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아무 문학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이올 Jun 01. 2017

살아, 움직이는 악의

라티, 핀란드, 2013

- 살아, 움직이는 악의


씨앗은 작았다

악의의 씨앗은 아니었다


우연히 질 좋은 땅을 만나

질긴 뿌리를 내렸고

싹이 텄다


트고 보니

악의였다


하나쯤이야, 무시한 시간이

꽤 되었다

그리고 셋이 되었다


숲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제껏 만난 모든 숲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졌다

생경한, 휘휘한 곳 앞에

미약한 눈꺼풀을 들어올리면 전부 숲이었다

씨앗을 심는 이 없고

싹에 물 주는 이 없어

다름 없는 숲은 모두가 하루아침이었다


셋이 되었다. 짓밟지 않았다. 짓밟아서 죽을 싹이면 고개 들지 않았으리.

그리고 숲에 압도돼 잠길 눈이라면 처음부터 뜨지 못했으리.

매거진의 이전글 꽃가루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