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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또 Jan 17. 2021

각자의 일상으로 완결되는 디자인

[리뷰] 다큐멘터리 - Objectified

  당연히 알고는 있지만 외면하게 되는 것들이 있다. 다이어트엔 식이조절이 답이라는 것, 혹은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선 교과서로 충분하다는 점 등. 어렵기에 일부러 잊은 척 하기도 하기도 하고 현실의 문제들에 치여 자연스레 잊기도 한다. 이와 같이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지만 나조차도 부수적인 것들에 의해 잊고 마는, 외면하고 마는 원칙들이 있다.



Design Dissolving in Behavior


  우리가 어떤 제품을 디자인한다고 할 때, 과연 제품 그 자체로 완성되는 결과가 있을까. 우리의 삶은 블록같이 단순하게 쌓아 올라가기보다는 복잡하게 얽혀있는 거대한 흐름의 형태를 띤다. 나와 수많은 제품, 경험, 환경 등이 함께 얽혀 매시 새로운 형태를 띠는 흐름. 모든 오브젝트들은 시각적으로도 경험적으로도 서로 연결되며 일상을 만들어내고, 이러한 일상의 모든 순간은 누군가의 디자인과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디자인을 한다는 건, 어떠한 한 가지를 유용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최적의 프로세스를 도출해 내는 것과 같다. 여러 의견과 요소들을 합의하고 최선을 향해 조율해가는 것. 즉, 디자인은 작곡이다. 여러 요소들을 조합하여 완벽한 화음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It's really about trying to make an empathic connection with people inter context.", Naoto Fukusawa


  일상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Design의 가장 이상적인 끝은 Undesign이다. 사용자가 제품을 경험할 때 사용자 본연의 목적이 자연스럽게 행해지는 것. 제품이 그 본래의 목적으로 쓰일 때는 자체의 존재감보다는 마치 필연적이고 숙명적으로 경험만을 빛내주어야 한다. 표시판(indicator)은 무언가를 표시할 때 가치가 있고, 그 역할을 해내지 못하면 존재 가치가 없다. 디자인이란 제품의 존재를 강조하기보다는 콘텍스트에 녹아들어 사람들과 공감적 연결을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다.


  제품은 어떠한 목적을 위해 사용하는 수단일 수도 있으나, 나와 일상 자체를 특별하게 혹은 그러기 위한 아름다운 순간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내가 사용하는 제품은 내 일상의 한 부분을 상속한다. 나는 내 일상의 주인이기도, 관객이기도 하기 때문에 일상 속 제품으로부터 스토리를 얻고 소통한다. 제품은 제품 자체가 아니라 사용자와 소통을 하고 사용자가 느끼는 감정이 대상화(objectified) 되는 것이다. 



  디자인의 3요소로 기능성, 심미성, 상징성이 있다. 세 가지가 조화롭든지, 이 중 한 가지에만 집중하든지 그 어느 것도 틀린 것은 아니지만 기업에서 디자인이 마케팅적 요소로만 활용되며 일편적인 심미성과 상징성만으로 디자인이 퇴색되고 있다. 기능성이란 단순히 제품의 스펙적인 능력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이 사용자로부터 가지게 될 역할, 경험과 연결을 포함한다. 사용자의 일상과 행동뿐만 아니라 인간의 다면적이고 모순적인 면을 이해하고 사회에서의 역할을 의미해야 한다.


  영상에서는 각자의 디자이너가 자신의 신념을 제품으로 담아내는 과정(objectified)이 보이고, 그 신념이 모두의 일상으로 스며드는 과정이 보인다. 오래된 다큐이기도 해서 대부분은 tangible product로 제한됐었지만 디지털 서비스에도 같은 원칙이 적용된다 생각하였다. 꾸준히 화두가 되고 있는 Customization, Personalization이라는 단어가 이러한 맥락에서 생겨났을까. 제품은 제품 그 자체로 마무리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에게 각자의 이유로 스며들고 사용되고, 일체화되며 존재감이 사라지는 순간 완성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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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다큐멘터리:

Gary Hustwit, Objectifi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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