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아무 문학

살아, 움직이는 악의

by 김이올
DSC05010.jpg 라티, 핀란드, 2013

- 살아, 움직이는 악의


씨앗은 작았다

악의의 씨앗은 아니었다


우연히 질 좋은 땅을 만나

질긴 뿌리를 내렸고

싹이 텄다


트고 보니

악의였다


하나쯤이야, 무시한 시간이

꽤 되었다

그리고 셋이 되었다


숲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제껏 만난 모든 숲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졌다

생경한, 휘휘한 곳 앞에

미약한 눈꺼풀을 들어올리면 전부 숲이었다

씨앗을 심는 이 없고

싹에 물 주는 이 없어

다름 없는 숲은 모두가 하루아침이었다


셋이 되었다. 짓밟지 않았다. 짓밟아서 죽을 싹이면 고개 들지 않았으리.

그리고 숲에 압도돼 잠길 눈이라면 처음부터 뜨지 못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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