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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봄 Jun 12. 2024

몰랐다


"어디 아프신 데는 없죠?"

노모께 안부를 여쭈었을 때 노모는 손사래를 치며 그러셨다.

"딱히 아픈 곳은 없는데 여기저기 살이 아프구나."

그땐 몰랐다. 하기는 젊은 사람이 살이 아프다는 걸 이해한다는 것도 우습기는 하다. 강 건너 불구경하듯 '연세가 있으니 어쩔 수 없노라' 무심히 말을 건넸다. 아들 녀석 키워봐야 소용없다던 말이 그날의 나를 두고 이르는 말만 같아 가슴 아프다. 주워 담을 수도 없는 말이라서 그렇고 물릴 수도 없는 세월이라 더욱 그렇다.

이른 새벽에 깨어 아픈 발을 주무르다가 한숨처럼 말 하나 내뱉었다.

"뭔 놈의 살이 이렇게 아픈지 모르겠네."

살이 아팠다. 딱히 여기가 아프네 말하기도 뭣 하게 그저 비 내리기 직전의 몸뚱이처럼 찌뿌둥한 새벽을 마주해야만 했다.

"나이가 있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야!"

떼를 쓰듯 어울리지도 않는 말 하나 끌어다 놓고서 쓴웃음을 지었다. 허허로웠다. 입은 쓰고 가슴은 휑했다. 누구도 반기지 않는 청승을 이른 새벽부터 떨어야만 했다. 새벽은 길었고 시간은 더디었다. 오늘따라 동창은 쉽사리 밝아오지 않았다. 깜깜한 방에 우두커니 앉아 더딘 시간을 꾸짖고 아픈 몸뚱이를 달랬다. 그런다고 눈물 쏙 뺄 시간도 아니었고 달래질 몸뚱이가 아니었음에도 그래야만 했다. 하릴없는 세월이 얄궂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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