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은 작았다
악의의 씨앗은 아니었다
우연히 질 좋은 땅을 만나
질긴 뿌리를 내렸고
싹이 텄다
트고 보니
악의였다
하나쯤이야, 무시한 시간이
꽤 되었다
그리고 셋이 되었다
숲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제껏 만난 모든 숲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졌다
생경한, 휘휘한 곳 앞에
미약한 눈꺼풀을 들어올리면 전부 숲이었다
씨앗을 심는 이 없고
싹에 물 주는 이 없어
다름 없는 숲은 모두가 하루아침이었다
셋이 되었다. 짓밟지 않았다. 짓밟아서 죽을 싹이면 고개 들지 않았으리.
그리고 숲에 압도돼 잠길 눈이라면 처음부터 뜨지 못했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