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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무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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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퀼티 Jun 22. 2017

Amaillo Pale Ale 5.0%

천번의 비가 내리고 번개가 내리치지 않는 매마른 새벽,

우리는 순리에 대하여 오래도록 이야기하였다

나의 고독은 그대의 것도 아니요, 나의 것도 아니라고 울다가

그대는 또 내가 그대를 외롭게한다며 나의 말들이 거짓이라고 부르짖다가

지치고 지쳐서 움집 위에 거대한 문신을 새긴다


*이름이란 뭐지? 장미라 부르는 것을 다른이름으로 불러도 아름다운 향기는 그대로인걸


(문신에 담긴 의미에 대해서는 누구도 말하지 않는다)


우리가 말을 하지 않는 것은 무엇을 위한 것입니까

말로 말을 위로하는 말이 길거리에 넘치고 우리는 외롭다

너를 목 베어 바닥에 심어 수확한다고 할지라도

너가 한마디라도 한다면 나는 언제나 외롭고 고독할거야

나는 나의 말들을 깨부수고 한 몸으로 삼고 하다가 숨이 막혀 숨진다


우리는 떠돌아야해

떠도는 것들만이 무언가를 할 수 있어

아무것도 없이 '무언가'라는 말에 환장하는 놈들이 환장하는 것들

그것으로 밥을 지어먹고 오이소박이를 와작와작 해쳐먹고

쳐먹고 그들의 부고에 하루종일 벽에 머리만 쳐박다가도

그대가 걸어온 전화 한 통에 나는 장미가 되어 내몸을 태워 향기만을 남기고

나는 흩어지고


술이 깨기 시작하면서 나의 언어는 빛을 잃는다

어두운 곳에 한줄기 빛이 사라졌음에도 달리 지상에서 새어나오는 그 무엇도 없고

온갖 잡귀와 쥐새끼들이 소리높여 우는 우물 안

쩍 하고 그대의 목소리가 내 세계를 박살내주었으면

어어

나는 주사위를 손에 쥐고 그대의 휘파람에 놀라 떨어뜨리고서는

그것을 운명이라 믿고 온 하늘에 구름을 새겨넣을


이대로 끝을 내면

너무도 초라할테니

빚을 내보자






시끄럽게 굴지 좀 말고

아름다운 것만 보자

나는 저물테니 그대들이 떠올라 내 생을 백개로 쪼개어 노닐어

제 12인의 아해가 무서워하다 무서워 죽어버리오


*셰익스피어, 로미오와 줄리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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