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지성 시인선 409 / ©박성준, 2012,『몰아 쓴 일기』
귤의 배꼽을 반으로 가르자
박제된 나비들이 퇴적되어 있다
신 것, 신 것이 먹고 싶어요
나비의 날개를 하나 떼어다가
사형수의 입속으로 터뜨려주는 간수의 손
눈물에 달라붙는 복면과 몰아쉬는 숨소리
역류하는 시큼한 어둠, 육체를 온전히 다 느끼는 고요한 당분간
바둥바둥 펄럭거리던 나비가
날개를 합장하는듯이 착, 접고 있다
(주)문학과지성사
문학과지성 시인선 409
©박성준, 2012,『몰아 쓴 일기』
123쪽
나는 그래
그는 갇혀있었다
본인을 가둔 그를 생각하며
매일 밤 '신 것, 신 것이 먹고' 싶다며 울었고
달리 줄 것이 없었던 어둠은 대신
자신을 쪼갰다
쪼개는 순간 터져 나오는 진물을 보며
그는 그동안 접혀있던 자기의 모든 신체에서
따가운 눈물이 흐르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는 갇혀있길 원했다
본인을 가둔 나를 곱씹으며
박제하려는 건 지금의 내가 아니라,
그때의 나이며,
앞으로의 나에겐 '바둥바둥'대는 날개가 있다는 걸
확인시키기 위해
어둠은 그를 위해 또다시 자신을 쪼갰다
주변은 고요했고
그는 또 곱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