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 2개월차 이야기
정말 다행스럽게도 경력 3년을 채워서인지 헤드헌터로부터 제안을 종종 받았다. 하지만, 머리가 커진 터라 지원하고 싶은 회사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이제 막 3년차 주니어였기에 이보다 더 작은 회사는 가고싶지 않았고, 내가 좋아하지 않는 프로덕트를 마케팅하는 일은 더 이상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고르고 골라 지원하였고, 대신 공을 많이 들였다. 도합 4년 반의 구직생활 짬밥으로 구직자, 회사원, 면접자의 입장을 다 겪어보니 그래도 시장에서 어떻게 나를 세일링할지 알게 되었고, 어디에 강점이 있고, 붙을 확률이 높은지 터득하게 되었다.
그렇게 결국 나는 이직에 성공했다. 그것도 내가 꿈꾸지도 못했던 회사로. 솔직히 내가 항상 고민하고 포커싱두었던 '내가 하고 싶은 일'에는 얼마나 적합한지 모르겠다. 그보다는 '붙을 것 같은 직무', '강점 있는 직무'에 포커싱을 맞춰 온 것 같다. 그래도 2번째, 3번째 우선순위에는 맞춰 온 것이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이직에 성공한 나는, 지금 이때의 일을 돌이켜보면, 전 회사에 '부적응'했던 것이 맞는 것 같다. 우물 안 개구리였다. 모든 회사가 그런 줄 알았고, 내가 거기에 맞춰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것은 큰 오산이었다. 현재 회사와 전회사는 문화가 매우 다른데, 솔직하게 인정하자면 나는 현 회사의 문화가 훨씬 잘 맞는 편이다.
전 회사에서는 무조건 빠르게 진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였다. 시도도 빠르게 성과도 빠르게. 나는 특이하게도 성격은 매우 급한데, 이것이 회사 일이 되면 엄청 조심스러워진다. 행여나 이게 잘못되진 않을지, 혼나진 않을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확신이 없어진다. 그래서 항상 이렇게 정해진 것 없이 혼자 무언가를 제안하고, 처리해야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같이 의논할 파트너 혹은 사수가 없는 게 어려웠고, 이에 따라 모든 책임과 성과를 내가 짊어져야 한다는 것에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반면, 현 회사는 틀이 있는 편이다. 이에 따라 업무 처리가 매우 느려 답답할 때도 적잖지만, 그래도 스트레스를 상대적으로 덜 받는 걸 보면 아직 주니어인 나에게는 현 회사의 문화방식이 더 맞는 것 같다.
이번 일을 통해 깨닫는 것이 있다면, 많은 회사를 경험해보고 나와 맞는 회사를 찾아가는 경험은 커리어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마치 연애와 같다고나 할까. 많이 만나본 친구가 더 좋은 사람을 만나 연애를 잘 하는 것처럼. 사실, 난 이직 준비를 할 때 '혹시 현 회사보다 더 안좋으면 어떻게 하지?' 하는 불안감에 인터넷 상 악평들을 보며 지원을 망설일 때가 많았다. 하지만, 이직을 하고 나니 그 고민이 매우 부질없었던 것을 깨달았다.
혹시나 예전의 나처럼 부적응에 스스로를 자책하고 이직을 망설이고 있는 지인이 있다면 강력하게 이야기해주고 싶다.당신이 몸 담고 있는 그 곳보다 세상에 더 나은 회사는 분명 있다고. 겪어보지 않고서는 더 좋은 회사, 더 나에게 맞는 회사를 찾는 것이란, 어려운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