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watched ⎮ January 8, 2024
전혀 다른 두 사람이 서로의 다른 점에 매력을 느껴 사랑에 빠지고 그 다른 점 때문에 헤어지게 되는 것. 사랑했던 기억이 고통스러워 급기야 지워달라고 하는 것. 그리고 기억을 지우다가 그 소중함을 느끼고 자신의 선택을 번복하기 위해 자신의 수치스러운 기억 속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숨기기까지 하는 것. 그리고 기억을 잃은 채로 다시 서로에게 사랑에 빠지는 것. 개연성이라곤 없지만 그래서 진짜 사랑 이야기 같았다.
사랑이란 이런 걸까?
나는 짐 캐리가 연기한 캐릭터와 정말 비슷한 사람이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나의 수치스러운 기억과 모습은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내 이야기를 정말 잘 늘어놓지만 남들이 눈치채질 못할 만큼 정제하고 편집된 나의 생각과 일화, 이야기를 한다는 생각을 최근 했다.
남에게 보여주기 싫은 내 모습까지도 보여줄 수 있는 게 진짜 사랑일까? 그렇다면 나는 사랑을 하고 싶지 않다.. 그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가족에게도 나의 힘들어하는 순간을 굳이 알려주고 싶지 않은데, 대체 어떤 사람을 만나야 그런 용기를 낼 수 있을까.
기억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고민하게 되었는데, 애프터양이나 애프터썬 같은 영화를 보면서 항상 느끼는 노스탤지어.. 사랑에도 적용되는 거겠지?
너무 사랑해서 기억을 지웠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되고 마는 건 어쩌면 운명일 지도 모른다. 지금 죽어도 좋다고 말했던 기억을 지웠지만 똑같은 대사를 훔쳐서 내뱉는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불쾌감을 느끼고 자신이 느낀 기시감의 원인을 찾고자 하는 것은.. 우리에게 기억이 전부가 아니라는 뜻일 수도 있고, 기억은 지운다고 지워지지 않는 그 이상의 무언가라는 뜻일 수도 있을 테니까.
눈 내리는 바닷가에 덩그러니 놓인 침대 장면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눈, 바다, 이불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이 함께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지금 타이핑치는 이 순간에도 웃음이 지어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