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촐룰라에서의 역사여행

Puebla#2 세계 최대의 미발굴 피라미드

by 세라
Puebla와의 두 번째 만남


Serdán에서 3주를 보낸 뒤, 다시 가는 길에 있는 Puebla로 돌아왔다. 다시 만난 이 도시는 그동안 이야기보따리를 한껏 준비해 뒀다는 듯 당당한 기세였다. 나 또한 멕시코에 어느 정도 적응을 하고 돌아왔으므로, 우리는 서로 여유만만해져 있었다. 첫날은 Serdán에서 사귄 친구들과 함께 있었고, 친구의 남자친구네 집에서 단체로 묵었다. 그리고 친구의 가이드로 잠시 역사 여행을 떠나볼 수 있었다.





친구가 태워주는 차를 타고 달려간 곳은 가까운 곳에 있는 Cholula(촐룰라)의 피라미드 유적지였다. Puebla의 대성당이 라틴아메리카에서 손꼽히는 건축물이라고 했다면, 이곳 또한 그랬다. Cholula는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이며, 이곳의 피라미드는 세계에서 제일 큰 규모라는 것이다. Puebla에서는 이렇게 '세계 제일'이라는 타이틀이 무심하게 툭툭 튀어나왔다.


앞으로는 '피라미드'하면 '이집트'만 아니라 '멕시코'도 떠올려 주시라. 멕시코에는 피라미드 유적지가 많이 있다. 이곳 촐룰라 뿐만 아니라 떼오띠우아깐, 빨렌께, 몬떼알반, 치첸이샤 등등. 세계 최대의 피라미드는 이집트가 아니라 멕시코에 있다.


피라미드가 도대체 어디 있어?


Choula에 들어서면 입장하자마자 피라미드의 내부를 지나게 된다. 이어서 피라미드 위에 지어진 것으로 유명한 메인 성당이 있는 언덕을 볼 수 있고, 넓은 풀밭이 펼쳐진다. 그런데 처음에는 피라미드가 어디에 있다는 건지 다들 갸우뚱했다. 한 걸음 더 들어서 보니 피라미드들이 이렇게 아래쪽에 묻혀 있어 잘 보이지 않았던 것이었다.


세계 최대의 미발굴 피라미드


스페인 정복자들은 고대 톨텍 문명을 철저히 땅 속으로 묻어버리고 그 위에 자신들의 성당을 지었다. 그 성당이 바로 Santuario de Nuestra Señora de los Remedios 이며 또한 이 지역에 성당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Cholula의 피라미드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상상하는 피라미드처럼 웅장하게 자태를 드러내고 서 있지 않다. 정복자들이 사장하려고 했던 모습 그대로, 넓은 대지에 비밀스럽게 가리어져 있다. 발굴은 현재도 진행 중이라 한다.


Santuario de Nuestra Señora de los Remedios
성당에 올라가기까지 꽤 높다. 계단을 찍은 사진이 이거 하나 뿐이어서, 멕시코 친구 Fernanda :)


Choula 여행에서는 언제나 이 성당이 놓치지 말아야 할 곳으로 꼽힌다. 그러나 스페인 바로크 양식의 아름다운 이 성당은 실은 빼앗긴 역사의 상징이다. 발굴되기 전까지만 해도 최대의 피라미드 위에 태연히 군림하며, 거대한 문명과 역사를 숨기고 있었다.


이제 우리는 원주민의 피라미드와 스페인 양식의 성당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 역사는 이긴 자들의 것이지만, 지층은 지나간 세월을 공평히 반영하고 있다. 어느 순간 또 한 층의 시간이 흘러간 것이다.


화산이 보이는 Cholula의 도시 전경


숫자가 어느 정도 이상 단위가 커지면 그냥 '크구나'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상상할 수 없는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역사가 그런 것 같다. 유적지를 훑어보며 '그렇구나'하고 넘길 수밖에 없는 것은 인간이 무지해서가 아니라, 지구가 회전하는 굉음처럼 우리가 감지할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섰기 때문일 것이다.


소멸된 문명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언덕에 올라 정복자들이 세운 화려한 성당을 보는데 그치지 않고, 그곳에서 내려다보이는 거칠광대한 피라미드의 흔적들이 원래 이 땅의 주인이었음을 한 번쯤 되새겨 보는 것이 아닐까.



+)촐룰라에는 그늘이 없고, 햇빛이 굉장히 강해요. 양산을 가져가면 좋을 것 같아요.

+)입장료는 65 pesos. 학생증 있으면 할인됩니다.

+)언덕을 오르기 전 시장에서 다양한 공예품들을 볼 수 있어요. 오르기 전 여기서 마실 것도 미리 사 가면 좋아요.

+)Puebla에 사는 친구 말로는 주말에 가면 더 축제도 많고 활기차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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