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라서 우대해 주는 스페인 미술관
스페인 여행을 준비하면서 내가 중점적으로 보고 싶었던 곳은 미술관이다. 여러 정보를 찾다 보니 현직 교사인 경우 국제교사증이 있으면 미술관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는 정보를 찾은 것이다. 그래서 서둘러 2년 기한의 국제 교사증을 만들었다.
30여 년 교직생활 동안 해외여행을 하면서 교사여서 누릴 수 있는 혜택은 처음 받아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마저도 이제 교직 생활을 마칠 날이 2~3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는데 이제서라도 혜택을 볼 수 있다니 한편으로는 감사한 생각이 들었다.
바르셀로나 카탈루냐 미술관의 경우 사전 예약창을 열면 가족 할인, 65세 이상, 청소년 할인 등의 체크 박스 밑에 ‘교사’라고 체크할 수 있는 항목이 있다. 이렇게 공개적으로 교사라고 체크할 수 있는 박스를 만들어 놓은 것은 교사를 우대하고 공개적으로 할인해 주겠다는 표시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우대받는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세계 각지의 교사들이 무료로 미술관을 관람하고 미술적 소양을 기르는 것은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사에게 이런 혜택을 주는 것은 교사가 미술관과 미술품을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고 이 작은 배려가 결국은 많은 학생들에게 교육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스페인 정부의 정책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생각했다.
국제 교사증을 만든 덕분에 카탈루냐 미술관, 피카소 미술관은 사전에 무료로 예약을 하고 티켓을 출력해서 출발할 수 있었다. 또한 호안 미로 미술관은 입장권을 구매하기 전 ‘나는 국제 교사증을 가지고 있는데 혹시 할인해 주니?’ 물어보니 절반 정도의 금액에 입장할 수 있었다.
톨레도의 엘그레코 미술관의 경우 내가 국제 교사증을 보여주자마자 흔쾌히 무료 입장권을 내주었고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 티센보르네미사 미술관,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도 모두 무료입장이 가능했다. 심지어는 마드리드 왕궁도 무료.
기분이 좋기도 하고 교사라는 직업을 우대해 주는 것 같아 우쭐한 생각도 들었다. 생각해 보면 사람은 상대적인 동물이다. 예전에 교사가 성직까지는 아니지만 우리 사회에서 나름 존경받던 시절, 투철한 교직관은 없었어도 정말 최선을 다해 학생들을 지도하고 나의 이 행동이 학부모나 학생에게 어떻게 보일지 계산 없이 온전히 가르치는 일에 매진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최근의 교사로서 내 모습은 학생들에게 특별한 어떤 지도를 하고자 할 때 학부모가 오해하거나 민원의 원인이 되는 것은 아닐지 먼저 따져보게 된다. 그리고 민원의 소지가 없다고 판단될 때 교육활동을 시작하는 것이다. 아마도 나뿐만 아니라 다른 교사들의 행동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의 교육활동이 우리 신변에 위협을 가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고 나의 교육활동 시작 전에 한번 더 고민해 보게 되는 것이다. 지금의 사회 변화가 교사들의 교육활동을 위축시키고 열정적으로 교육에 참여하기보다는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게 만드는 상황을 초래하는 것이다. 그런 교육환경에서 생활하다 스페인 미술관에서 교사여서 대우받는 상황이 되니 나름 뿌듯하고 하나라도 더 보고 배워가야겠다는 생각에 좀 더 촘촘히 미술관과 작품을 둘러보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