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원 Jan 22. 2019

가톨릭의 타락, 진정한 저널리즘

영화 <스포트라이트>

 이번 영화는 2015년 개봉작인 <스포트라이트>이다. 아카데미 각본상과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로, 이 모든 내용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가장 좋은 점은 성폭행을 다룬 영화임에도 전혀 자극적인 장면이 없었으며, 스포트라이트 팀의 기나긴 여정을 잘 담아냈다는 것이다. 영화의 또 다른 장점은 담백함에 있다.



성직자의 성추문 사건


 이야기는 글로브지에 새로 부임한 국장인 배런이 보스턴에서 일어난 성직자의 성추문 사건에 대해 의혹을 품어서 시작된다. 이전에 법정까지 간 성직자 게오건의 성추문 사건이 있었는데, 그 사건이 그것만으로 끝이 아닐 것 같다는 것.

 때문에 배런은 '스포트라이트'팀에 그와 관련한 사건을 조사해보라고 지시를 내린다. 그 지시에 따라 스포트라이트팀은 이전의 일을 올 스톱시키고, 성직자 성추문 사건에 모든 힘을 쏟는다.

 처음 사건을 접하고 알게 된 법정 공방까지 간 피해자의 수는 약 80여 명. 문제는 그 80여 명의 피해자가 단 한 명의 성직자의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에 따라 사건 조사의 폭을 더 넓히게 되고, 소규모 피해자 단체의 대표인 '사비아노'와 연락이 닿게 된다.

 겨우 연락이 닿고 찾아온 사비아노는 뜻밖의 말을 꺼낸다. 그가 이미 몇 년 전에 관련 자료를 보냈으며, 그 사실을 묻은 것은 '글로브지'라는 것이다. 그 순간부터 이 사건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사가 진행되면서 피해자를 만나고, 관련 치료센터에서 일한 사람과 연락이 닿으면서 사건의 심각성을 모두 깨닫게 된다. 성추문 사건에 연루된 성직자들은 남녀를 가리지 않았으며, 나이 또한 가리지 않았다. 가렸다고 한다면 집안 배경이라고 해야 할까. 사는 것이 좀 어렵고, 집안이 화목하지 못한 가정의 아이들만을 노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참 영화를 보는 중에 든 생각. '과연, 이게 설마, 실화일까?'



침묵의 카르텔


 당시의 피해자 중 한 사람은 "모든 것은 사제의 순결 서약에서부터 시작된다"라고 말한다. 애초에 태어나길 똑같은 사람으로 태어났는데, 성직자라고 해서 모두가 가진 성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관련 치료센터에서 일하며 그 사건을 중점적으로 연구했다는 또 다른 사람, 리차드 사이프는 그 가해 성직자들에 대해 "성적인 부분에서는 13세 즈음에 머물러 있다"라고 말한다. 자신들이 가진 성욕을 푸는 방법을 모르는 것이다. 몸과 머리 모두 컸지만, 성적인 면에서는 아직 어린아이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피해자 중 한 명은 “당신이 가난한 집의 아이이고 사제가 당신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인다면, 아이에겐 대단한 일이 된다. 사제가 은밀히 부를 때 어린 마음에 어떻게 하나님을 거절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한다. 피해자들의 대부분이 가난하거나 가정이 화목하지 못하다. 관심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관심을 받게 되면, 어린 마음에 거절을 못한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또한 남자든 여자든 가리지 않았다. 오히려 남자아이들은 수치스러워 더욱 말을 안 한다는 점을 이용해, 남자아이들을 선택하기도 했다. 나이 불문, 성별 불문이었으며 심한 경우 4세 어린아이까지 학대했다.

 이렇게 악질적임에도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 사람들이 평범한 하루를 살아가는 동안, 다른 곳에선 하느님의 이름을 빌려 아이들을 성폭행하는 성직자가 있었다. 이 모든 것은 누군가가 침묵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역 내 가장 고위 성직자인 추기경의 침묵. 알고 있음에도 해당 성직자를 다른 이유로 발령 보내는 등의 행동으로 계속해서 은폐한 것이다.

 침묵의 카르텔. 많은 사람들이 의지하고 믿는 종교계에서의 가장 끔찍한 사건, 그리고 가톨릭의 위상이 꺾이지 않게 하기 위한 침묵. 종교계가 보인 것은 가장 끔찍한 침묵의 카르텔이었다. 사건의 모든 내막을 알리겠다는 '글로브지'의 연락에도 끝까지 침묵으로 일관하겠다는 입장을 내보인 것까지, 끝까지 더럽고 추악했다.

 사건에 대한 조사가 진행될수록 성추문 사건의 가해자인 성직자의 수는 끊임없이 늘어난다. 그 혐의가 확실하다고 할 수 있는 사람만 보스턴에서 70여 명. 그에 따라 피해자의 수도 증가한다. 기사가 최종적으로 신문에 실리고, 피해자의 제보 전화가 빗발친다. 가장 믿을 수 있는 곳이어야 할 종교계의 배신. 때문에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다.



저널리즘의 승리, 탐사 저널리즘


 끝이 보일 것 같지 않은 긴 싸움은 결국 저널리즘의 승리로 끝이 난다. 감정이 격해진 스포트라이트팀의 기자 '마이크'가 지금까지의 성과를 기사로 내보내야 한다고 하지만, 국장 '배런'이 저지한다. 이 사건은 성직자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가톨릭의 시스템 자체의 문제라고 본 것이다. 그에 따라 '배런'은 사건과 관련된 가톨릭의 방조 시스템을 파헤쳐야만 한다고 전한다.

 그 말에 따라 스포트라이트 팀은 힘을 합쳐 가톨릭이 은폐하고 방조한 사실들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그 누구도 튀는 행동을 하지 않고, 자신을 히어로처럼 여기는 사람 또한 없다. 그저 스포트라이트 팀 모두가 협력할 뿐이다.

 물론 그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보스턴은 가톨릭의 힘이 강력한 도시여서 모두 사건을 쉬쉬하는 분위기부터가 그들의 장애물이었다. '고개를 돌리면 가톨릭 신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 것이, 판사조차도 가톨릭 신자였다. 또한 현직 추기경의 은근한 압박도 문제였다. 하지만 스포트라이트 팀은 그러한 문제에도 굴복하지 않고,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우직하게 해 나갔다.

 조용히 힘을 합쳐 일을 해나가는 그들의 모습은 전형적인 '탐사 저널리즘'의 표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슈로부터 거리를 두지 않고 정해진 대상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보스턴 내에서 지배적인 권력을 가진 가톨릭이 은폐하고 있는 사실을 파헤친다는 것. 사실 그 행동은 본인들에게 큰 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문제이다. 하지만 그러한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끝끝내 기사를 내보낸 것을 보면 그들이 가진 가치관 또한 엿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사실을 파헤쳐 알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통해 사회가 변화했으면 하는 마음을 가진다는 것에서 진정한 '탐사 저널리즘'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이러한 탐사 저널리즘의 특성은 대부분의 대중, 혹은 이길 승산이 없는 법적 싸움의 피해자를 위해 바라는 언론의 순기능 중 하나이다. 그에 걸맞게 스포트라이트 팀의 기사는 훌륭한 촉매제 역할을 해냈으며, 국민의 알 권리 또한 충족시켰다. 그 노력이 인정받아 실제로 보스턴 글로브지는 퓰리처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2001년, 보스턴 성직자 성추문 사건


 모두 실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영화이다. 사건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01년 경이라고 알려져 있으며, 국내에 기사화된 것은 2003년이다. 기사에서는 성직자 성범죄의 희생자임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으며, 관련 소송사건이 542건이라고 말한다. 또한 보스턴의 로마 가톨릭 대주교 관구에서는 1994년부터 2001년까지 149명의 제소자에게 이미 화해 비조로 최소 2120만 달러를 지불한 기록이 공개되었다고 한다.

 실제 글로브지의 기사에 따르면 그 학대의 모습은 더욱 악질적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아동에 대한 성적 학대가 오랫동안 이어졌는데,  게오건이라는 성직자가 1980년 한 가족의 7명의 소년을 반복적으로 학대한 것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가해 성직자를 다른 곳으로 보냈다가,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보내는 등 상식 밖의 행동을 했다고 한다. 아동을 성적으로 학대한 가해자를 다시 피해자가 있는 곳으로 돌려보낸 것이다. 그렇게 상식 밖의 일이 일어났음에도 추기경은 몇 년 간 그 지위를 유지했다고 한다.



 피해자들은 그러한 일을 겪고 죽지 못해 살아갔다. 약과 술에 의존했으며, 들이닥치는 슬픔을 감당하는 것조차 그들에게는 고통이었을 것이다. 심지어는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 피해자도 존재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적절한 조치는 없었으며, 은폐하기만 했다.

 심지어 가톨릭을 믿고 의지하던 수많은 사람들의 믿음까지 앗아갔다. 용서할 수도 없으며 용서받지 못할 끔찍한 일을 벌인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엔 가해 성직자의 이름들이 보이며 끝난다. 화면을 채울 정도로 수많은 사제가 연루되어 있었다. 또한 그 수많은 사제가 전 세계 곳곳에 있다는 것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이었다.



  또한 더욱 충격적인 것은 여전히 성범죄에 연루된 성직자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2018년 7월에는 1980년대에 신학생을 상대로 아동 성범죄를 저지른 미국 워싱턴 명예대주교 '시어도어 맥캐릭 추기경'이 사임했으며, 모든 직무를 박탈당했다.


 가장 믿음을 주어야 하는 단체 중 하나인 종교계, 가톨릭의 타락.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문제일 것이다.



-마지막 내용 중 일부는 보스턴 글로브지의 실제 기사를 참고하였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함정에 빠진 것이 누군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