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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lly Nov 15. 2017

행복은 수제화 한 켤레

내 키는 비교적 작은 편이다. 여기서 비교적이라는 말에 주의해야 하는 이유는 뭐든 상대적이기에 나를 아는 몇몇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는 기우에서지만, 실은 나는 153센티. 꽤 작은 편이다.


작은 키를 가지고 있는 나는 굽 높은 신발은 잘 신지 않는다. 그거 신어봐야 얼마나 높아지겠어 라는 회의감과 이미 플랫에 길들여져 있어서 쉽게 높은 굽으로 올라타기 쉽지 않다.


그렇게 매일같이 단화 혹은 플랫 구두를 4계절 내내 주야장천 신고 다닌다.


최근, 신던 신발 여러 개를 갖다 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매일 신고 다니니 해지고 바닥이 뚫리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당장 신고 나갈 신발이 애매해 끼고 있기를 몇 달째. 어느 날 바닥이 해진 신발을 신고 나갔다 비를 만났는데, 스멀스멀 발 밑으로 축축함이 전달됐다. 신고 있던 양말은 다 젖었고 함께 내 기분도 눅눅해졌다.


신발장에서 못쓰게 된 신발 혹은 몇 년 동안 거들떠보지도 않는 신발들은 다 하나같이 공통점이 있다. 결국 발이 불편하다는 거다. 망가진 신은 말 할 것도 없고 잘 꺼내 신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심리적으로 '오늘 저거 신고 나가면 발 아플 거야.'라는 기저가 깔려있다.


신발을 내다 버리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전화 한 통화로 시작됐다. 남편의 여동생이 성수동 어떤 수제화 가게에서 세일을 하는데 함께 가지 않겠냐는 거다. 성수동 수제화는 이름만 익숙한, 내겐 낯선 곳이다.


그렇게 해서 찾아간, 아주 허름한 건물 3층 가게. 멋지게 디스플레이 한 쇼룸이 아닌 창고형 매장이었다. 맘에 드는 걸 골라 몇 개를 신어보니 절로 감탄이 나왔다. '아, 이런 편안함이라니....' 난 지금까지 어떤 신발을 사고 신어 왔나 자괴감까지 들었다. 심지어 이곳은 가격이 합리적일 뿐 아니라, 내 발에 맞게 신발 가죽을 늘려주고 맞춰준다.


발이 편하니 몸의 피곤도 덜 한 느낌이다.


좋은 신발을 갖고 있다고 내가 특별해지거나, 신발을 많이 갖고 있다고 행복해지지 않는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소유에 대한 가치. 편안하고 오래 가지고 있고 싶은 것을 소유하고 싶다. 이 수제화 한 켤레처럼.


아래, 내 생각과 비슷한 여행 관련 책자가 있어 한 컷 찍었다. 편안함. 내가 갖고 깊은 덕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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