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글입니다.
지난 토요일 아직 오지도 않은 봄철 맞이 대청소를 했습니다.
집안의 모든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청소를 했는데 엄청 춥더군요.
청소하다 얼어 죽을 것 같았습니다.
만일 그랬다면 집에서 청소하다 얼어 죽은 아저씨로 2025년 다윈상 확정인데요.
아무튼 부랴부랴 청소를 마쳤는데, 집이 너무 추웠습니다.
집에 아이 말고도 추위에 민감한 도마뱀들도 있어 다시 온도를 높이기 위해 거꾸로 타는 보일러의 온도를 높였지만, 역시 거꾸로 타서 그런지 시간이 걸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때 생각난 것이 바로 집에 고이 모시고 있는 팬히터.
팬히터를 바로 꺼내 작동을 시키려 했지만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보여주는지 삐삑거리며 오일 경고등이 반짝입니다. 허겁지겁 기름통에 남아있는 등유를 가져와 팬히터 기름통에 옮기다가 그만....
엎지르고 말았습니다.
저도 모르게 스마트폰을 꺼내 '이야! 한 건했다!' 라며 그 광경을 촬영하려 하는데, 아들 녀석이 소리칩니다.
"아빠! 정신 차려! 곧 있으면 엄마 와!"
부랴부랴 등유를 쏟은 러그 위를 물티슈를 가져와 박박 문지르는데, 기름이 닦이기는커녕 오히려 기름자국이 더 번지기 시작합니다. 날은 추운데 이마와 등줄기에 식은땀이 줄줄 흐르기 시작합니다.
잠시 마트에 갔던 와이프가 돌아오는지 현관에 비밀번호가 눌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등유의 향이 죽음을 부르는 향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제가 와이프에게 맞아 죽어 향을 피웠을 때 그 향이 등유향이 나길 간절히 바랍니다.
와이프는 "나만 없으면 너희는 사고를 치는구나." 라며 아이까지 억울하게 혼났습니다.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네요. 아무리 노력을 해봐도 결국.. 러그는 대형 폐기물로 신청했고, 내일 수거해 가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잘하는 짓이 있습니다.
바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등유를 쏟았을 때 대처요령을 검색했습니다.
나중에 등유를 엎지를 미래의 사고뭉치들을 위해 공유합니다.
녹색창에 '등유 쏟았을 때' 검색하면 광고만 나왔지만, 검색에 검색을 한 뒤 내용을 정리하여 올립니다.
1. 등유를 쏟았다! 이런 젠장
> 무조건 바로 닦아내야 합니다. 화재의 위험성도 있지만 냄새는 물론 쏟아진 소재에 따라 변색 등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등유는 인화성이 낮아 화재의 위험이 낮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래도 흘린 곳에 불이 있다면 인화된 화재가 발생할 우려가 큽니다.
2. 그럼 무엇으로 닦아야 하는가?
> 신문지, 페이퍼 타월 또는 걸레 같은 마른 천이나 입지 않는 의류, 밀가루 등
불을 사용하고 있다면 바로 소화하고 쓱쓱쓱 문지르며 닦는 것이 아닌 신문지, 페이퍼 타월, 걸레, 밀가루 등으로 흡수시키며 닦는 것이 중요합니다. 문지르는 경우 오히려 더 등유가 스며들거나 소재를 상하게 되는 원인이 될 수 있으니 최대한 흡수를.. 만일 신문지, 걸레 등의 천이 없다면.. 그냥 상의 탈의하시고 흡수!!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바닥 광내 듯 문지르며 닦는 것이 아닌 최대한 흡수! 흡수!
3. 차량 내부 또는 트렁크에서 등유를 쏟은 경우
> 앞서 설명한 방법대로 신문지, 걸레 등으로 흡수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흡수시킨 뒤, 발판 등 분리해서 씻을 수 있는 부분이라면 씻은 뒤 외부에서 충분히 말리면 좋습니다. 최대한 등유를 흡수시킨 뒤 물에 섞은 중성세제를 묻힌 천으로 두들기 듯 닦아내고 마지막에 뜨거운 물에 담근 물걸레로 닦고 건조하면 된다고 합니다. 이때 환기도 중요하다고 합니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이런 작업을 전문적으로 잘할 수 있는 카센터나 세차장에 맡기는 게 최선이라고 하네요.
등유를 쏟는 사고 치시지 않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