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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낮밤 Jul 05. 2022

식후 저혈압을 아시나요?

밤의 생각: 글을 쓰다가

금요일이었다. 7월의 시작과 한 주의 끝을 축하하는 마음에서 회사 동료들과 멕시칸 음식을 거하게 먹었다. 치즈와 칠리소스를 듬뿍 얹은 감자튀김과 갓 튀긴 치미창가에 살사 소스를 끼얹어 정신없이 입으로 쑤셔 넣다 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끝나 있었다. 자극적이지만 몸에 해로운 그 맛을 음미하며 남은 근무도 파이팅하자며 사무실로 돌아오는데 유난히 날씨가 덥게 느껴졌다. 찌는 더위라기보다는 내 안에서 뜨거운 열이 생성되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한두 시간이 지났다. 어느 순간부터 가슴이 답답했다. 에어컨이 너무 세서 그런 가보다 하며 소화도 시킬 겸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 근데 한 발짝 떼는 순간 세상이 핑그레 도는 거다. 나는 가만히 있는데 세상이 빙글 뱅글 돌기 시작했다. 익숙한 이 느낌. 그래, 바로 초등학교 시절 땡볕이 내려쬐는 조회 시간에 경험했던 그거다.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핑그르르 돌더니 하얗고 까맣고 작은 점들처럼 반짝반짝거리면서 시야가 뿌옇게 되더니 더운 기운이 올라오면서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쓰러지면 안 돼. 정신차려! 나는 벽을 부여잡고 화장실의 변기 칸으로 직행했다. 변기에 쓰러지듯 앉자마자 나도 모르게 뒤로 머리가 젖혀졌다. 그러고서는 누운 것도 아니고 앉은 것도 아닌 애매한 자세로 변기에 걸쳐 5분 정도를 가만히 있었다. 여전히 세상은 팽팽 돌고 있었다. 나는 숨을 최대한 천천히 고르게 쉬려고 노력했다. 그러자 조금씩 시야가 되돌아왔다. 머리 위 전등이 보이고 화장실 칸에 구겨져 있는 내 팔과 다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무리를 하면 저혈압 증상이 오곤 했다.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운동을 과도하게 했을 때, 날씨가 더울 때, 심지어는 급똥이 올 때도 세상이 팽글팽글 돌면서 시야가 흐려지고는 했다. 다행히 기절한 적은 (내 기억에는?) 없다. 보통 이럴 때는 잠시 쪼그리고 앉거나 누워서 휴식을 취하면 곧바로 나아지고는 한다. 그런데 오늘은 이상했다.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리고 난 뒤에도 머리가 아프고 어지러웠다. 조금 쉬면 괜찮아졌다가 또 어지럽고 머리가 아프고를 반복했다. 


퇴근길에는 몇 번이고 택시를 탈까 고민을 했다. 평소에는 지하철까지 10분이면 걸어가는데 이 날엔 걷고 쉬고를 반복하느라 거의 30분이 걸렸다. 중간에 수분 보충이 시급하다는 생각이 들어 포카리스웨트까지 사 먹으면서 집에 돌아왔다. 조금 쉬면 나아지겠지 생각했으나 웬걸 퇴근한 이후로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일요일 오전까지 계속 두통과 어지러움증에 시달렸다.


일반적인 기립성 저혈압치고는 조금 증상이 오래가서 저혈압에 대해 이것저것 찾아보다 보니 "식후 저혈압"이라는 게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식사 후에 나른하고 어지럼증이 나타나는 것은 식후 저혈압이 원인인 경우가 있는데, 이는 식사를 하면 많은 양의 혈액이 장 운동이 활발해지는 소화기계로 몰리게 되면서 뇌로 가는 혈액 공급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한 노인이나 탈수 등이 있는 경우에도 생길 수 있다.

식후 저혈압이 오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적은 양의 식사를 자주 하고 탄수화물이 적은 식사를 하며, 적당량의 소금을 섭취해야 한다. 

- "저혈압 예방과 대처법", 아주대학교 병원 가정의학과 김광민 교수 


탈수라... 뭔가 짚이는 게 있다. 나는 점심시간에 짬을 내 크로스핏을 한다. 워낙에 고강도의 운동이라 항상 땀을 많이 흘리는데 이번 주부터 본격 날씨가 더웠던지라 평소보다 배출해낸 육수의 양이 어마 무시했다. 중간중간 물도 마셔줬지만 조금 부족한 감이 있었다. 목요일에 그렇게 운동을 하고 나서 뭔가 힘이 쪼옥 빠져있던 기억이 있는데 일종의 탈수 증상이었던 것 같다. 아무튼 그렇게 수분 공급이 잘 안 되어있던 상태에서 고열량의 과식을 때려주니 몸이 견딜 수가 없었나 보다. 


확실한 진단을 위해서는 병원을 가야겠지만 생략하기로 한다. 대략 몸이 회복된 것 같아 앉아서 뭐라도 끄적이니 조금 기분이 나아진다. 아프니 작업을 못하고 작업을 못하니 한 없이 무기력해지는 무한 뫼비우스의 띠를 주말 동안 충분히 경험했다. 주말 내내 골골거리니 건강이 최고라는 걸 다시 한번 절실히 깨닫게 된다. 


Photo by Coffeefy Workafe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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