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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소유 Dec 31. 2023

새해, 피할 수 없는데 울 수도 없으니

해가 갈 때는 왠지 쓸쓸한 느낌이 든다.


꽤 오랜 동안 현재였던 2023년은 한순간 과거가 되어버리고 미래였던 2024년은 덜컥 현재가 되어있다.

음식을 살 때 유통기한에 2024년 뭐시기 라고 적혀있으면 '꽤 오래 남았네,'하며 장바구니에 담았었는데, 이젠 그럴 수 없다는 거다.


오지 않을 것만 같던 미래가 성큼 다가와 나의 의지와 상관 없이 내 삶의 일부가 되는 상황들을 마주하고 있노라면

지금은 생각지도 않고 있는 십 년 뒤, 이십 년 뒤, 나의 마지막 날 까지도 이토록 성큼성큼 나에게 오고있을까 싶어 헛헛한데

혹시나 그 마음 나에게 들킬세라 자꾸 이게 좋은 일인양 나를 속인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해피 뉴이어. 케이크에 초를 붙이고, 초를 끄고, 박수를 치고.


어차피 피할 수 없는 데 울 수도 없으니 최대한 웃으며 새해를 맞이한다. 


그리고 며칠만 지나도 금방,

나는 2024라는 현재에 적응한다.


그 다음의 어떤 숫자, 어떤 날들도 매일 나에게 조금씩 다가오고있는 거겠지만

적어도 일 년 간 나는 또 새까맣게 모르는 사람처럼 살아가다가

어느날 갑자기 훅, 당한 사람 처럼 굴겠지.




2023.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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