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역경을 견디는법

흘려보내렴.

by 오늘따라유난히

#2022-05-01


신이시여, 내게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평온함과,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와,

그 둘을 구별할 수 있는 지혜를 허락하소서

- 라인홀드 니버



바꿀수없는것들이란 무엇일까. 내가 세상에 태어나고 자란 것, 한치앞을 내다볼 수 없는 선택, 역경, 고난같은것들일까. 예전엔 참 좋아했던 글인데, 오늘은 유난히 부정적이다. 내가 할 수 있는건 선택하고 책임지는것밖에 없는데. 나는 내 삶의 길의 끝에는 무엇이 있는지 안다. 가끔은 선택의 기로가 있는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그 끝을 안다. 오늘은 말들은 진심을 꾸미는 장식품처럼 보인다. 내가 어떤 단어를 써야하며, 그 문장들로 당신이 어떻게 반응할지 알고있다. 이내 결국 말하지 않는것은 드러나지 않는가. 정작 중요한것들은 보이지 않는다는 어린왕자의 말을 사람들은 왜 알지못할까.


나에겐 분노심,허탈함,실망 같은것들은 어찌할수 없는 것들이다. 그런마음이 들면 "내가 뭐 어떻게 하겠어, 바꿀수 없는것들인데" 라는 마음으로 신경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부정적인 감정을 내비치는 일은 항상 지나고나서 말하는 습관이 있다. "아 그때 꽤 속상했어" 라던지, "어제는 이러쿵저러쿵한 일이있었어, 그래서 실망도하고 그래서 오늘은 꽤 지치네" 라는 식이다. 언제나 그렇듯 나의얼굴엔 아픈미소, 옅은 웃음, 가느다란 슬픔정도가 녹아있다. 그래서 소리내어 우는일이나 감정적으로 화내는일에 늘 익숙하지 않다. 그럴땐 어떻게 말해야할지, 어떤단어를 써야할지. 화자가 방식을 잃는다.


역경을 버티는 방법은 결국 시간이다. 온 감정이 나를 칭칭감아 손가락하나 움직일 수 없는 순간이오면, 고난도 지치겠지하며 속절없이 시간이 흐르기만을 기도한다. 역경을 이겨내는 것은 나와 타인도 아니며, 묘수같은건 없다. 하염없이 시간에 나를 맡기다보면 옅은 슬픔과 아프게 웃는 사람이 희미하게 해결되었노라고 이야기해준다. 그래서 부정적인 감정에대해서는 무채색으로 사려고한다. 긍정은 내비치고 일러주지만, 부정은 있기는한가 생각이 들 정도로만.


지금도 나에게는 해결해야할 숙제는 빼곡히 책장에 목록에 쌓여있다. 속절없이 시간이 흐르고나면 저 책장도 비워지겠지만, 어떻게 버텨내는가.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쓸수록 생각하고있다는 반증같은것인데.



어느덧 스무명이 넘는 회사의 대표가, 세명의 작은회사의 자회사가 있는 사람이 되었다. 주위에서는 나를 대단히 보는것같지만, 빈수레일 뿐이다. 무언가 나를 구성한것들이 섬세한 원자와 전자같은 느낌이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무것도 없는 진공상태같은거라고 생각한다. 어느때는, 그래 여기까지잘해왔잖아, 조금만더 잘해보자라고하지만, 오늘의 나는 더이상 무언가를 나눠줄 게 더 없는데. 나눠줄수가없다면 나를 떠날것만같은 압박감과 외로움을 느낀다. 나를 깍아 남에게 주었지만 우리에게 남은것은 무엇이될까. 무엇이었을까.

이제는 무엇을 줄 수 있을까. 사람이 가지지않은채 줄 수 있는 것들은 따듯한말과 시간일텐데. 지금의 나는 말라비틀어져 앙상하게 남는 나뭇가지일뿐이다. 부정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나는 다시 어린아이가 될 수 있을까.



무언가를 소유해본적이 없어서 가지는법을 알지못한다. 이것은 내것이라고, 손에 꽉쥐고 소리치는 방법은 가장 잃기 쉬운 무언의 방법이라 생각한다. 그러니 부디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속에 나의 옆에 당신이 있길 바란다. 고통을 참은채 신음하며 무너지는 나에게 줄 수 있는것이라곤 온통 나쁜 흰색과검은색 뿐이다.


그러니 부디 그런눈으로 나를 바라보지말아달라. 당신마저 없다면 나는 세상에 존재하였다는 증거가 사라질테니. 부정의 부정은 긍정일것인가. 가치의 끝은 무엇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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