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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onii Jul 09. 2018

유치진지한 여행기 - 요론 섬&오키나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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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론에서 맞는 두 번째 아침은 어제와 같이 늦잠으로 보내고, 또 이른 점심과 하루를 시작했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과 3분만 서있어도 땀이 주룩 흐르는 더운 날씨아래 뚜렷한 목적지도 없이 스쿠터를 타고 어딘지도 모르는 골목을 누비고 다녔다. 요론은 해안도로가 없어 바다를 보려면 메인 도로(2차선)에서 요리조리 골목을 들어가야 한다. 그렇게 지도도 안 보고 멀리 해변만 보고 골목에 들어섰다가 사유지가 나와 힘겹게 스쿠터를 돌려 나오기도 했다. 해변이 자기 꺼라니 흡. 부럽.


@이름 없는 해변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막다른 골목 옆에 숨어있던 작은 해변을 발견했다. 누가 풀숲을 헤치고 들어간 흔적을 못 봤다면 거기에 해변이 있는지도 몰랐을 정도였다. 어딜 가나 바닷물이 보고도 믿을 수 없는 빛을 띠고 있는 건 마찬가지지만, 은근하게 다른 파도 느낌과 해변 뒤 풍경은 계속해서 요론의 다른 해변을 찾아다니게 만든다. 특히 사방으로 쭉 뻗은 해변이 아니고 기껏해야 15m 정도 되는 길이의 해변은 참 색다른 느낌이다. 큰 창문을 열어놓고 방 한가운데에 앉아 커다란 액자를 보는 느낌이랄까. 


@umi cafe


아무리 그림 같고 한가한 해변이라지만 뜨거운 햇살을 피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멍하니 사진을 찍다 보니 어느새 땀이 티셔츠를 물들였고 까만 카메라는 금방 터질 것 같이 뜨거워져 있었다. 얼른 스쿠터에 올라타고 달려 외관부터 시원해 보이는 'umi cafe'에 자리를 잡았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기대하고 왔는데 테라스를 비롯한 창문을 모두 열어놓고만 있었다. 시원한 커피를 마시면서 가만히 앉아있으니 좀 나아지기는 했지만 에어컨이 더 좋아.


@umi cafe


요론을 돌아다니다 보면 곳곳에 이렇게 그리스 분위기를 풍기는 건물들이 있다. 요론은 그리스의 '미코노스'라는 섬과 자매결연이 되어 있어 이런 건물들과 함께 그 섬의 이름을 딴 도로도 있다. 미코노스 도로는 매년 3월 열리는 '요론 마라톤'의 출발점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이 마라톤을 뛰기 위해 천 명 이상이 모여든다고 하는데 북적북적한 요론이라니 상상이 안 간다.


귀찮게 하려고 한 건 아닌데 자꾸 도망가 @umi cafe


커피를 마시는데 계속 야옹야옹 소리가 들려 주방을 슬쩍 보니 주방 안에 고양이 5마리가 인테리어 소품처럼 들어앉아 있었다. 나는 고양이를 좋아해서 상관없었지만, 고양이를 싫어하거나 알레르기가 있는 분은 주의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아, 고양이들이 카페 사장님만 좋아한다는 점도 주의. 


@어떤 길 위




@YORON SEASIDE GARDEN


YORON SEASIDE GARDEN은 구글맵이나 트립어드바이저에 '정원'으로 표기되어 있지만 커피와 간단한 디저트, 버거도 판매한다. 바다를 접한 평범한(?) 가정집 정원에 벤치, 테이블, 캠핑용 의자, 그릴이 놓여 있어 요론 안에서도 이국적인 분위기가 난다. 한쪽에서 노트북을 하고 있는 서양인 아저씨를 보고 '서양인은 처음이네'라고 생각했는데, 자리를 잡고 앉자마자 바로 그 아저씨가 주문을 받으러 왔다. 사장님은 유창한 일본어로 주문을 받으려 하고, 나는 일본어를 몰라 영어로 대답을 했더니 서로 놀라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건물 옆쪽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숨겨진 해변이 나타난다 @YORON SEASIDE GARDEN


커피를 가져다주실 때 대화를 해보니 영국에서 온 부부가 정원을 운영하고 있었다. 너무 신기해서 어떻게 여기까지 왔냐고 물어보고 싶었는데, 사장님 눈에는 내가 더 신기해 보였나 보다. 내 여행, 군대, 평창올림픽 얘기만 잔뜩 물어보고는 다른 손님이 오자 휙 가버렸다. 그래도 며칠간 묵언수행을 하느라 입에 거미줄이 쳐질 뻔했는데 다행이었다.


@쿠로하나 해변(黒花海岸)


@카에다 해변(皆田海岸)


여행을 오기 전 어딘가에서 '섬의 동쪽 해변이 물이 맑고 좋다'라는 얘기를 들어서 동쪽을 위주로 돌다 보니 남쪽과 서쪽 해안가는 근처에도 못 가봤다. 어디든 스쿠터를 타면 20분 안에 갈 수 있어 작은 섬이라 생각했는데, 매일 늦잠 자고 해변, 카페에서 멍 때리며 섬을 다 보겠다는 생각은 역시 욕심이었나 보다.


@어떤 길 위


@차바나 초등학교(茶花小学校)


@차바나 항


너 언제부터 거기 있었니? @차바나 항


@우도노스 해변


@차바나 항


@요론중학교 근처 어딘가


마지막 사진은 이 장소를 처음 보자마자 꼭 찍어야겠다고 생각한 사진인데 정작 사진을 찍으러 왔더니 달빛이 너무 밝아서 별이 많이 가려졌다. 저녁 9시에 한 번 왔다가 자정이 지나고 다시 왔는데 달빛이 더 밝아져 있어 사진은 포기하고 그냥 노래를 틀어놓고 앉아있다가 숙소로 돌아갔다. 가로등 하나 없는 이런 곳에 혼자 한참을 앉아있어도 무서운 사람 한 명 지나가지 않을 것 같은데, 사람보다는 낮에 숨어있던 맹수가 살금살금 와서 다리를 뜯어먹을 것 같은 분위기가 있는 신기한 곳이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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