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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루미 May 13. 2023

초보엄마의 고군분투

엄마가 미안해

칸초야, (앗 이제 이름이 생겼지만, 여기서는 계속 칸초라고 부를게!) 어제는 우리가 병원에서 조리원으로 왔어. 병원은 의정부였고, 칸초는 강원도 철원에 산단다. 수유실에서 만날 때마다 너한테 우리는 차 타고 철원에 갈 거라고 이야기해 줬어. 엄마는 며칠 전부터 칸초랑 한 시간 넘게 차 타고 갈 생각에 얼마나 두근거렸는지 몰라. 기분 좋은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컸지.


엄마는 퇴원전날 아빠랑 전날 아침에 몇 시에 뭐 할지 계획을 세웠어. 그리고 계획대로 퇴원 수속을 하고 바구니 카시트를 챙기려는데, 아빠가 카시트에 손잡이가 없다는 거야. 무슨 소리인가 하고 주차장에 가보니, 아빠가 바구니카시트 대신 인펀트 카시트를 잘못 챙긴 거지ㅋㅋㅋㅋ 같은 베이스를 쓰고, 비닐째로 가져와서 엄마도 감쪽같이 몰랐어. 엄마는 아빠 탓을 했는데, 확인 안 한 엄마책임도 있어서 금방 사과했어. 그래도 우리 아기를 안전하게 데려가려고 바구니카시트를 사뒀는데 못써서 너무 속상했어. 겉싸개도 없어서 병원 옆 아기용품 판매점에서 급하게 사서 세탁도 안 한 겉싸개에 너를 안고 퇴원했어. 그게 너무 미안하기도 하고, 그 먼 길을 너를 안고 가야 해서 얼마나 불안했는지 몰라. 하지만, 퇴원할 때 눈을 뜨고 있던 우리 아기, 아빠는 너랑 처음으로 눈맞춤 하고 정말 행복해했단다!


다른 사람들은 병원에서 조리원 가는 내내 아기가 잤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엄마는 너도 그럴 줄 알았어. 그런데 우리 아기는 눈을 얼마나 동그랗게 뜨고 있던지! 출발하자마자 너는 울기시작했어. 차가 낯설어서 그러나 싶었지. 유튜브에서 급하게 백색소음을 틀어줬더니 그래도 그쳤는데, 발버둥을 치느라 겉싸개는 물론 쏙 싸개도 다 풀어져버려서 엄마는 진땀이 났어. 얼마 안 있다가 또 울고 배고파하며 그치지를 않길래 결국 차에서 수유도 했어. 별 걸 다했지?

그리고 조리원 도착해서 알았는데 우리 아기 응가를 했더라. 엄마는 그것도 모르고 수유를 했네. 미안. 물론 알았더라도 차에서 기저귀를 못갈알겠지만 말이야.


어제는 처음으로 우리 아기랑 오랜 시간 방에서 시간을 보냈어. 점심에 왔을 때는 상담 중에 울길래 원장선생님이 배고픈 것 같다고 신생아실 선생님을 불러줬는데 또 대변을 본 거였어ㅋㅋㅋ

저녁에는 목욕하고 와서 잠만 자더라고. 그러다가 소변을 봤길래 엄마가 기저귀를 갈아주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뭔가 이상한 거야. 그래서 신생아실 선생님을 불렀는데, 엄마가 기저귀 앞뒤를 헷갈린 거였어. 너는 그사이에 또 소변을 봤는데, 소변이 새서 속싸개랑 배냇저고리가 다 젖었어. 그래도 선생님이 계셔서 바로 갈아주셔서 다행이었지. 엄마가 미안해.


오늘은 점심때는 분유도 다 먹이고 트림도 시켰어. 소변 기저귀도 두 번이나 무사히 갈아서 얼마나 뿌듯했는지 몰라. 그런데 신생아실 돌려보내려는데 응가를 했더라. 고민하다가 신생아실 보내면서 말씀드렸어ㅋㅋ 기력이 없었거든. 오후에는 잠만 자길래 겨우겨우 깨워가며 분유를 먹였어. 그런데 밥 먹으면서 또 응가를 하더라? 이번엔 엄마가 무사히 기저귀를 갈았어.

어제 너무 속상했는데 오늘은 기저귀갈기를 마스터한 것 같아서 엄마는 얼마나 뿌듯한지 몰라. 엄마도 모든 게 다 처음이라 미안한 일 투성이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아가 잘 먹고 잘 자라줘서 고마워!


오늘 가족들에게 신생아실 카메라 보는 법도 알려주고, 영상통화도 했어. 할머니는 그 시간 내내 너만 보시나봐. 우리 아기는 많이 사랑받는 아기야. 앞으로도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사랑 줄 수 있는 아기로 엄마가 잘 키워볼게. 사랑해, 칸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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