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La Revue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밤톨이 Jul 24. 2016

마리 양의 Bucket list

유기견 코카 마리의 죽기 전 꼭 해봐야 할 것들

Find the joy in your life - 영화 버킷리스트 중에서

 Prologue - 사랑의 시작과 버킷 리스트 준비

 5년 전, 그러니깐 새로운 밀레니엄이 시작된지도 12년이 지난가을, 첫눈에 빠진 사랑이 있다. 때로는 달달하게 때로는 원수 같이 이어지고 있는 사랑, 그 주인공은 베이지색 털이 매력적인 마리 양. 정신없이 흘러가는 야속한 가을의 끝자락을 잡고 싶어 커피 한잔하러 들렀던 이태원에서 유기견 입양 캠페인을 보게 되었고, 운명처럼 발걸음이 그 천막으로 끌렸다. 열댓 마리 가까운 유기견과 유기묘의 생명 연장을 위해 입양을 독려하는 봉사자들 틈으로 그녀의 모습이 힐끗힐끗 보였다. 웨이브 진 베이지색 털옷을 입은 그녀의 짧은 코와 큰 눈은 바로 내 마음을 독하게 파고들었고, 바로 난 사랑에 빠져 버렸다. '저 아이를 입양하고 싶은데요?'라고 묻자 몇 번이고 진짜냐고 묻는 봉사자. 사실 마리 양은 한 번의 파양 1) 경험이 있는 9살 된, 백내장과 중이염, 피부병을 앓고 있던 잉글리시 코카스패니얼. 이름은 무엇인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살았는지, 어떤 삶을 살아왔고, 사람으로 인해 어떤 고통을 당했는지 모르지만, 길에서 발견되어 마리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불리며 인생의 마지막 주말을 보내고 있었던 그녀. 그 주가 지나면 입양 권고 기간이 만료되어, 사람 때문에, 사람이 만든 정책 때문에 영원한 잠에 들어야 하는 운명에 처해졌던 그녀라 봉사자도 신중을 기했다. 하지만 이미 그녀와의 지독한 사랑에 빠져버린 나에게 그런 얘기들은 귀등에도 울리지 않았다. 그렇게 시작된 마리와 나의 므흣한 동거는 현재 진행형이다.

 

 어느덧 마리 양의 나이도 14살이 되었다. 개의 시간은 사람보다 5배 빠르게 지난다. 사람의 나이로는 이미 70살이 넘어버린 나의 그녀는 이젠 눈이 보이지 않으며, 귀도 들리지 않는다. 사실 이미 오래전에 사형선고를 받았던 그녀다. 4년 전 주저앉아 일어나지 못하는 그녀를 안고 뛰어간 병원에서 의사는 더 이상 병원에 오지 말고 맛있는 거 많이 먹고, 하고 싶은 거 하는 것이 마리에게는 더 좋은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겨냈다. 비록 하루에 20시간은 잠들어 있지만, 그래도 내가 슬플거나 다운됐을 때는 엉덩이를 들이밀며 나를 위로하는 그녀는 아직 살아있다. 

 

 그렇게 고마운 마리를 위해 어떤 걸 해줄 수 있을까? 며칠을 고민한 끝에 그녀에게 버킷리스트를 선물하기로 했다. 죽기 전에 꼭 해봐야 할 버킷 리스트. 말을 하거나 글을 쓰지 못하는 마리를 위해, 최대한 마리가 되어 관찰했다. 그리고 3개의 리스트를 작성했고 지금 나의 그녀와 함께 그 리스트의 "V"를 체크하러 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