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을 만으로 딱 10년 4개월 했다.
대학 졸업이 1년 늦어서 25살에 첫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도 나는 '늦었다' 생각했다. 휴학 없이 칼졸업을 하고 23살 겨울에 입사한 친구들도 있을 때였다. 지금 돌아보면 1년도 안 되는 그깟 몇 개월의 차이, 진짜 별 것도 아닌 건데 그땐 그게 그렇게 조바심이 났다. 비교와 경쟁, 끊임없는 자기 채찍질에 길들여진 세대였다.
첫 직장으로 작은 홍보대행사에 들어가 선배들에게 인사를 하던 점심시간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안녕하세요. 오늘 OO팀에 입사한 OOO입니다"
"몇 살이야?"
"스물다섯 살입니다."
"스물다섯? 만으로 스물셋? 어후.. 더 놀지 뭐 하러 이렇게 일찍 왔어"
그땐 선배의 말이 으레 하는 인사치레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지금 만 23살의 신입을 보면 나도 똑같은 말을 하리라. 단전에서부터 나오는 깊은 탄식, 안타까움, 그리고 부러움과 함께.
을지로의 퇴근길 11년 차라 불리는 35살이 되어보니 알겠다. 당장 25살에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28살에 4년 차가 되는 것보다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훨씬 더 중요한 것들이 있었음을. 경주마가 트랙 따라 앞만 보고 내달리듯이 입시-대학-졸업-취직을 숨 가쁘게 내달릴 필요는 전혀 없었다는 사실을.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놀라는 건 아니다. 30대, 40대가 되었을 때 하기 힘든 것들을 한 번쯤은 생각해봤어야 한다는 말이다.
나는 삶이 안정되면 더 많은 걸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그건 오직 내 생활 반경에 국한된 것이지 생활양식을 바꾸는 것은 아니었다. 약간 더 비싼 옷을 입고, 가격표를 안 보고 커피를 시킬 수 있고, 너무 답답할 때 짧은 해외여행을 갈 수 있는 정도. 오히려 연차가 쌓이고 연봉이 높아질수록 내가 쥐고 있는 모든 것을 내치기는 점점 더 어려워졌다. 즉, 약간 더 풍요로워진 삶이 가늘고 길게 이어지고 있을 뿐 공허함을 채울 수 있는 근본적인 변화를 도모하기는 더 힘들어졌다는 뜻이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더 깊어지는 요즘이다. 오히려 '경력을 쌓자'는 단순한 목표가 있을 때가 더 나았다. 미친 듯이 일에 몰입하면 됐으니까. '이렇게 경력을 쌓아서 나는 결국 뭐가 될까'라는 물음표가 뜨자 모든 게 힘들어졌다. 일은 일대로 재미가 없고 때려치우자니 마땅한 대안도 없다.
아주 혹독한 오춘기를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