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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봄 Jun 01. 2024

첨벙첨벙


그렇게 하지 마라 부탁을 하고 눈을 흘겨도 까르르 웃음 하나 덩그마니 남겨놓고야 만다. 소용이 없다. 이미 온마음을 빼앗겼으므로 어미의 부탁과 눈흘김은 머릿속에서 지워지고 잊힌 지 오래다. 붕어의 삼 초다. 뒷일은 나 몰라라 잊었다. 지금 당장 눈앞에 펼쳐진 신세계가 반갑고 궁금할 뿐 다른 뭔가를 떠올릴 여력이 없다. 쪼르르 달려가는 발걸음은 이미 가볍고 경쾌하다. 조그만 어깨를 들썩이고 엉덩이를 씰룩거린다. 오물오물 앙증맞은 입가에는 노랫가락이 주렁주렁 매달렸다. 불가항력이다. 달려가는 너도 그렇고 지켜보는 나도 그렇다. 말릴 수 없으니 그저 허허 헛웃음을 짓게 된다.

걱정하지 않으면 거칠 게 없다. 옳고 그름을 따질 이유도 없고 앞뒤를 가릴 이유도 없다. 거기에 주섬주섬 나이를 가져다 붙일 것도 없다. 판단력의 부재를 논한다는 것도 별반 의미가 없다. 삼 초의 망각이 행복을 선물한다면 굳이 외면하고 사양할 이유가 무에 있을까. 고만고만한 것들 어깨에 짊어지고 눈살 찌푸리는 게 사는 거라면 느닷없이 만나는 유희에 까르르 숨넘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묻고 따져야만 행복할까. 하늘이 무너질까 조바심에 침식을 거르며 애태우던 기나라의 걱정 많던 사내는 단잠을 잤을까 생각하는 이유다. 생사의 문제가 아니라면 붕어의 삼 초도 반길 일이다. 까르르 첨벙첨벙 고인 물에서 난장을 친다고 하늘이 무너질 것도 아닐 테고 땅이 무너질 것도 없다. 고인 물에 내려앉은 하늘을 봐도 좋겠고 웅덩이 가득 자라난 숲을 봐도 좋겠다. 그 속에는 나비 한 마리, 참새도 서넛 짹짹 울 터였다. 아이는 그렇게 온 세상을 품에 품으며 첨벙거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이 드는 이유다.

비 몰려간 뒤로 물웅덩이 남는다면 첨벙첨벙 그때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그게 아니라면 턱을 괴고 앉아 구경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아이야? 아무런 걱정 말고 신나게 물장구라도 쳐보렴...."

어느 꼬맹이를 꾀어야 할까. 눈이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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