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아하면 소중한걸 잃는대
2022-12-17
누군가에게 말붙이는 것 조차 용기가 필요하던 어린 날, 우연히 보게된 귀찮아하면 소중한걸 잃는다는 말이 자꾸 마음에 눌러 앉는다. 스무살의 뒷받침이 달라지던 그 해부터는 줄곧 바쁘단말과 귀찮단말의 차이가 길을 잃어버렸다. 나에게 바쁘다는 말은 곧, 해야한다 혹은 성장해야한다라는 압박감이란 치환된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출근하고 퇴근해내며 일을 해내는것이 아니라 시간의 틈사이에서도 끊임없이 생각하는 것도 포함된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생각하지 않는 시간들은 여유롭다고 표현할 수 있겠다.
가령 나의 하루를 설명하면 이렇다. 전날에 마무리하지 못한, 그리고 그전날에도 끝내지못한 일들이 엉켜붙은 채 하루를 시작한다. 아홉시에서 열시내지눈을 뜨면, 부재중 알림과 메세지가 가득한 휴대폰을 용기내어 켜보고선, "또 살아내야지.." 하며 옷가지를 챙겨 씻으러간다. 그렇게 몸은 기계적으로 씻지만, 마음에서는 "마무리하지 못한 일들은..이러쿵저러쿵해서 부탁을해야겠다" , "오늘은 출근하면 회의를 하고 이일을 이렇게 처리를 해야겠다" 하며 끝나지않은일과 시작하는일을 구분하며 널부러진 옷가지를 주워입으며 출근한다. 그렇게 출근하는 차안에서는 회신해야하는 전화를 하다보면 어느덧 사무실에 도착을 해놓고, 사무실 끝에서부터 문앞까지의 사람들과 인사한다. 그리고 내 자리아 한숨을 푸욱쉬며 앉게되면 사람들이 나를 찾아온다. 의견을 줘야하는 기획일, 안건에 결재를 받으러오는 사업부, 개발 일정을 물어보는 개발팀, 자금관리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며 찾아오는 회계팀 사람들과 한바탕 안건을 정리하다보면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어버린다. 출근한지 몇시간이 지났건만, 내 일은 정작 하나도 하지못했단 불안감과 조급함에 늘 그렇듯 인스턴트 식품을 넘겨가며 자리에 앉는다. 해야할일이 스무개가 넘는 To-Do 리스트에 다시 우선순위를 매긴다. "음.. 해야하는 일중에 일단 급여가 나갈 수 있는 순부터 처리하자" 마음에 일을 시작하려던 찰나,고객사에서 전화가 온다. 질문일수 있겠고, 질타이기도 한 전화들에 대답을 하다보면 어느덧 오후가 된다. 이쯤되면 나는 집중력있게 무언가 할 수 있는 에너지라곤 보이지 않아서, To-Do 리스트를 다시바꿔, 반복작업인일, 시간을 들여야하는 할수있는 일들을 처리해놓구선 다시 저녁 시간이 된다. 그렇게 다시 캘린더를 열어 회의와 해야하는일들을 잔뜩 적다보면, 해야할일 리스트가 오히려 더 늘어난것을 보며 한숨을 푹쉬는 하루가 지나간다.
그렇게 겨울 해가지고, 퇴근한 사무실에 덩그러니 앉아서 고민한다. "내 운영방식의 문제인가? 사람이 문젠가?, 아니면 관리 직군에 문제가 있는걸까" 라는 고민부터 따뜻한 회사를 만들고싶다는 가치와 나만 고생한다는 이기심따위들이 엉겨붙다 시간이 지나고나선, "고민할시간에 할 수 있는일을 하자" 라고 얼렁뚱땅 넘어가지게 된다.
이런 하루가 몇년쯤 지나다보면, 바쁘다라는 말조차도 평범해진다. 바쁜게뭐지, "바쁜게 정도와 강도같은것들이 있는걸까." 그리하여 나는 생각하지 않을 수 있는 여유는 기대조차하지 않고, 하고싶은 일들을 결국 다른걸 미루거나, 잠을 줄인다거나하여 하곤한다. 그럼에도 하고싶은일들이 누군가 만나고싶은 날이면서도 약속이 어긋나는 날이면, 상대의 잘못이 아님에도 크게서운해하는건 오롯이 나만 알 수있는 이유같은거라고도 생각한다.
외부세계에서 보면 나는 게으른것 같다. 스스로는 그리생각하지 않지만, 내색하는걸 좋아하지 않기에 그럴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한다. 그와 비슷하게 누군가 잠시라도 나의 하루와 비슷한 패턴으로 흘러가는 사람이 생긴다면, 썩 유쾌하진 않지만, 저사람에게는 공감받을 수 있겠다라는 이중적인 감정을 느끼곤 한다.
그리하여 바쁘다는건 결국 체력과 정신력의 한계를 불러일으키고, 그 한계는 대체적으로 귀찮고 게을러지나보다.
소중한것들을 모두 모아, 다시 그중에 중요한것들을 골라내어 이젠 한두개밖에 남아있지도 않은것같은데 그마저도 해낼 수 없는 나를 보는건 역시나 슬픈일이다. 오늘의 글은 결국 외롭단말을 하고싶은거였나. 나의 불성실함의 이유는 무엇일까. 일이 너무많은걸까. 걱정이 넘치는걸까. 체력적인 문제일까. 아니면 몸의 어딘가 고장이라도 난걸까. 일을 나눠주지못하는 나의문제일까..
의미 없는 고민들을 이곳에 새기고 가야겠다. 오늘은 무얼느끼고싶었던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