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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악당'에서 벗어나는 기술

[22.5.24. 전자신문 김장현의 테크와 사람(4)/내 글]

기후변화를 염려하는 글로벌 시민단체와 싱크탱크들은 한국을 1인당 탄소 배출량이 미국이나 중국보다 훨씬 많은 대표적 '기후악당' 국가로 지목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6차 보고서 작성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이준이 부산대 교수에 따르면 2011~2020년 지구의 평균온도는 1850~1900년 대비 1.1도나 상승했으며, 이러한 온도 상승은 폭염·폭우·가뭄 등 극한 기후 현상을 예전에 비해 훨씬 자주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향후 20년 안에 0.4도 추가 상승할 확률이 더욱 높아지고 있으며, 일반적인 예상보다 더 이르게 상승할 확률도 적지 않다.



기후 변화는 해수면 상승과 같은 가시적인 피해뿐만 아니라 인간의 생존 환경을 극도로 파괴하고 후손들의 생존 위기를 가중할 것이다. 인간은 지표면을 끊임없이 아스팔트로 포장하거나 콘크리트 건물로 덮어 가고 있으며, 탄소를 저장하고 억제하는 숲을 지속적으로 파괴하고 있다. 숲이 줄어들면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고 산소를 내뿜는 광합성도 그만큼 줄어든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높아지고 기후변화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늪지와 숲을 복원하면서 네거티브 배출 기술이라 불리는 탄소 제거 기술을 활용해 전체적으로 탄소 증가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탄소중립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같은 상황에서 탄소중립을 이뤄 내는 것은 기존의 생활방식을 상당히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로맵(Euromap) 조사 결과 조사 대상국 63개국 가운데 한국의 1인당 연간 플라스틱 포장재 소비량은 67.4㎏(2020년 추정치)로 세계 2위에 랭크돼 있다고 한다. 플라스틱과 기후변화의 연관성은 쉽게 이해되지 않지만 플라스틱은 기후변화의 주범 가운데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플라스틱의 제조·폐기·소각, 심지어 재활용과 퇴비화 과정에서도 지속적으로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고 한다. 따라서 플라스틱의 생성과 소멸은 '탄소집약적'이라고 불린다. 플라스틱은 석유에서 추출·증류되는 과정을 통해 얻어지고, 이후 제품화 및 운송되는 과정에서도 탄소가 발생한다.


결국 인류가 압축 성장하면서 발생시키는 다양한 물질의 최종 결과가 바로 기후변화인 것이다. 이제 많은 나라가 탄소중립화 타임라인을 제시하면서 엄청난 투자를 통해 기후변화를 저지하려고 몸부림치고 있다. 그러나 일상에서 무심코 플라스틱을 한도 없이 사용하는 우리의 생활 패턴은 쉽게 변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임을 우리는 지난 2년여 코로나19 대응 기간에 체감했다. 롤런드 가이어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에 따르면 2018년 현재 세계 플라스틱의 90.5%는 재활용되지 않고 폐기되고 있다. 생활방식의 극적인 변화를 달성하면 좋겠지만 사람에게 바꾸기가 가장 어려운 것이 습관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에 기술 개발에 희망을 걸어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전 세계 기업과 과학자들은 어떻게 하면 기술로 탄소포집 등 기술을 통해 토양과 대기 중 탄소 비중을 어떻게 줄여 나갈 것인가를 연구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이제 선진국 위상에 있는 우리 한국에 인류문제를 앞장서서 해결해 달라는 요구와 기대가 빗발치고 있다. 우리는 반도체, 조선, 자동차 등 많은 분야에서 후발주자로 시작했지만 선도국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 우리에게 세계에서 꼴찌 수준인 기후변화 대응도를 최상위로 바꿔 내는 마지막 기술 혁신이 남아 있다. 윤석열 정부는 인류사에 큰 획을 긋게 될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정책을 통해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을 어떻게 탄소중립에 가깝도록 변화시켜 나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기 바란다. 그것은 예전 정부 주도 방식의 강압적 드라이브보다는 '너지'(nudge), 즉 사람들의 행동을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는 포지티브한 방식으로 변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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