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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에 헤네랄리페 정원에서>

삶과 여행은 언제나 변수가 많고 그 변수는 언제나 예상 밖이라는 것

by 김영숙

비행기표와 숙소 예약, 그리고 꼭 필요한 부분적인 투어나 입장권 예약을 모두 마치고 이제 여행 시작이 한 달 정도 남은 시점에 갑자기 비행기표가 취소되었다고 문자가 왔다.


그것도 전체적인 취소가 아니라 인천에서 바르셀로나까지 가는 것은 정상적으로 진행되나 마드리드에서 인천으로 돌아오는 비행기표 중에서 마드리드에서 베이징까지 오는 비행기표가 부분 취소되었다는 연락이었다.

예상치 않은 상황에 너무나 당황스러웠고 다음으로는 화가 나기도 했다. 내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비행기표였는데 숙소와 세부 여행을 이미 예약한 상황에서 여행 자체를 취소할 수도 없으니 다시 비행기표를 예약해야 하는데 이제 겨우 한 달 정도 남았으니 저렴한 비행기표는 이미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일방적인 취소 문자에 누구에게 항의할 수도 없었고 나의 선택지는 오로지 비행기표를 취소하고 환불받던가, 아니면 중간에 취소된 것을 수용하고 그대로 진행하는 방법 외에는 없다는 것이었다.

비행기표를 예약하고 돈을 지불한 상황이면 모든 것이 확정적일 줄 알았던 내 생각이 순진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우리네 삶이나 여행이나 언제나 변수가 있고 이 변수들은 대부분 예상 밖인 경우가 많지 않던가.


‘그래. 이런 변수가 없다면 삶이, 여행이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이런 변수도 재미로 받아들여야 여행의 참맛을 알게 되는 것이겠지.’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런 변수도 융통성 있게 대처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막상 해결해야 할 문제로 직면하게 되니 솔직히 당황스럽고 억울하고 누구에게도 하소연하기 어렵다는 것이 속상하기도 했다. 그래도 아무렇지도 않은 척 다시 비행기표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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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처한 스트레스 상황을 극복하는 방법 중 하나는 지금보다 나쁜 상황을 가정해 보는 것이다. 그러면 나의 현재 상황이 그 상황보다 낫다는 것에 위안이 되기도 한다.


가장 나쁜 상황은 더 늦게 취소된 것을 알았다거나, 아니면 비행기표가 아닌 내 건강상의 문제로 여행을 갈 수 없다거나 새로운 비행기표를 아예 구할 수 없다거나 안 좋은 상황은 여러 가지 일 수 있다.


내가 처한 상황은 겨우 비행기표가 취소되었다는 것이고 대행사의 잘못으로 취소되어서 원하면 100% 환불해 준다고 하니 다른 항공편을 찾아 조금 더 금전적인 부담을 가지고 비행기를 예약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래서 부랴 부랴 대체 항공편을 알아보니 원래 예약했던 가격에 1/2 정도를 더 부담하면 새로운 항공권을 예약할 수 있었다. 서둘러 인천에서 도하를 거쳐 바르셀로나로 가는, 그리고 마드리드에서 도하를 거쳐 인천으로 돌아오는 새로운 항공권을 예약하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새로운 변수에 잘 대처한 나를 칭찬하면서...


그러나 안심하기에는 일렀다. 새 비행기표를 예약하면서 날짜와 시간을 착각하여 실제로는 1월 1일 밤 0:20 비행기를 예약한 것이었는데 나는 기존의 비행기 시간과 착각하여 1월 2일 밤 0:20 비행기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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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0일 저녁, 우연히 짝지가 비행기표를 확인해 보더니 집에서 1월 1일 오후에 출발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12월 31일 오후에 출발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다시 찬찬히 확인해 보니 그의 말이 맞았다.

1월 1일 오후, 짝지의 배웅을 받으며 여유롭게 출발하려는 게 내 계획이었는데 비행기표를 새로이 예약하면서 내가 날짜와 시간을 착각한 것이었다.


부랴 부랴 집에서 공항까지 가는 기존 리무진 예약을 취소하고 다시 알아보니 리무진은 이미 매진되어 리무진을 타고 인천 공항으로 갈 수는 없게 되었다. 할 수 없이 대전으로 고속버스를 타고 가서 대전에서 인천공항까지 가는 방법으로 대체했고 하루 일찍 바르셀로나에 도착하는 바람에 민박에 연락해서 1일 숙박을 추가하였다.


휴우~~ 짝지가 확인하지 않았더라면 하마터면 비행기를 못 탈 뻔한 것이다. ‘아니! 여행의 변수치고는 너무 드라마틱한 것 아닌가?’


남들 보기에는 파워 J였으나 이렇게 줄줄 새는 면도 있었다는 것. 그래서 인생은 혼자가 아닌 보완해 줄 누군가가 함께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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