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은 사람들이 연결될수록 세상이 나아진다는 착각
동네 도서관에 갔다가 '소셜온난화'라는 제목에 이끌려 꺼내든 책이다. 찰스 아서가 썼는데 '더 많은 사람들이 연결될수록 세상이 나아진다는 착각'이란 부제를 보고 어떤 내용일지는 대충 감을 잡았다. 저자 역시 지구가 점점 뜨거워져 파국을 향해 가는 것처럼 소셜미디어 세상도 그렇게 보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읽어본 문장 중에 2016년 한 인터뷰에서 저커버그가 말했다는 대목이 있다.
"사람들은 먼저 비행기를 개발하고 나서 비행의 안전성에 신경을 썼지요. 사람들이 안전에 먼저 중점을 두었다면 아무도 비행기를 만들지 못했을 겁니다."
그저 수익이 목표인 사람들은 앞뒤 잴 것 없이 사납게 치고 나가는 경향이 있다. 2024년 기준으로 페이스북은 세계인구의 절반에 육박하는 30억 5천만 명이 사용한다. 이들의 공격적 마케팅과 광고 전략, 무엇보다 소셜미디어 관계망을 형성해 주는 알고리즘은 인간 세상의 관계 공식을 새로 쓰게 한다. 실세계보다 더 지독한 편향과 신념화, 왜곡된 동류의식으로 파국적 결과를 앞당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유튜브 역시 마찬가지다. 편향적 사고의 적극적 전파가 수익이 되는 디지털 세상이 도래했다. 최대한의 저주와 극단적 표현이 돈을 벌게 해 준다는 전에 없던 새로운 공식 앞에 개별 인간들은 무력한 추종자가 됐다. 추종자들은 디지털 소비의 끝단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조차 모른다. 심지어 실세계 현상과 섞어 혼선을 일으키면서 삶의 기준과 합의까지도 무력화시키는 위험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이로 인해 생기는 사회적, 윤리적, 생태적 문제를 개별 사용자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거대하다. 이런 글을 읽을 때마다 마음이 복잡하다. 가공할 중독성은 일상을 완전히 바꿀 태세이다. 오늘 한국 사회가 처한 난관의 상당 부분을 소셜미디어의 과사용에 돌리는 것은 전혀 무용한 짓일까. 지구 온난화가 그러하듯 소셜 온난화는 원인 제공자와 피해자가 따로 있고, 해결의 기미는커녕 파국을 알면서도 멈추지 못하는 폭주 기관차다.
지그문트 바우만이 쓴 '액체현대'와 함께 읽으면 좋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