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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톨이 Aug 11. 2016

마리 양의 Bucket list 최종화

유기견 코카 마리의 죽기 전 꼭 해봐야 할 것들

다음 생에도 꼭 아빠의 딸로 다시 만나자


버킷리스트 no.2 캠핑 그리고 마음껏 놀고먹기


 마리는 먹보다. 나이가 많아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나름 부러운 몸매의 소유자이지만, 눈뜨면 제일 먼저 먹을 것만 찾는 먹보. 어쩌면 먹는 것을 가장 좋아하는 것 같아서 가끔 서운하게도 만드는 새침한 그녀다. 

또 그녀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목줄을 매어 놓으면 이내 곧 주저앉고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지만 목줄만 풀어놓으면 가고 싶은 곳으로, 냄새에 의지해 마구 휘젓고 다니는 무법자다. 

 그런 마리를 위해서 캠핑을 가기로 했다. 애완견이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고, 캠핑을 가본 적 없는 우리 가족을 위한 곳을 찾아 며칠을 검색했다. 그리고 우리는 가평으로 향했다. 마리에게 줄 소고기를 잔뜩 챙기고서. 


 캠핑장은 넓었고, 한여름 평일날이라서 그런지 캠핑장은 우리 말고는 예약도 없었다. 딱이다. 마리를 풀어놓아도 되겠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놓였다. 그런 아빠의 마음도 모르고 쌩하니 달려 나가 버리는 그녀. 속상하면서도 기분이 좋다. 

 우선 장거리 탑승으로 힘들었을 마리를 위해 계곡에서 놀기로 하였다. 바다와는 또 다른 시원함이 있는 계곡. 눈이 보이지 않는 마리를 들쳐 메고 계곡물에 발을 담갔다. 쉴 새 없이 흘러가는 계곡물의 느낌을 마리가 꼭 기억해 줬으면 하고 바랐다. 그동안 사람 때문에 상처받고 , 아팠던 기억을 이 계곡 물에 다 흘려보내 버렸으면 했다. 그리고 우리 가족과 함께한 좋은 기억만 그녀에게 남길 바랬다.

한참을 계곡에서 동생과 엄마, 아빠와 신나게 놀고 온 마리는 텐트 안에서 단꿈에 빠졌다. 그녀가 깨기 전에 그녀에게 바치는 만찬을 준비하기 위해 바빠졌다. 우리 마리가 가장 좋아하는 소고기. 정말이지 맛있게 먹어 줄 마리를 생각하니 한여름의 석쇠 불도 시원하게 느껴졌다. 나도 딸바보 인가 보다

어느새 고기 냄새를 맡은 마리가 꿈에서 깨어났다. 고기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아 어서 고기를 구워내어 오라고 외치는 그녀. 상전이 따로 없다.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 그리고 제일 좋아하는 고기. 살랑살랑 마리의 코를 간지럽히는 산이 불어주는 시원한 바람. 이것이 진정 마리가 바라는 일이면 정말 좋겠다.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이라면 좋겠다. 


다음 생에, 다시 한 번 나의 착하고 예쁜 딸 마리를 만나게 해달라고 밤하늘에 수놓아진 무수히 많은 별과 초승달에게 조용히 빌어보았다. 그렇게 마리의 버킷 리스트가 또 하나 이루어졌다.


버킷리스트 no.3 누군가에게 기억되기

 

 마리의 버킷리스트를 정하면서 고민이 하나 있었다. 바로 마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것. 마리가 말을 할 줄 안다면, 최소한 자기의 의견을 텔레파시라도 나에게 보낼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최대한 마리의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했고, 내 버킷 리스트를 만드는 것처럼 고민했다. 내가 죽는 다면 난 어떤 것을 가장 원할까?라는 물음의 답은 바로 '누군가 나를 기억해 주는 것'과 '나로 인해 누군가가 변하는 것'이었다. 그래 이것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마리가 진짜 원하는 것은 '누군가는 나를 기억해주고, 마리와 같은 아픔을 가진 다른 유기견들을 생각하는 세상의 온도가 1도라도 올라간다면' 일거라 생각하고 버킷 리스트를 세우기 시작했다. 

그런 마리의 바람이 틀리지 않았는지, Daum 메인에 마리의 버킷 리스트가 소개되면서 정말 많은 분들이 마리 이야기를 봐주시고, 공감해 주셨다. 유기견에 대해 한번이라도 다시 생각해보고, 우리 집 강아지와 많은 공감을 해야겠다고 응원의 댓글도 남겨 주셨다. 


그래 이게 진짜 마리의 버킷 리스트인 것 같다. 나보다 훨씬 훌륭한 마리다. 우리 마리는 언제 무지개다리를 건널지 모르는 노견(老犬)이지만, 이 버킷리스트로 인해 정말 많은 사람들의 가슴과 머리에 기억이라는 모습으로 살아남게 되었다. 그리고 마리를 통해 또 다른 유기견이 좋은 가족을 만나고, 행복한 시간을 갖게 될 수 도 있을 것이다. 단 한 번도 사람을 향한 짖음도, 다른 강아지와 싸우는 것도, 사람을 미워하는 눈빛도 보낸 적 없는 천사 같은 내 딸이 이렇게 기억이라는 모습으로 세상에 남았다. 이걸로 됐다. 난 정말이지 만족한다. 어차피 난 죽을 때까지 내 딸을 잊지 않을 테니깐. 나 말고도 세상에 마리를 기억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무수히 많은 사람들도 해내지 못한 어려운 일이니깐. 마리는 훌륭하다.


꼭 다음 생에도 정말 이쁜 내 딸로 다시 만나자. 내 사랑하는 딸아.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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