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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占을 갖고 싶은 새들 / 박성준 시인

문학과지성 시인선 409©박성준, 2012,『몰아 쓴 일기』

by 우란

몸에 占을 갖고 싶은 새들 / 박성준



새는 알을 깨고 나오기 전까지

그림자를 갖지 못한다


척추에는 공터가 가득하고 내장에 든 바람에게는 발목이 없다 날아가면서 말을 갖는다는 것은 허공에서 만들어진 근육으로 의사를 교환하는 일


날갯죽지에 쌓아둔 말은 늘 건강하고

새는 이동함으로 함구한다


새는 그 선천성부터가 감각뿐이라, 알을 낳고 배설하는 사건만으로도 살아 있다


(간혹 어떤 새는 말 대신 토를 하고 싶은 속성도 있다)


새는 나는 동안에만 그림자를 갖지만

새의 그림자는 날아가지 못한다





(주)문학과지성사

문학과지성 시인선 409

©박성준, 2012,『몰아 쓴 일기』

155쪽


나는 그래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아는
나만이 진실로 아는
오직 나만 느낄 수 있는 믿음

이 공간은 내 것이다
이 손과 발은 내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이 마음은 내 것이다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나의 점.
나의 것, 내가 느끼는 온전히. 안전히 살아있음

평생 갖고 싶어 하는 새와
이미 가졌지만 알지 못한 새 사이,
방법은 상관없이 갖고 있음에 당연함을 느끼는 새.

난 이 당연함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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