아노 트리오 공연


연주에 앞서 Jonathan이 곡 제목을 말해주었는데, 처음 들어보는 단어라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래서 연주가 끝나고 난 뒤, 그에게 다시 곡의 제목을 물었다. Jonathan은 친절하게 'Isfahan'이라고 알려주었다. 생소한 단어. 온라인에 바로 검색을 해보니, 재즈 연주곡으로 아주 유명한 곡이었다. 역시 재알못은 갈길이 구만리입니다.

이후에도 몬트리올에 사는 동안 여유가 되면 항상 Upstairs에 들렸다. 한국에 있었을 때는 전혀 가지지 못했던 취미다. 
세상에 Upstairs와 같은 곳은 찾으면 많겠다만, 몬트리올에서 즐기는, 내가 생활하는 일상에서 쉽게 즐기는 재즈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게 나에게 다가온다.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그래, 내가 이래서 몬트리올에 오려고 했지', '몬트리올에 오길 참 잘했어'하는 생각이 든다.


또 나 홀로 방문해 보싸노바의 흥을 즐겼던 순간을 추억하며..!



Upstairs Jazz Bar & Grill

1254 Mackay St, Montreal, QC H3G 2H4, Canada

upstairsjazz.com



in Montre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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