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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기교육 논란 유감

민주시민교육을 하려면 참여와 동원의 차이는 파악하자

by 교실밖 Apr 04. 2025

계기교육은 공식적 교육과정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지 않지만 특별히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시기에 실시하는 교육이다. 계기교육을 하는 것도, 하지 않는 것도 교육과정 실행의 주체인 교사가 학생들의 의견을 참고하여 판단하면 된다. 학생들에게 의미가 있지만 가르치지 않거나 배움에서 배제되는 경우 영교육과정의 성격을 갖고, 학교에서 교육과정으로 다루지 않지만 현상, 환경, 사례 등을 통해 체화하는 경우엔 잠재적 교육과정의 성격을 갖는다.


지금 탄핵 심판 중계 시청을 계기교육의 일환으로 실시하자는 것이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어느 교육청은 시청 권고 '공문'을 시행했다고 하고, 어느 곳은 공문 없이 구두로만 안내했다고 전근대적이란 비판을 받기도 한다. 교육부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 모든 소란스러움이 학교 교육과정에 대한 몰이해와 아직도 진정한 시민교육이 체화되지 못했음을 보인다. 


좋은 것이니까, 효과가 있으니까 이번에 '일제히 합시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일종의 동원이다. 교육청에서 이렇게 공문으로 딱 시행해 주면 현장에서 교사들이 다른 눈치 볼 것 없이 안심하고 교육할 수 있지 않느냐는 논리는 아직도 동원식 교육에 포획된 주장이다. 물론 아직 발달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학생에게 충격적인 내용을 여과 없이 시청하게 하는 것은 문제다라고 말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 논리로 교사의 자율적 판단을 믿지 못하는 과잉 걱정이다. 요컨대 어느 쪽 주장이든 시민교육을 하자고 하면서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어느 교육청의 집단적 실천이 모범 사례로 회자되는 것에는 주체적 판단능력을 가진 존재로서 교사가 실종돼 있다. 나는 적어도 한국의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중계를 보여줄 것인지 말 것인지, 학생들과 그 여부를 어떻게 합의해 갈 것인지, 학습의 후속 조치를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의 능력을 차고 넘칠 만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경우 시청 여부와 시기는 교실에 맡겨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내용 못지않게 교육 방법이 중요하고, 교사가 특정 방향으로 미리 결론 내리지 않는 것, 논쟁을 회피하지 않고 토론과 합의를 이뤄내는 것이 중요하다. 합의는 없더라도 의견의 다양함에 대한 존중, 평화로운 삶을 위해 어떤 규범들을 만들어나갈 지에 대한 토론이면 족하다. 민주시민교육을 하려면 최소한 참여와 동원의 차이는 파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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