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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봄 Feb 21. 2024

값어치


어느 날 자고 일어났을 때 스타가 되어있더라 하더니만 정체성을 바꾼 과일도 있다. 먹을거리였다. 하루 한 알이면 의사가 필요 없다고도 했다. 어여쁜 사람의 대명사처럼 사용되기도 했다. 오죽하면 대표적인 산지의 처자들은 그 덕에 미인으로 거듭난다고 했다. 한때는 그랬다.

자고 일어났더니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다이아몬드가 됐다고 했다. 아름다움은  광채를 더해 더욱 빛났지만 더는 식용의 대상이 아니었다. 관상의 아름다움이 됐고 그에 맞춰 사람들은 우러러 바라보았다. 치솟았으니 추락은 이미 정해진 길이었지만 언제쯤 떨어져 제자리를 찾을 것인가가 문제였다. 중력을 거부할 수 있는 건 세상에 없다. 우주의 텅 빈 공간으로 벗어나지 않는 한은 그렇다. 오르고 올라 마침내 정점에 다다랐을 때 낙하는 시작되는 거였다.

가끔은 값을 정할 수 없는 것도 있다. 자본주의의 단순평가를 벗어나는 뭔가를 갖고 있는 것은 평가불가의 판정을 받는다. 오래된 유물이 대표적이다. 국보급문화재는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의해 매겨지는 값어치를 거부한다. 정신이 깃들고 얼이 담겨서 그렇다. 세월이 쌓이고 마음이 쌓여서 그렇다. 수천 년을 살아온 나무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것도 얼추 비슷한 이유다.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가치는 자본주의의 재화평가목록에 담을 수가 없다. 값어치라는 것도 결국은 임자를 제대로 만나야만 하고 시대를 제대로 타고나야만 조금 더 당당하고 어깨를 펴고  으스댈 수 있다.

몸값을 올릴 수도 없고 호객행위로 걸음을 붙잡을 수도 없다. 끼워팔기로 끼워넣기도 민망하여 옆으로 밀쳐두었다. 깍두기나 덤으로 얹어주는 처지가 되었음에도 사람들이 손사래를 칠 때 더는 값어치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 세월을 산다. 노년이라고 해도 최소한 은값은 나간다는데, 실버산업이 어떻고 하는 말에도 슬며시 숟가락 하나 얹는 것도 좀 그렇다. 변곡점을 지나 추락하는 세월만 까마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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