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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lla Sep 24. 2019

창작과 압박

하하버스를 파괴하자

하하버스.


하하의 하하버스 처럼. 나도 항상 그런 공상 속에 빠 져지 냈다. 상황을 만들고, 어떤상황에서도 나는 괜찮은 사람인데 그걸 몰라. 결국 바라는것은 인품이고 능력이고 꽤 괜찮은 사람인데 겸손하고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연예인이나 유명인처럼 환호를 받는것은 아니고 그저 소소하게 괜찮은 사람. 그렇다고 또 친절하고 좋은사람은 아닌데 성과를 잘 내는 사람이면서 인품도 멋지고 필요할때면 나보다 약한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그런 스파이더맨 같은 평범하면서 히어로를 겸할 수 있는 사람. 


평범한 직장인 히어로를 모티브로한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마스코트 <허그맨>


하지만. 히어로가 괜히 히어로인가. 나는 보통사람인데 자꾸 히어로적인 마음으로 하하버스를 창조하고싶어하니 자꾸 안밖으로 탈이난다. "난 그래도 쟤보단 괜찮잖아" 라는 후진 마음이 들때마다 스스로를 얼마나 저주했는지모른다.

나는 왜 그런 하하버스를 창조하고 그안에 멋진사람이 되고싶어했을까. 누구도 나를 인식하지않는데 혼자 멋진 사람이 되고싶어. 라는 마음은 주변의 압박때문이었던것 같다.


 기대감을 많이 받는 사람일수록 그 기대감은 거대한 압박(pressure) 이 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든다. 


"아 저렇게 하다간 망할것같으니까 하지말자." 

"아 저길로 가면 헤맬것같으니까 하지말자."

"아무것도 하지않으면 안될것같으니까 욕을 안먹을 만큼만 뭐라도 하자. "

기대를 많이 받는 사람은 창의력이 죽는다는 연구결과도 있지 않은가. 특히 부모님이 자식에게 기대가 클 경우엔 도전보다는 당시 사회가 요구하는 정답을 항상 따라가게 되는것 같다. 욕먹지 않기 위해 20년을 살았다는 성유리처럼. 부모님의 기대감을 배신하지않기 위해 20년을 살았다.






나는 만화가가 되고 싶었는데. 만화는 예술의 경지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만화가가 되고 싶다고 하니 부모님과 친척들, 선생님 (1945 ~ 1965년생쯤)  아버지 세대의 많은 사람들은 나의 꿈을 가로 막았다. 


" 너 만화가가 얼마나 힘든직업인지 아니 3D 직종이랑 똑같아."

" 요즘 만화책방들 다 문닫는거 안보이니 얼마나 사양 산업인데 만화를 하려고"

" 거기서 성공하는거 한두명이야. 연예인같은거지. 문하생도 몇년은 해야한데."


등등등의 회유는 물론이고.


대여점에서 빌려온 만화책을 갈갈이 찢어버리고 배상해야하는 책값을 주지않아서 만화책방아줌마를 2주동안 피해다녔다. 애들이 빌려온 책에 상해를 가하거나 버리거나 매질을 하는게 그때당시 부모님들의 트렌드 이기도 했던것같다. ( 이불에 오줌싸면 발가벗겨 내쫓아 소금을 얻어오라는 야만의 시대에 살았으니, 시대상이라는게 이렇게 무섭다. ) 용돈도 안받던 초등학생은 결국 엄마지갑속의 돈을 훔쳐 만화책값을 배상했다. 만화책을 봤는데 도둑질까지 해야하니 양심이 너덜너덜 해졌다. 너무나도 폭력적인 경험이다. 

화이트컬러와 블루 컬러- 를 가르키시며, 만화가는 블루 컬러 노동자라고 했다.  돈을 아무리 벌어도, 만화가는 블루 컬러 노동자이고 넌 기자나 공무원이나 수출입은행에 취직해서 화이트컬러 노동자가 되거라 라고....  


만화책은 그렇게도 나쁜가.? 

당시의 부모님들은 만화책을 읽지도 않고 찢었다고한다. 엄마가찢은 그책은 이노우에 다케히코 의 <슬램덩크> 였다. 16.17 권이었던걸로 기억한다. 부모 세대의 엄마들은 슬램덩크가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고 그 만화책 비지니스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먹고사는지 몰랐다. 그 만화를 그리는 사람은 나쁜사람, 보는사람도 나쁜사람인데 국문학과를 나와서 그 만화에 나오는 글을 교정하는 사람이 되거나, 유통하는 사람이 되거나, 그 만화를 홍보-마케팅 하는 회사원이 되면 그건 고상한 일 (화이트컬러 노동자가 하는일) 이라고 생각하셨다. 만화책이 그렇게 좋으면 만화책 출판사에 취직해서 월급을 받는 회사원이 되라고 하셨다. 나는 그래야겠다고 생각했다.


만화책에 대한 짜릿한 경험 뒤에 한동안은 만화책을 보지않게 됐다. 나중에 만화책을 만드는 출판사에 들어가면되니까. 출판사에 취직하기위해서 대학을 가야하니까 그때까진 만화책을 안보겠다고 다짐했다. 당시에도 만화가 그렇게 나쁜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부모님 세대가 그렇게 끔찍하게도 싫어하니 하지말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다시 만화가를 꿈꿨던 예고시절에는 담당 실기선생님과의 30분 면담이 있었지만 결국 포기했다. 

 고작 나보다 10살 정도 많은, 홍대나온 (당시엔 홍대나온 선생님은 신 처럼 보였다지) 선생님 역시 만화가를 무시했으니까 말이다. 그 30분 이후로는 만화가가 되겠다고 생각해본적이 없다.


나는 눈치를 보며 살고 있다. 이전세대의 담론으로. 웹툰보단 활자로 이루어진 책에 그림을 더하는것이  조금 더 고상해 보이기 때문에. 하고 싶은 것과 돈과는 거리가 먼 삽화가로 살아가고 있는데. 삽화의 주제마저도 눈치를 보며 연재를 겁내고 있다. 얼마나 바보같은가?! 

구더기 무서워서 장을 못담근다니. 

구더기를 벗어나 무기력과 자기혐오에서 벗어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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