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thing is OK!
오늘 되짚어본 리스트는,
오늘 하루 나의 심심한 시간을 채워준 것들.
- 친구와 만나 뭐 먹을지 망고플레이트(맛집 앱) 검색
- 버스로 이동하는 동안 지니뮤직으로 음악 재생
- 음악만 듣기가 지루해져 네이버 앱 접속. 메인과 주요 카테고리(연예, 푸드, My 등) 훑기
- 그리고 카카오 채널도 훑기
- 브런치 메인에 뜬 글들 제목부터 빠르게 넘겨보기
- 친구와 만나 사진 찍고 같이 사진 앱 한 번 훑기
- 친구와의 수다가 잠시 멈췄을 때 네이버 메인뉴스 확인
- 요즘 기다리고 있는 메일이 있어 알람이 안 왔는데도 메일함 들어가 보기
- 스타벅스 신메뉴 정보 확인하러 스타벅스 앱 여행
- 집에 와서 간식 먹으며 유튜브 영상 2개 시청(할 일이 있어 끊어야 하는 게 힘들었다.)
먼 길을 떠나도 스마트폰 하나만 있어도 되는 이유.
소재 불문, 목적 불문, 양과 질 불문, 내 휴대폰은 내게 "Everything is OK!"라고 당당히 말한다.
분명 이렇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그때 기억이 잘 안 난다. 스마트폰의 출현 이전에 나의 하루의 '빈 시간들'은 무엇으로 채워졌었던가.
책이나 영화를 보거나 친구와 메신저를 하거나 인터넷 서핑을 좀 하던 것 외에, 활동과 활동 사이 자투리 시간들이 많았던 것 같은데. 뭔가를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 '보는 것'과 '보지 않는 것', 그 시간들의 경계도 분명했던 것 같고. 하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이 길든 짧든 나의 시간들을 장악하고 있다시피 하다. 그 바람에 옛 풍경들은 흐릿해졌고, 그걸 새삼 되짚어보려 해도 쉽지가 않다.
심심하거나 무료한 순간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게 됐다. 홈버튼 하나만 누르면 보고 듣고 즐길 것들이 차고 넘친다. 앞으로도 그 순간을 더 잘 극복해줄 방법들이 고안될 것이다. 그 '더 잘'의 정도가 어디까지일지 모르겠지만.
그런데 한편으론, 심심함을 두려워하는 느낌은 또 어떤 것이었을까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