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결과를 조금 일찍 소개합니다
병동으로 온 지 2년이 되었다. 병동에 와서 보니 두 가지 인상적인 현상이 있었다. 첫 번째 생각보다 많은 환자가 진단 후 수면제를 복용하고 있었다. 두 번째 수술 직전까지 수술방법을 고민하는 환자가 종종 있었으며 그들은 매우 불안해 보였다.
나는 두 번째 문제를 병동에서 일하는 동안 해결해야 할 과제로 삼았다. 우선 이러한 현상을 적절하게 설명할 수 있는 개념이 필요했다. 논문들을 검색하며 고민한 결과 ‘불안’ 그리고 ‘결정 갈등(decision conflict)’이 이 현상을 설명하기에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환자가 느끼는 불안을 다 해결하기엔 너무 많은 변수가 있으므로 그나마 병원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개념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유방암 환자의 결정 갈등과 불안을 줄이기 위한 중재 논문들은 다수 있었으며 이 논문들의 체계적 문헌고찰 논문도 이미 있었다.
그런데 논문들에 한 가지 공통적 특징이 있었다. 결정 갈등은 줄였지만 불안은 줄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왜 불안은 줄이지 못했을까? 불안은 인간의 자유에 대한 영수증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결정 상황에서 갈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개념이다.
그렇다면 중재에 어떤 허점이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불안과 관련 있는 결정 갈등의 하위 요소는 따로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한 중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이렇게 하여 ‘유방암 수술 전 불안과 결정 갈등의 상관관계’를 알아보는 논문을 쓰기로 결심하였다.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첫 번째 당연히 유방암 수술 전 불안과 결정 갈등은 상관관계가 있었다. 또한 일반적인 유방암 환자의 불안 점수보다 높았으며 15%가 심각한 결정 갈등을 겪고 있었다.
두 번째 불안과 결정 갈등의 하위 요소 중 ‘정보에 대한 만족’은 유의한 상관관계가 없었다.
세 번째 불안과 결정 갈등의 하위 요소 중 ‘결정과 가치관의 일치’ ‘불확실성’ ‘ 결정에 대한 만족’과 관련이 있었다.
여기서 나는 무릎을 탁 쳤다. 병원에서는 주로 정보제공만 열심히 하며 그것으로 충분하다 생각할 수 있다. 수술 방법의 장단점을 알려주는 것은 기본이고 중요하지만 불안을 낮출 수는 없었던 것이다. 따라서 장단점 교육을 기본으로 하고 그 장단점들이 자신의 가치관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생각해보고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내년엔 결정 갈등의 하위 요소 중 가치관과 불확실성에 영향을 주고 더불어 불안도 낮추는 교육 자료를 개발하고 환자분들의 불안과 결정 갈등을 낮출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