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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봄 Jun 15. 2024

주말 한낮


아침 하늘은 잔뜩 찌푸렸었고 짧게나마 후둑후둑 빗방울을 뿌렸다. 한낮의 열기와 가뭄을 몰아내기엔 역부족이었지만 아침부터 가파르게 치솟는 열기만큼은 수그러뜨리고 있었다. 오늘은 좀 시원려나 하는 기대를 하기엔 부족하지 않은 아침이었다. 햇살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이른 더위는 한풀 고개를 떨궜다. 덩달아 부는 바람은 시원했다. 거기까지였다. 기대를 품게 했고 잠깐이었지만 빗소리가 시원했다. 주말의 한가로움은 삼삼오오 수다가 되어 골목을 채웠다. 정수리위에 이글거리는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다면 동네 노인들의 수다는 기대할 수도 없는 그림이었을 터다.

열린 창으로 기웃거리던 햇살이 염치도 없이 몸을 들이밀더니만 천진난만하게 반짝인다. 한 발 물러서서 바라보는 햇살은 투명하고 맑았다. 숨을 조이는 열기 따위는 애초부터 남의 얘기라도 되는 듯 딴청을 부린다. 맑은 햇살에 섞여 재잘대는 참새 소리가 오히려 청량감을 느끼게 한다. 착시요 환청이다. 교묘하게 위장한 광대짓일 뿐이다. 갈증으로 타들어가는 조난자의 눈앞에서 찰랑거리는 바닷물의 유혹 일 수도 있겠고 끝도 없는 모래바다에 섬처럼 떠도는 신기루일지도 모르겠다. 생각 없이 목을 축인다거나 발을 들여놓는 순간 땅을 치고 후회하게 되는 유혹이다.

"흥! 어디 한 번 실컷 아양을 떨어보려무나."

콧방귀를 뀌며 창문을 넘어온 햇살을 바라보았다. 그러는 동안에도 선풍기는 연신 바람을 내뿜고 있었다. 속이려는 자와 내가 어디 속아 넘어가나 봐라! 의기양양한 자의 수싸움에 여름이 한껏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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