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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lly Sep 13. 2018

지난 여름, 몽골

#안구 정화용 사진임.


몽골에 다녀왔다.


너무 더웠던 올여름. 그 더위를 잠시 피해있었던 시간.

현지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다녀오고 시간이 조금 지나니 그 시간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알겠다. 난 언제쯤 후회 없는 하루를 살아낼까.


#게르다. 실제 내가 3일을 잤던... 저 지붕에 천을 둘러놨는데 첫날에 저게 열려 있었나 보다, 엄청난 딱정벌레들이 누워있는 내 침대 위로 떨어졌다.  


내가 있었던 7월 말 몽골은  6박 8일 일정 내내 비가 내렸다. 건조지역이다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 들었고 또 이동 내내 사막화 지역을 보게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예상과 달리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가 많이와 도심 곳곳에서는 물이 빠지지 않아 홍수가 나기도 했다는 기사도 봤다. 사막은 구경도 못했고 풀들이 엄청 자라 있는 드넓은 초원을 보며 달렸다. 불행인가 아님 행운이었나!



# 어느 시골길을 지나다 만난 팻말. 귀여운 그림이다. 그 뒤로 포플러 나무가 보인다.


사막 지형에다 바람이 거센 몽골의 겨울을 버텨주는 귀한 포플러 나무. 쑥쑥 자라라!


#테를지 국립공원 캠프장. 해가 떠오르고 있다.


몽골 사람들이 제일 사랑하는 곳. 테를지. 여름에 많은 몽골인들이 여기로 휴가를 온다고 한다. 나 역시 일정 중 가장 좋았던 곳. 아침 일찍 일어나 숙소 근처 한 바퀴를 돌았다. 여기 이름이 Eco family resort인데 몽골 일정 중 유일하게 영어가 통했던 곳이다.

그러고 보니, 나는 6박 8일 내내 게르에서만 잤다. 왠지 억울한 느낌은 뭐지...



#꼬치구이. 플레이팅도 너무 예뻤던... 그리고 몽골의 흔한 시장 풍경이다.


몽골에 가면 양고기를 많이 먹을 거라고 했다. 냄새가 심해 못 먹는 사람들이 많다고도 겁을 줬다. 나는 잘도 먹었다. 내가 힘들었던 건, 냄새 때문이 아니었다. 아침, 점심, 저녁 계속 고기를 먹어야 했기 때문이다.


몽골에서는 양을 많이 키운다. 실제로 울란바타르 외곽으로 조금만 나가도 초원에서 양과 염소를 방목하는 풍경을 자주 만날 수 있다. 한 가지 들은 얘기를 하자면, 모든 유목민들이 양과 염소를 늘 같이 풀어놓고 키운다고 한다. 양이 멍청해서 집을 못 찾아올 때 염소가 그 일을 도와준다나.... 그래서 어리석은 양이라는 말이 생겼나 보다.


어째튼, 우리한테 흔하지 않은 양고기는 그 나라에서는 아주 흔하디 흔한 고기가 되겠다. 한국에서 고작 양갈비, 양꼬치 정도 먹었다면 몽골에서는 허르헉 정도는 먹어줘야 한다.

바로 아래 사진이다.

#허르헉. 전통방식으로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몽골에서 양을 잡을 때 우리 처럼 피를 뽑지 않는다고 한다. 그게 바로 냄새의 원인이다. 허르헉은 잔치나 집에 귀한 손님이 왔을 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양을 잡아 감자와 뜨거운 돌을 넣어 쪄낸다. 조리하는데 한 시간 넘게 걸린다. 그리고 돌과 함께 다 익은 고기를 건져내는데, 그때 그 뜨거운 돌을 아픈 부위에 가져다 대면 병이 낫는다는...... 뭐 그런 속설도 있다고 한다.


맛은, 비주얼을 보시라, 엄청 좋다.



쇼핑도 했다. 관광객이면 누구가 간다는 국영백화점. 나도 갔다. 하지만 아쉽게도 쇼핑에 눈이 멀어 사진을 한 장도 찍지 못했다. 국영백화점 2층에는 캐시미어 제품 코너가 몰려있는데, 아주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 물론 내 기준이다. 나는 엄마, 언니, 어머니, 시누이 캐시미어 목도리 한 개씩과 내 거 세 개를 건졌다. 내 것만 안 산 게 어디인가!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보드카.


몽골은 러시아의 영향인지 보드카가 많이 발달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겨울에 영하 40도 가까이 내려가는 매서운 추위를 이겨내려면 보드카 정도는 마셔줘야 하지 않을까!


# 현지인이 강추한 몽골 프리미엄 보드카. 칭기스 골드다.


저 골드 깡통에 들어있어 선물용으로 최고다.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다. 시내 마트나 백화점에서 구입할 때 우리 돈 8,9천 원, 면세에서 구입할 때 12불 정도 주면 된다. 별 차이 없다고 느낀다면 그냥 면세에서 구입을 추천한다. 들고 다니면 무거우니까...


다들 알고 있겠지만, 외국에서 한국에 들어올 때 주류는 1인 1병으로 제한되어 있다. 그렇기에 나처럼 여러 병 사 올 때는 세관에 신고하던가, 같이 간 사람 중 주류를 안 산 사람들에게 한 병 씩 지워주는 것도 방법이다.


#수바타르 광장. 야경은 덤으로.


여기 수바타르 광장은 울란바타르 한가운데 있는데 저기 정부청사 건물 가운데 앉아있는 동상이 바로 칭기즈칸이다. 여기서 이 밤에 왜 굳이 저 광장에 갔는지를 설명하지 않을 수 없다. 바로 비행기 때문이다.


몽골 항공권은 비수기에는 50만 원, 나처럼 한 여름 성수기에는 80만 원을 훌쩍 넘는다. 더욱 놀랄만한 사실은 비행시간이 3시간 3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 비슷한 시간이 걸리는 홍콩도 비수기에 2-30만 원 항공권이 있는데 말이다.


몽골은 대한항공이 독점하고 있다. 절망.ㅠㅠ 저가항공이 취항하지 않는다는 사실. 심지어 성수기에는 비행기도 없어 여름 한 철에 대한항공에서 증편이 뜨는데 시간이 가관이다.

밤 10시 출발, 현지 12시 도착, 현지 새벽 2시 출발 인천 새벽 6시 도착!  증편 스케줄이다.

그래서 새벽 2시 비행기 타기까지 시간이 너무 남아서 저 광장에 들렸다는 아름다운 이야기...


뭐든 독점은 나쁘다.

그래도 저녁 공기 시원한 게 꽤 분위기 좋았던 광장에서의 시간.


그렇게 7월 말을 보내고, 서울에 돌아와서 엄청 더운 여름을 보냈다. 그리고 가을이 왔다. 몽골 하늘이 그립다가, 최근 우리나라 하늘도 참 예쁘다는 생각을 했다. 언제 또 갈 기회가 있을까. 내가 혹시 캐시미어 사업이라도해야..... 뭐 말이 그렇다는 거다.


나중에 더 자세히 몽골 이야기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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