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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nie Dec 19. 2021

Modern Love, 현대 뉴욕의 ‘사랑’이란

The Race grows Sweeter near its Finallap

 아마존 프라임을 구독했다. 구독료 총량의 법칙이라고, 티빙과 왓챠를 해지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신규 구독을 시작했으니 아쉽게도 월별 고정금액은 변하지 않은 셈이다. 그래도 남들이 안 보는 것을 찾아내는 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적절한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특히 아마존 오리지널 시리즈 중에는 숨겨진 보석이 꽤 많다. <모던 러브>는 내가 아마존에서 발견한 첫번째 보석같은 타이틀이다. ( 심지어 에미상 노미네이트작이다)

Modern Love, Season 1 / Amazon Prime Original

<모던 러브>는 뉴욕타임즈에 연재되었던 칼럼을 바탕으로 각색한 아마존 프라임 오리지널이다. 8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는데, 회당 30-40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잔잔하게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8개의 이야기는 모두 뉴욕에 살고 있는 8명 개인, 커플, 친구 그리고 그 주변에 대한 이야기다. 주인공은 다양하다. 전개는 뻔할 때도 있지만 관계는 전혀 뻔하지 않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로맨스’보다 넓은 차원의 러브를 다루고 있어서 넋을 놓고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들이 느끼는 휴머니즘을 함께 느끼게 된다. 한 명 한 명의 캐릭터와 에피소드 이야기를 하면 끝이 없겠으니, 이 시리즈의 백미인 부분만 기록해 두려고 한다. 마지막 에피소드의 마지막 15분 가량이다.


카메라는 켄지의 장례식에서 나와 뉴욕 거리를 달리는 8화 마고의 걸음을 따라간다. 갑자기 뉴욕 시내에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카메라는 8화 마고에서 7화 칼라의 밴으로 옮겨가고, 1화 매기로, 다시 그녀를 2화 조슈아가 지나치고, 그가 지나치는 카페에서는 5화의 롭과 야스민이 만나고, 그 옆의 3화 렉시로, 4화 테니스 코트의 데니스와 사라로, 6화 매디로, 그리고 다시 마고에게로 이동한다. 이렇게 ‘비’라는 wrap up 장치를 통해 카메라와 감독은 지금까지 나왔던 모든 회차들의 인물들이 뉴욕이라는 같은 공간에서 어떻게든 서로를 지나쳐 가는 현상을 조감으로 보여준다. 서로 상관없는 타인들의 각자의 스토리가 같은 시간과 공간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 <모던 러브> 시리즈를 관통하는 테마라고 말하는 것처럼, 이 15분 엔딩 시퀸스의 임팩트는 꽤 컸다. 지금 우리 주변에도 내가 길을 걸으며 지나쳐 가는 모든 사람들 개개인에게 한 회차 분량의, 혹은 그 이상의 사연과 감정과 스토리가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색다르게 느끼게 되어 그 임팩트가 더 크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3화의 렉시와 1화의 매기. 특히 매기는 시리즈 전체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고 이입해서 본 인물이었다!

1993년도의 영화 <Short Cuts> 도  LA에 살고 있는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다루고 있다. 뉴스캐스터 남편과 아내, 예술가 커플, 낚시 여행을 간 남자들 등 영화 초반에 각자의 스토리는 독립적으로 전개된다. 영화 후반부에서 인물들이 우연히 서로 만나게 되며 각자의 스토리는 결합되고, 영화의 엔딩 시퀸스에서 LA에 발생하는 ‘지진’이라는 이벤트를 통해 개별의 이야기들은 하나로 묶인다.


<Short Cuts> 의 지진과 <모던 러브>의 비는 공통적으로 해석될 만한 부분이 많다. 앞서 언급했듯이 둘 다 자연재해 혹은 날씨로서 이야기 간의 간극을 수평적으로 관통하며 이어주고 있다. ‘동일한 시간’에 사는 사람들의 여러 이야기라는 전체적인 구조를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wrap up device로서 같은 시간에 발생하는 자연적인 현상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을 테다. 또한 이러한 자연현상은 재력이나 지위에 상관없이-<모던러브>의 경우엔 어떤 사랑의 형태에나 상관없이-모두에게 찾아온다는 사실도 이를 활용하기 매력적인 시퀸스로 만든다.

앞서 언급했던 <모던 러브> ‘ 긍정적인 테마나 임팩트 외에 비판적으로 해석될 만한 부분도 있는데, 바로  장치를 활용한 엔딩 시퀸스는 인물들 각자의 (발생가능한) 고통을 지우고 급작스러운 해피엔딩을 지어버린다는 것이다.  <Short Cuts> 에서 지진 이후 인물들은 각자가 고뇌하던 일들을 망각한다. 사망자는 잊혀지고 사건에서 벗어나려던 고민도 사라진다. <모던러브>에서도 보여지지는 않았지만  회차의 인물들은 선택에 따른 또다른 고민과 불행한 사건들을 맞이할  있다. 하지만 ‘   모두가 행복한 상태임을 보여주면서 조금은 강제적인 해피엔딩을 맺어버리는 연출은 너무 이상적이라는 비판의 여지가 있을  있다. 흔히 판타지 영화에서 망각의 도구로 활용되는 ‘비’가 장치로 활용된 것 역시 이 해석에 약간의 힘을 실어줄 수 있지 않을지 싶다.

1993년작 레이몬드 카버의 <Short Cuts> /  엔딩시퀸스의 지진 직전 장면이다

여담으로, 위에서 말한 ‘비’와 ‘지진’처럼 같은 시간의 다른 이야기들을 엮은 엔딩 장치와 반대로, 다른 시간이지만 같은 공간의 다른 이야기들을 엮은 장치는 <와이 우먼 킬 1>에서 찾아볼 수 있다. 왓챠 익스클루시브에서 볼 수 있는 이 시리즈는 (내가 왓챠에서 가장 좋아했던 시리즈이기도 하다!) ‘집’을 장치로 3가지 다른 시대를 엮고 있는데, 연출과 색감과 스토리 모두가 잘 맞아떨어지는 타이틀이니 아직 보지 않았다면 정주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CBS, <Why Woman Kill> Season 1 /  왓챠에서 볼 수 있다

아마존 프라임은 처음 써보는 플랫폼인데도 불구하고  X-ray 기능 등 시청자에게 제공하는 정보가 방대하고 UX/UI 역시 편리하다. 씬별 캐스팅리스트, 비하인드, 제작과정 등은 IMdb 기반의 정보들이라 그 양과 질이 잘 갖춰져 있는 것 같았고, 아마존이 기존회원 락인을 위해 런칭했던 초기목표를 고려하면 생각보다 플랫폼 완성도가 매우 높았다. 다른 아마존 오리지널들도, 무엇보다 <모던러브> 시즌2 도 있었는데 디즈니플러스와 함께 당분간 열심히 탐방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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