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지연 Jan 30. 2019

하고 싶지 않았는데 정말

짝사랑



눈을 피해서도 안 되고 마주쳐서도 안 된다.
의식적으로 눈을 마주치다 피하기를 반복했다.
옆에서 나란히 걸을 수 없어 앞서 걸었다.
정말 세심히 준비했으면서
대충한 것처럼 얼버무렸다.
난 너를 바라보는 눈빛, 너를 바라보지 않던 눈길,
대답과 대답하지 않음,
왼발과 오른발을 엇갈려 옮기는 발걸음,
바쁘게 움직이던 고개짓,
테이블 위를 왔다갔다 하던 손짓.
어느 것 하나 생각하지 않고 하던 게 없었다.
어느 것 하나 너를, 생각하지 않고 하던 게 없었다.

그래서 난 항상 내가 아닌 채로 네 앞에 선다.



매일 똑같은 하루에 유난히도 낯선 감정이 찾아올라치면, 그 감정을 뿌리치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매일이 비슷한 나날이라, 비슷한 감정들이 생기고 졌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다른 감정이 다가오는걸 알아차리긴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그 감정을 뿌리치는 과정 모든게 너를 생각하는 감정이었고, 시간이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내 생각은 이미 온통 너로 가득차 있었다. 너에 대한 생각과 감정이 내 하루의 기분을이끌었고, 밤에는 잠 못 이루기 일쑤였다. 분명 매일매일 몰아냈다고 생각했는데, 그 감정들은 어느새 내 일상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이제 너를 떠올리는게 일상이 되어서, 그래서 낯섬을 느끼지 못할 익숙한 감정이 되어버려서 미처 알아보지 못했던 걸까. 너를 좋아하는게 내 하루가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사람 마음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내 마음을 보며 매일 느끼면서도 너의 마음이 나에게 오지 않는게 사무쳤다. 나였기에 너의 마음을 얻을 수 없는것 같아, 차마 나를 좋아할 수 없었다. 네가 나에게 마음이 없는 것을 내 탓으로 돌릴때가 많았다. 내가 너를 좋아하는 것도, 네가 나를 좋아하지 않는 것도 사실 누구의 탓도 아니었다. 하지만 네가 언젠가 좋아하게 될 사람이 내가 아니라는 사실에. 그건 내 탓이 아닌데, 사실 내 탓이기도 한 것 같아서. 나를 한참동안 미워했다.


그러다가도 어느날은 내가 안쓰러워 토닥였다. 사랑을 못받는 짝사랑 노릇을 스스로에게도 할 필요는 없지 않냐며 다독였다. 나를 미워하는 날이 많아질수록 내 안에서 사랑을 받고 싶어하는 나 역시 짝사랑을 하고 있었다. 다른 누군가를 부러워하고 바라는 내 모습에 상처를 받았다.


그렇게 짝사랑을 오래했다. 그것도 두 사람을. 결국 너의 사랑도 나의 사랑도 얻지 못했다.





작가의 이전글 할아버지에 대한 단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