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연의 경이로움은 가까이에 있다. 그것은 팔에도 있다. 팔을 살펴보면 그것이 아름답게 디자인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곡선의 팔뚝이 팔꿈치를 지나면 팔목을 만나고, 팔목을 넘어서면 갑자기 손이, 손 끝에는 다섯개의 가락이 뻗어나간다. 다섯개의 손가락에는 마디가 있고, 바닥에도 주름이, 손등에도 무수한 설계자의 흔적이 남아있다. 숙고를 여기서 멈추지 않고 나아가, 이것이 생겨나고 작동하는 것을 사유하며 팔 안에 근육과 혈관과 신경까지 다다르면 그 경이로움에 현기증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이것을 디자인하고 가능케하는 그 힘의 근원, 실체는 무엇일까. 무엇이 이 모든 것을 규정했는가.
2. 자연은 결코 위반이 불가능하다. 모든 인위의 기초는 자연에 대한 철저한 순응이다. 하늘을 나는 비행기는 자연을 거스르는 것이 아니다. 자연의 법칙으로 날고 있는 것이다. 땅에 우뚝 솟은 건물들은 자연을 거스르는 것이 아니다. 자연의 법칙으로 서있는 것이다. 의사는 자연을 거슬러 사람을 살리는 것이 아니다. 자연을 이용하는 것이다. 자연계의 모든 현상은 자연의 4대 힘인 중력(만유인력), 전자기력, 강력, 약력을 결코 위반할 수 없다. 이 자연계의 힘의 근원, 이것의 실체, 설계자는 무엇일까.
3. 정신과 물질의 관계에 대한 대표적인 관점인 심신이원론과 심신일원론. 성리학의 이기이원론과 이기일원론. 스피노자의 실체와 양태. 무한과 유한. 원인과 결과. 이에 대한 과학계의 답은 다음과 같다. 1905년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 논문에서 발표했다. "E=mc2" 질량과 에너지의 등가원리. 과학은 말 그대로 과학적으로 세계를 밝혀내고 있다. 양자역학의 확률 파동은 불교의 인연생기의 공 사상을 떠오르게 한다. 그렇다고 철학이 위축될 필요는 없다. 논리실증주의만큼이나 귀중한 것은 직관과 통찰이다. 과학적으로도 설명되지 않는 것이 과학을 행하는 인간이다. 모든 학문의 목표는 우주의 원리를 밝히는 것이며 그 작업 현장은 이 우주로 동일하다. 결국 일원론의 승리인가?
4. 무엇보다 경이롭고 난해한 것은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인간이란 존재이다.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사유와 진보는 결코 다른 생명들과 비견될 수 없다. 이 인간은 왜 어째서 무엇으로 이러하게 존재하는 것일까. 원인과 조건과 이유와 목적은 무엇일까. 자아 인식과 자유는 자연과 어떻게 합일할 수 있을까. 이런 쓸모없는 사유의 능력을 주었으니 쓸모없음에도 기꺼이 사유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