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병원으로 향하는 이유
보람과 뭔가 뜨거운 감정 병원은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그러나 불안이라는 감정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 가장 나를 힘들게 하는 것 같다.
이 불안은 바쁘고 힘든 상황일 때는 물론 편안한 상황일 때에도 언제 상황이 바뀔지 몰라 늘 따라다닌다. 그래서 최선을 다해 일을 빠르고 정확하게 하려는 습관이 생겼다. 그래서 병원에 있는 동안 편안함을 즐기기란 어려운 일이다. 일을 하는 동안 긴장해있고 그 긴장이 퇴근하고도 얼마간 계속된다. 매일은 아니지만 꽤 자주 퇴근길에 내가 왜 그랬을까 후회하고 자책한다. 이 후회는 다시 불안을 만드는 슬픈 일이 반복된다.
그러나 이 슬픈 현실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나는 병원으로 향해가고 있다. 내 생각에 나름대로 극복해내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우선 마음이 힘든 날엔 요가를 한다. 그러면 나에게 집중하여 나의 마음과 몸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최선을 다한 내가 안쓰럽고 자랑스럽게 느껴진다. 나 자신을 토닥토닥해준다.
그리고 언젠가 내가 병원을 떠나는 날 이 불안이 그리워질 거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IMF 시절 취업을 하지 못해 느꼈던 슬픔에 비하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는 감정이라는 것도 떠올린다. 그리고 내가 도움을 주었을 때 나보다 더 힘든 상황에서 함박웃음을 지어주는 환자분들을 떠올린다. 퇴근할 때 겨울의 찬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질 정도로 발바닥에 땀나도록 같이 노동한 동료들을 떠올린다.
내가 오늘도 병원으로 가는 이유는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