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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 간호 Jun 08. 2022

늘 불안과 함께 일하는 곳. 병원

그럼에도 병원으로 향하는 이유

보람과 뭔가 뜨거운 감정 병원은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그러나 불안이라는 감정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 가장 나를 힘들게 하는 것 같다.

이 불안은 바쁘고 힘든 상황일 때는 물론 편안한 상황일 때에도 언제 상황이 바뀔지 몰라 늘 따라다닌다. 그래서 최선을 다해 일을 빠르고 정확하게 하려는 습관이 생겼다. 그래서 병원에 있는 동안 편안함을 즐기기란 어려운 일이다. 일을 하는 동안 긴장해있고 그 긴장이 퇴근하고도 얼마간 계속된다. 매일은 아니지만 꽤 자주 퇴근길에 내가 왜 그랬을까 후회하고 자책한다. 이 후회는 다시 불안을 만드는 슬픈 일이 반복된다.

그러나 이 슬픈 현실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나는 병원으로 향해가고 있다. 내 생각에 나름대로 극복해내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우선 마음이 힘든 날엔 요가를 한다. 그러면 나에게 집중하여 나의 마음과 몸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최선을 다한 내가 안쓰럽고 자랑스럽게 느껴진다. 나 자신을 토닥토닥해준다.

그리고 언젠가 내가 병원을 떠나는   불안이 그리워질 거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IMF 시절 취업을 하지 못해 느꼈던 슬픔에 비하면 얼마든지 극복할  있는 감정이라는 것도 떠올린다. 그리고 내가 도움을 주었을  나보다  힘든 상황에서 함박웃음을 지어주는 환자분들을 떠올린다. 퇴근할  겨울의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질 정도로 발바닥에 땀나도록 같이 노동한 동료들을 떠올린다.

내가 오늘도 병원으로 가는 이유는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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