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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명 Jan 15. 2023

하나라도 잘하고 싶다

잘하는 것 하나 없어서 불안한

대상포진의 여파로 어제오늘 하루종일 누워있으면서

잤다 깼다를 반복했다.


하는 것 없이 날이 밝았다가 다시 어두워지는 것을 보고

오늘 하루 뭐 하나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생각에 마음이 괜히 쓸쓸해졌다.


'오늘 하루 세상을 위해서 내가 한 것이 무엇일까?'

'그저 밥만 축내고 똥 만드는 기계와 다를 것이 무엇일까?'

'평소에 하는 일들은 세상을 위해서 가치가 있다고 할 수는 있을까?'


제법 심각해져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런저런 것들로 판을 벌려서 이도저도 아니게 난잡하게 만드느니 차라리

뭔가 하나를 제대로 해서 그것을 중심으로 가치창출을 하고

삶의 소명을 다하는 것이 마땅히 옳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회사에서 맡은 사업도 성공시키고 싶고

글도 기깔나게 잘 쓰고 싶고

풍수 쪽 사업도 제대로 안착시키고 싶고

영상도 멋지고 재미나게 만들고 싶고

등등

소박한 것 같으면서도 욕심만 한가득이다.


이 중에서 잘하는 게 무엇일까?

다들 애매한 능력치에 이렇다 할 업적도 없다.

삼십 중반의 나이로 접어들어가면서

내놓을만한 업적도 없고

가정도 꾸리지 않았고

모은 돈도 없고

몸도 잔병치레만 많다.


결함만 많고 성능이 뭐 하나 확실하지 않은

이 가성비가 나쁘고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 볼품없는 상품이 이 자본주의 시장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단 하나

단 하나라도

무언가 잘하고 싶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느끼는 가치창출의 압박인지

단순한 생존에 있어서의 불안감 때문인지

아니면 존재 자체에 대한 회의감 때문인지 몰라도


오늘밤 병마를 달고 있는 무거운 몸을 일으키고서

시름시름 고민의 무게가 깊어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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